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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잡힌 삶 _ 최우일 컬럼 30
 
'시간을 말로 하려고 할 때까지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이 말했습니다.
철학이나 물리학에서 따지고드는 시간은 일반인의 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너도나도 한 개씩 손목에 차고다니는 상식의 시간으로라면 누구에게나 너무도 분명하여 한 순간도 의심할 수 조차 없어 그걸 모른다고 하는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시간이 무엇인가를 정의 할 것까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나깨나 흘러가는 것, 그리하여 사람들의 삶이 주춤거리는 사이로 슬그머니 새어 없어지는 그 무엇 쯤으로 여기며 살면 되는 것입니다.
스펜서의 '하루'(T. Spencer's The Day)라는 시를 그 뜻만을 대략하여 보았습니다. 마음의 시간이 물리적(物理的)시간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합니다.

처음, 아이들이 뜨락에서 뛰어다닐 적에는 하루는 일년만큼 이었더랬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공치기를 하며 놀 때에는 하루가 한 달로 줄어들었고, 그 후 청년이 되어 정원을 산책 할 때는 그저 하루는 하루일 뿐이었습니다.
다 늙어 절름거리며 다닐 때가되자, 하루는 단 한 시간으로 짧아 지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하루가 아주 무의미해지면 그건 바로 영원(永遠)일 겝니다.

시간이 아까워서 마구 써버릴 수 없는 것은 순식간에 하루가 한 시간으로 줄어드는 조급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시간은 일이며 일은 돈으로 바뀐다는 계산법 때문일 것입니다.
돈을 모으려면 바빠야하는 것,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은 게으른 놀음이라는 통념과 가치기준의 지금 세상에서는 여유(餘裕)란 아예 전당 잡히고 시작합니다.
출세를 위하여 수 십년의 세월이 바쁘고 집장만과 저금통장 불리기에 또 수 십년을 뛰다가 느지막에서야 빌려쓴 시간의 빚을 다 갚을만 해지면 잡혀두었던 나의 시간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후입니다.
성공이란 빚쟁이 사기(詐欺)의 그물에 덮쳐 꼼짝없는 사람들의 '시간이 없다'는 입버릇이 하나도 거짓이 없는 사실인 것은 그들의 삶이 시간의 빚쟁이에 쫒기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시간일랑 전당 잡히고 빌려쓰는 시간으로 살 때 책 한권 읽는 것이나 영화 한편 즐기는 것, 휴식의 잠도 모두가 시간 채권자를 속여가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로우(H.D. Thoreau)의 따끔한 말을 새겨보아야 합니다.
처음도 끝도 내 몫으로만 사는 삶은 더는 미루어서는 않됩니다. 공연히 서두르지도, 발전이라는 음모에 연루 되지도 말고 채권자의 눈을 속여서도 아닌 오로지 나의 시간으로서 떳떳히 사는 것이라야 합니다.
그럴 때라야만 죽음의 회색도당들도 더는 어쩌지를 못 할 것입니다.
혼돈에서 질서를 잡아내는 물리(物理)로서고 아니고 옭아매는 공용(公用)으로도 아닌 각자의 마음으로만 재어사는 시간이야말로 삶의 의미나 삶의 가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경황없이 달리기만 할 수만은 없습니다. 시간의 원천(原泉)을 거슬러 초시간가(超時間街)로 안내하는 거북이의 걸음을 수긍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영원한 어린이 '모모'인가 아니면 '죽음의 회색도당'과의 결탁인가는 우리들 자신의 선택과 결심에 있습니다.
한 작가의 상상이 누구나의 삶 속에서 감동을 자아내려면 사람들의 보통의 삶과 구체적으로 얽혀 뒤척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훌륭한 창작은 개인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말은 매우 그럴듯 합니다.
미카엘 엔데(M. Ende)의 "모모"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가슴안에서 영원한 어린이가 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나만 한 세상 어렵사리 시간빚에 쪼들리다가 이렇게 뒤늦어 버렸습니다.
시간이니 삶이니 뭣이 그리 요란하냐고 나무랄 생각이 있는 분은, 잠깐!, 또 한 해를 넘길 때가 다가오니 삶의시간은 저당잡히고 빚에 쫒기며 줄어든 남은 시간이 초조하여 털어놓는 넋두리 쯤으로 여기면 됩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12/16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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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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