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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 _최우일 칼럼
내가 모르고 있던게 꽤나 오래었는지, 하필이면 나의 앞마당에까지 와서 퍼덕퍼덕 괴로워하던 새는 이제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맞은편 지붕꼭대기에서는 또 다른 새 한 마리가 삐악삐악 거리며 이 새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 두마리가 한 짝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전의 일입니다.

그리고나서 요 몇달 내 주변 몇 분의 소식은 나를 매우 괴롭혔으며 종내 나를 쫒기는 마음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스탈린 혹은 히틀러 시대의 역사적 사실로서의 수천만의 희생보다는 내가 지금 몸 담아 관계를 맺고사는 이 조그만 사회 주변 몇몇 이웃의 임종은 나의 현실적 존재에의 의미에 대한 격열한 감정체험 이었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사람이외의 다른 동물들과 인간들의 다른 점만을 들어내 영장(靈長)의 자리를 굳히려합니다. '데스몬드 모리스'처럼 인간의 동물적 뿌리에, 그 유사점에 주시하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우리들의 삶을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 놓아보아야 새로운 환희와 감격을 가지고 삶을 부둥켜 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세계에서 만물의 영장의 자리란 아무 성찰없이 기득권을 누리는 자리가 아닌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 한 생명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본인이 그 감정적 체험을 직접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한 생명의 끝 매듭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뒤엎고 삶의 의미를 새로이 규정하여 주기도 합니다. 종교나 죽음 같은 체험이 삶을 보는 각도를 바꾸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에 속시원하지 못한 나는 죽음의 저쪽일 일에는 어떤 선택도 결심도 믿음도 쉽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여기-지금-내' 가 바로 나의 삶의 출발점이자 그 내용입니다. 그리고 언제인가 있을 나의 죽음은 삶과 죽음의 이분적 규정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연장선에서의 죽음이어야 된다고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삶과 가르는 것으로나 마지막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죽음을 포함한 전체로서의 삶이 나의 주제입니다. 이것은 삶에대한 나의 긍정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나의 불안의 시작은 어디에서 였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내세에의 미비한 준비에서라기보다는 늘어놓고 산 지나간 삶에 쫒기는 기분이 된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거칠게 때로는 아무렇게나 산 나의 삶, 허둥만대다가 나는 나의 생물적 청장년기를 고별하고 원숙해야할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살아버린 삶을 얼른 수습해놓아야 하겠다는 다급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이 살아버린 사람의 반성과 회한입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또 다른 새 가족의 삶의 현장을 목격하였습니다. 나의 엄지매듭 밖에 않되는 어미새 두마리와 땅바닥에 나 동그라진 아직도 벌거숭이 새 생명, 아직 날 수 없는 새끼의 삶의 투쟁은 내게는 생명에의 경이 그것이였습니다.

나는 나의 생명과 삶의 경이감을 쉽게 잊고 있었습니다. 내 그림자도 들여 놓을 수 없이 비좁은 세상일망정, 아무소리 못하고 살아야 할 험악한 세상일망정 이 놀라운 경이감을 매일 새롭게 느낄 수 만 있다면 나의 삶에는 헛됨이 없을 것입니다. 한 토막 토막 조촐히 꾸며 가는 삶에는 회한이 남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6/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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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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