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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집
“새 집들에 둘러싸이면서 하루가 다르게 내 사는 집이 낡아간다. 이태 전 태풍에는 기와 몇 장이 빠지더니, 작년 겨울 허리 꺾인 안테나 아직도 굴뚝에 매달린 채다. 자주자주 이사해야 한 재산 불어난다고 낯 익히던 이웃들 하나둘 아파트며 빌라로 죄다 떠나갔지만 이십 년도 넘게 나는 언덕길 막바지 이 집을 버텨왔다. 지상의 집이란 빈부에 젖어 살이 우는 동안만 집인 것을. 집을 치장하거나 수리하는 그 쏠쏠한 재미조차 접어버리고서도 먼 여행 중에는 집의 안부가 궁금해져 수도 없이 전화를 넣거나 일정을 앞당기곤 했다. 언젠가는 또 비워주고 떠날 허름한 집 한 채. 아이들 끌고 이 문간 저 문간 기웃대면서 안채의 불빛 실루엣에도 축축해지던 시퍼런 가장의 뻐꾸기 둥지 뒤지던 세월도 있었다.” 행간을 무시하고 옮겨 쓴 김명인씨의 시 ‘집’입니다. 나도 남들처럼 집 한 채 지니고 세상 살고 싶었습니다. 겨우겨우 빚내서 마련한 이게 내 집이려니 여기며 아이들 키워내고 이제 두 내외만 덩그러니 남아 지키는 허름하고 조그만 이 집, [요새 시세가 어떻다던가, 이것도 몫 돈이 되기는 하는 걸까?, ‘자주자주 이사해야 한 재산 불어난다’던데......] 사실 복덕방들이 부추기면 나에게는 어림도 없는 줄 알았던 욕심이 슬그머니 일 때도 있기는 하지만, 처음 마련할 때나 지금이나 어느 광고문안에서처럼 집은 자주 팔고‘사는 것’이 아니라 눌러‘사는 곳’이라는 생각에 변함없어, ‘이웃들 죄다 떠나갔어도 나는 이 집을 버텨오기를 지금 수 십 년째 입니다. 마침내 혼자 남아서 나나 내 집이나 낡아서도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보금자리라는 가족을 떠받치는 힘 때문입니다. 고까짓 재산 늘린답시고 뿌리 뽑혀 어디로 가면 오래오래 한 곳에서 자양된 한 가족의 생명력은 시들고 맙니다. 비록, 아귀가 잘 맞지 않고 여기저기 삐걱이기는 해도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식구들의 흔적, 이 모든 게 한 가족이 살아온 세월이며 그림자 하나 더 들여놓을 수 없이 비좁을망정 삶을 따듯이 덥히는 보금자리 입니다. ‘평안으로 지붕 잇고 사랑으로 빗장’을 걸었노라 할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겠습니다. 건강하던 도시가 돌연 부동산시장 과열증세로 온통 열에 들떠 있다고 나까지 뛰어들어 사는 집을 가지고 장난치지는 못합니다. 하늘과 산과 강을 세상 사람들이 욕심 없이 골고루 나누듯 지상의 집 하나씩은 세상 누구에게라도 자연권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집은 밖에서 봐도 집구석 맘 다 들여다보입니다. 너나 나나 모두가 흔한 세상이니 나만 모자라게 살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무엇이던 분수없이 크고 휑하면 속이 실하기 어렵겠고 빚덩이가 크면 그만치 집주인 허리가 휘어지겠습니다. 큰사람 작은 사람, 힘 있는 사람 힘없는 사람, 많이 가진 사람 적은 사람, 누구에게나 걸 맞는 것이 제가 사는 집이어야 하는 것인데..... 덩그란 집을 지니고서도 초라한 주인으로 살면 그 삶이 참 아깝겠습니다. 과시적 소비계층에의 소속을 으시대는 것처럼 천박한 건 없습니다. 높고 크고 넓은 것 아니라 해도 괜찮습니다. 너무 헐렁한 옷보다는 적당히 맞는 옷이 추위에 포근하고 비바람가리는 작은 우산 속에 아늑함이 있는 것을 알면, 무리할 일은 없겠습니다. 평생을 모아 태산이라도 때가 되면 ‘우린 가고 집은 비워주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이름도 몸도 집도 껍데기란 껍데기는 다 벗어야 할 것들이니 내 것이라 끌어안고 미련 둘 일이 아닙니다. 때 낀 마음일랑 깨끗이 빨아 거둬들이면 내 삶이 단촐해 집니다. 단촐하면 마음이 편하니 보기에도 좋습니다. 궁상이라고 삐죽이는 이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편집자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8/3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7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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