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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앞에서 그녀를 만났다 _ 글: 이소영 (캘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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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힐 병원 응급실 앞에서 그녀를 만났다.
지난겨울 급성 방광염으로 응급실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한국과는 다른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급히 전문의를 만날 수 없는 경우 응급실로 직접 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침에 항생제가 바닥났는데 증상은 여전히 남아 있고, 앞으로 이틀은 휴일이라 패밀리 닥터를 만날 수가 없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응급실로 다시 갈 수밖에 없었다.
2월의 끝 자락에 다시 영하 20도 아래 라니... 눈이 내린다. 이곳에서는 눈을 더 이상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 겨울 내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색이 흰색일 테니... 의사를 만난 후 대기실과 밖으로 통하는 문 사이에 있는 방에 나를 포함한 세 명이 각자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자동문 앞에서 서성이는 바람에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로 인해 영하 20도 이하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오곤 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휠체어에 앉아 있던 여자가 추웠는지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멍청이 라며 불평을 해댔다. 다행히 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거리가 좀 있어서 인지 그 말들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 여자는 머리 숱이 적은 금발이어서 인지 나보다 나이가 열다섯 살쯤은 많아 보였고 눈썹에는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지만 그녀는 마스크를 벗어 턱에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병원 직원이 그 사람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 잠시 후 우연히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나는 “안녕하세요 “라고 말한 후 잘 지내냐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가 나에게 "아빠를 기다리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남편을 기다린다고 말하고 내가 몇 살인지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자기는 나보다 3살이 더 많다고 했다 서로 예상치 못한 나이에 놀랐지만, 나는 웃으며 내 이름은 so young(소영)이라고 말했다.
내 이름이 so old 가 아니라 so young 이기 때문에 내가 젊어 보이는 거라고 농담도 건넸다 그녀가 나에게 왜 왔냐고 물었다. 나는 대단한 게 아니라고 간단히 설명한 후에 "당신은 왜 왔어요? 라고 물었다 그녀는 휠체어 앉아 덮고 있던 담요를 걷으며 절단한 다리를 보여 주었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러냐며 가볍게 지나야 할지 몰라 하는 동안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연민이 차 올랐다. 내가 “많이 아파요? “라고 묻자 아픔을 이해 받는다고 느꼈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련이 우리가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인내심이 자라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깨서는 왜 어떤 사람에게는 더 큰 시련을 감당하도록 허락하시는 걸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편견이 만들어 놓은 그녀의 모습은 옅어지고 , 삶의 고단함으로 아팠던 한 고귀한 영혼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마치 추운 겨울 쉴 곳을 찾던 작은 새가 잠시 내게 내려 않은 것만 같았다
나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순간 그녀를 향한 어딘가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사랑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 그녀가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 가치를 지닌 사람 인지를... 그리고 이 말은 내가 그날 그녀에게 전해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말이었다 사랑해요, 당신은 사랑 받고 있어요"
한 사람의 가치를 저울에 달아 가늠해본다면 어떤 숫자 일까? "하나" 온 우주에 단"하나"인 당신... 그게 바로 당신의 가치이다. 세상은 계속 당신의 가치를 낮추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여 세상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기억 하기를... 당신은 당신이 상상해 낼 수 있는 가장 큰 사랑보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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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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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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