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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실의 틀니....연재 칼럼)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며 (8/20) ,, .글 : 어진이
 
글 작성일 : 2004년 2월 26일

1974년 10월

오늘은 아주 몸이 찌부둥했다. 오후에 마지막 중간시험을 끝냈다.
‘오늘은 하루 푹 쉬면서 싫컷 잠이나 잤으면 정말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피곤한데 좀 쉬운 곳에서 일했으면 좋겠네!’
Mid-night shift에 좋은 일들은 모두 full-time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몫이고 주말에 part-time으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응급실이나 노인환자들이 있는 곳에 배치되기 마련이였다. 응급실은 항상 바쁘고, 주고객(?)은 주정뱅이든지, 아니면 싸우다 다친 사람, 그것도 아니면 교통사고자였다.

나는 노인환자들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이유는 그곳에 가면 많이 depress가 되기 때문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는 1~2시간 마다 돌려 눕혀 주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몸에 욕창이 생겼다. 많은 환자들은 회복되기는 힘들고, 세상을 떠날 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의식이 없었고, 간혹 의식이 있는 환자들은 하루종일 누군가가 찾아오길 기다렸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천당 바로 밑이라는 999당인 카나다에서 사는 노인환자들의 마지막 삶을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산다는게 이런건가? 평생동안 자식들을 위해서 희생했는데 찾아오는 사람 하나도 없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날은 노인환자들의 시신을 둘씩이나 cold room (냉동실)으로 옮긴 날도 있었다. 한밤중에 운명을 하면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도 어떤 경우엔 가족들이 오지도 않고, 그냥 냉동실로 운반을 하면 그 다음날 장의사에서 와서 시신을 운반해 갔다.

“어진아, 오늘은 노인병동에서 일을 해야겠다.”
“알았어.”
노인 병동에 도착을 하니, 간호사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통화 내용으로 보아 어떤 환자가 곧 세상을 뜰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오늘도 냉동실에 갈일이 생기겠군!’

새벽 2시쯤에 간호사가 뛰어왔다.
“어진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어.”
“그래~?”
”같이 냉동실에 운반해야 할 것 같아.”
“알았어.”
환자는 70대 중반의 곱게 늙은 할아버지였다.

환자의 소지품은 plastic bag에 모두 집어 넣어서 유가족들에게 전해 준다. 시신은 환자 카운을 입히고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이름이 적힌 꼬리표를 단 다음, 기다란 zipper가 달린 하얀 plastic bag에 넣어서 냉동실로 운반한다.

영감님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많이 고생하며 떠난 것 같진 않았다. 젖은 수건으로 헝크러진 머리 가락을 손질하고 빗으로 단정하게 가르마를 타서 빗겨 드렸다. 시신을 하얀 plastic bag에 옮기고, zipper를 잠그기 전에 인사를 드렸다.
“영감님, 편히 가십시요”
zipper를 잠그고 stretcher(바퀴가 달린 간이침대)에 옮겼다.

간호사와 둘이서 stretcher를 밀고 냉동실로 갔다. 잠을쇠를 열고 문을 열자, 써늘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였다. 말이 냉동실이지 시체실이 아닌가! 냉동실은 비어 있었다. Stretcher를 밀어 넣고 문을 잠갔다. 사람의 몸에서 영혼이 떠나면 이런거구나! 왠지 서글퍼졌다.

손을 씼고 coffee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같이 냉동실에 갔던 간호사가 뛰어 왔다.
“어진아, 큰일났어!”
”왜? 누가 또 세상을 떠났어?”
”아니, 이거…”
”그게 뭔데?”
“틀니…”
“틀니가 뭐~?”
”틀니를 입속에다 넣었어야 했는데 깜빡했어…”
간호사의 얼굴이 울쌍이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 틀니는 꼭 다시 넣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틀니를 넣으려면 근육이 굳어져서 넣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틀니가 없으면 사람의 얼굴이 아주 흉해지기 때문에 시신을 포장하기 전에 틀니를 꼭 넣어야 하는데 간호사가 잊어 버린 것이었다.

“가서 넣으면 될 것 아냐~?”
”그래 줄수 있겠니?”
“그래~ 가서 넣자구~.”
간호사와 둘이서 elevator를 기다리다가
“야~ 둘이 갈거 뭐~ 있냐?”
“……”
“내가 혼자 갔다 올께, 넌 가서 일봐.”
“정말~?”
“그럼~ 혼자 갔다 올께.”
간호사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진아, 고마워!”
“You’re welcome!”

잠을쇠를 열고 냉동실 안으로 들어갔다. 냉동실에는 두개의 시신이 있었다. 그 새에 또 하나가 들어 온 것이었다.
“어떤 거더라?”
손가락으로 점을 쳤다.
“어~떤~것~이~맞~을~까~요~” 하나를 찍었다.
“stretcher도 낯이 익고 분명히 요것일꺼야.”
Zipper를 내리니, 내가 머리를 빗겨드렸던 영감님의 얼굴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발가락의 꼬리표를 한번 더 확인했다. 틀림 없었다.

“영감님, 죄송합니다. 제가 입을 좀 벌려야겠습니다.”
고무장갑을 꼈지만 영감님의 차가운 입술의 감촉이 선뜩했다. 양손으로 아래 위의 입술을 벌리고, 잇몸사이에 손가락을 넣어서 잡아 당겼다. 처음엔 약간의 저항끼가 있었지만, 입이 잘 벌어졌다.
‘근육이 굳었을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이네!’
Paper towel에 싸가지고 간 틀니 중에 아래 틀니를 집어서 넣었다. 생각보다 쉽게 들어갔다. 틀니와 아래 잇몸을 잘 마추었다. 그 다음에 윗 틀니를 집어 넣는데, 그게 문제였다. 아래 틀니에 걸려서 잘 들어가지 않았다.
“생각보다 힘드네!”
“입를 좀 더 크게 벌려야겠군!”
힘을 주어서 입을 좀 더 크게 벌렸다. 윗 틀니를 집어 넣는데, 달그락 달그락 틀니 부디치는 소리가 났다. 푸르스름한 수은등 불빛! 싸늘한 공기! 모든 것이 멈춘 것같은 고요함! 달그락거리는 틀니 부디치는 소리가 커다란 바위가 부디치는 것 같이 크게 들렸다.

겨우 윗틀니를 집어넣고 천천히 입을 다물리며 위 아래가 제대로 맞는지 확인을 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구냐?!”
기가 막히게 아래 위의 틀니가 딱 들어 맞았다. 틀니를 넣고 나니까, 영감님의 얼굴이 훨씬 훤~해졌다. 아주 잘 생긴 영감님이셨다.
“머리를 빗겨 드리길 참 잘했어!”
“영감님, 참 미남이십니다.”
턱을 다시한번 살~짝 밀어서 입을 꼭~ 다물게 하고, 입술을 보기좋게 나란히 마추어 놓았다. 그리고 zipper를 잠갔다.
“영감님, 편히 가십시요.”

냉동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찬 손으로 뒷덜미를 잡는 것같은 느낌이 들더니,
온몸에 오~싹하는 소름이 끼쳤다!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지를뻔 했다.
얼른 문을 닿고 잠을쇠를 잠갔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꼬리 글: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시체실에는 혼자서 못 가게 되어 있었다. 꼭 두사람 이상이 함께 가는게 규칙이었다. 난 그걸 몰랐었고, 간호사는 가기 싫으니까, 날 혼자 가게 내버려둔 것 같았다. 지금도 그 때의 오~싹하게 소름이 끼쳤던 느낌이 생생한데…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영감님께 틀니를 잘 끼워드린 것은 참 잘한 일 같다.


은경: 참 별일을 다 하셨네요...^^ 그저 웃기만 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노랑별: 으흐흐흐~~~~ 귀곡산장 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네요.


기사 등록일: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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