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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기쁨 _ 청야 김민식 (캘거리)
 
어떻게 하면 노년의 여생을 아름다운 기쁨으로 마감할 수 있을까
인생 수명의 기간이 점점 늘어져 고령화의 곡선이 급격히 상승하는 지표를 볼 때마다 당황하며 고뇌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팬데믹 기간에는 삶을 꿈꾸기보다는 살아서 견디어 내야만 한다는 의지 하나만 있었으나 어느새 새로운 생각으로 바뀌면서 미쳐 준비 없는 노년을 맞은 두려움 생겼기 때문이다.
65살쯤 은퇴해서 노인 연금으로 살 수 있는 삶의 새로운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이다. 순발력과 인지능력, 모든 신체적 기능이 점점 연약해지면서 유유자적하게 즐기며 살아낼 자신이 없어진다.
이민 30여 년의 생활을 먹고 사는 일에 전념한 탓에 불현듯 이 모든 것을 훌쩍 던져버리고 여유로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가, 철학자 하이데거의 표현대로 ‘애매성, 잡담, 호기심’이 가득한 사회 모임의 수렁에 빠져들어 극복하지 못하는 우울함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젊은 시절부터 나에게는 지줄기차고 일관되게 하는 기도가 있다.
"삶이 부유하게도 가난하게도 하지 마옵시고 일용한 양식으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게 하옵소서" 그 이상 나에게 무슨 기도가 필요했을까.
바로 엊그제 같은 걱정들인데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며 불안의 걱정들이 사라지는 기쁨을 향유한다.

노년의 기쁜 모습을 모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노년의 사는 방식과 염원이 다를 것이다.
다소 힘들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는 삶, 마음을 처절하게 비워가는 삶, 자신의 내면을 보다 신뢰하는 정직한 삶을 향해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들은 서로 상관관계로 얽혀 있어서 어느 한 부분이 결여 돼도 노년의 존재를 무너뜨리는 우울함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노년을 준비하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노년의 부유함이나 가난함이 캐나다 사회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배운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식당 영업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단골 손님 중에 70세를 갓 넘긴 케네디언 존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심야에 불쑥 찾아와서는 맡겨놓은 양주 몇 잔과 디저트를 먹고는 거나하게 취해서 가곤 했다. 주머니 지갑에는 언제나 100불 지폐가 두둑이 들어있었다.
한 번은 100불을 그냥 놓고 가더니 소식이 뚝 끊어졌다. 다니는 교회의 주일예배 시간에 옆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한참을 묵상 기도하더니 수표를 꺼내 헌금 금액을 쓰는데 1,000불도 아니고 100,000불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의 카페에서 사연을 들었다.
노인 연금이 많아서 절세하려고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맡겼는데 임대아파트가 30여 채로 불어났다. 아들, 딸에게 재산 상속을 하려고 하니 단호하게 거절했다. 실컷 쓰다가 사회에게 기증하라는 것이다. 대학, 자선 단체에 두루 기증하며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년은 생태적으로 항상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절박한 시간성 순간들의 소중함을 누릴 수밖에 없는 존재자이기 때문에, 선하고 경이로운 일들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노년은 아름다운 것이다.

이러한 인생의 해답을 걷기와 독서에서 찾는다.
나는 매일 걷는다. 똑같은 저수지길, 같은 거리를 혼자서 걷는다.
모자에 부착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행진곡을 들으며 걷는다.
그리고 끝나면 인근 카페에서 마음을 달래며 핸드폰에 이북으로 책을 읽는다.
요즈음은 주로 고전을 읽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즈음 노년 사회에 회자하는 ‘내재 역량 개선 효과’라는 새로운 개념의 건강 측정 지표가 있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기능 요소를 종합적으로 점수화한 개념이다.
질병의 유무, 혈압, 운동시간 등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건강 지표뿐 아니라 적절한 휴식, 마음 챙김, 인생 목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를 모두 고려한 개념의 뜻이다. 노년내과 전문의사인 저자의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걸으면서 다산 정약용의 71세에 쓴 시 <노인일쾌사>를 기억하며 걷는다.
대머리가 되었으니, 머리가 시원한 즐거움이 있고, 이기 다 빠졌으니, 치통이 없는 즐거움이 있고, 눈이 어두워지니 잔글씨가 보이지 않는 즐거움이 있고, 조선인이라서 조선 시를 쓰는 즐거움이 있고,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구 써도 퇴고할 필요도 없고 남의 비평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바둑을 하수하고 두는 즐거움이 있다.

노년은 악조건 속에서도 즐거움을 창조하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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