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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_3> 글 : 이호성 (캘거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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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생의 한가로운 출근길은 오늘도 이어진다. 오늘따라 안선생의 조그마한 경차 엔진 소리가 더 경쾌하게 들리는 것 같다. 노부인이 어제 큰애 전화 받곤 눈물 몇 번 찍어내더니 그래도 퉁퉁 부었던 입술이 조금은 들어 갔다. 그게 어딘가?

안선생이 기분이 좋아져서 라디오를 틀었는데 예의 그 랩뮤직이 튀어나오자 다시 기겁을 하곤 꺼버린다. 톱니바퀴 소리니 방앗간 기계 소리니 구시렁거리던 그의 눈에 1톤 트럭 하나가 국도 갓길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민경삼의 장난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안선생이 대수롭지 않게 1톤 트럭을 지나가자 1 톤 트럭이 바로 출발해 안선생의 경차를 따라붙었다.

안선생은 CD 플레이어 밑의 보관함에서 CD를 하나 골라 삽입했다. 이내 구수한 옛날 가요가 흘러나왔다. 흥얼거리며 읊조리는 안선생이다.

안선생의 차가 평소대로 국도를 달리고 있는데 아까 지나쳤던 1톤 트럭이 잽싸게 뒤를 따라붙었다. 창문을 조금 내려 안선생의 차를 바라보는데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민경삼이다.

민경삼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 지 소리까지 질러 가며 안선생 차를 따라 붙었다. 1톤 트럭은 수동 기어 차량이었는데도 왼 손목 아래가 없는 민경삼은 능숙하게 차를 몰고 있었다.

느긋하게 운전해 가는 안선생의 차 옆으로 민경삼의 트럭이 따라 붙곤 옆으로 나란히 달렸다. 무심코 창 밖을 본 안선생이 민경삼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란다.

‘저.. 저 사람은?’

며칠 전 주유소에서 보았던 그 사람이다. 그래, 불편한 왼 손이 밖으로 나와 있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뭐지? 차에 무슨 고장이라도? 그래서 알려 주려고 하는 걸까?

그런 생각에 싸이드 미러에 룸미러, 내 내부까지 이리 저리 살피며 운전해 보는 데 그리 특별히 이상이 있는 곳이 발견되지 않았다.

안선생이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는 사이 민경삼은 클랙션을 울리고 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잠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안선생이지만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어서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안선생은 이내 어색함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민경삼은 마치 정말로 그가 말한 전쟁터의 수송병처럼 늠름하게 운전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나란히 달리는 것에 어색함을 느낀 안선생이 속도를 줄이자 민경삼도
속도를 줄인다. 다시 안선생이 속도를 높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속도를
내며 따라붙는 민경삼의 트럭이다.

이번엔 아슬아슬하게 안선생의 차 앞으로 끼어 들었다가 다시 나가는
바람에 안선생은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안선생은 자신의 감정이 노여움인지 당혹감인지도 분간이 안간 채 민경삼의 장난에 정신을 못 차리곤 우왕좌왕…

이윽고 학교로 접어드는 도로가 가까워지자 민경삼은 기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곤 이면 도로로 사라졌다.

길을 접어든 안선생이 잠시 차를 세우곤 숨을 내쉬어 본다. 잠시 생각에 잠긴 안선생… 이건 애들 말로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기사 등록일: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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