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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스퍼의 비극

2024년 7월18일 사진 
1985년 사진 
오충근 기자) 19일까지만 해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자스퍼는 평화로웠다. 할매집(Grand Ma)에는 아이스크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고 팀 홀튼에는 손님들이 한가롭게 아이스 캡을 놓고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이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마이테 핫 스프링(Miette hotspring) 부근에 산불이 거의 진화 단계로 헬기 한 대가 물 폭탄을 싣고 상공을 배회하고 있었고 핫 스프링 뒷산인 Sulphur skyline 입구에 입산금지 한다고 테이프로 막아 놓은 정도였고 핫 스프링은 1시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공고가 있었다.

상황은 21일 저녁 9시 무렵 급변했다. Transfer station 부근에서 일어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미친듯이 번져 통제불능이었고 자스퍼 남동쪽에서 시작된 산불도 자스퍼를 향해 번졌다.
리차드 아일랜드(Richard Ireland) 자스퍼 시장 말에 의하면 화재 원인은 번갯불이었다. 37도의 고온이 며칠 계속되어 더워진 대기, 건조한 산림의 습도는 고작 11%, 거기에 번갯불이 나무를 때려 불이 나기 시작했다. 마침 시속 100킬로미터로 불어오는 광풍에 불은 순식간에 숲을 태우며 사방으로 번졌다.
이 불은 자스퍼 남쪽에서 일어난 산불과 함께 천혜의 휴양지를 불지옥으로 만들었다.

이번 화재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화재로 자스퍼 타운도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자스퍼 동쪽 타운 초입에 있는 Mailgne Lodge가 불에 탔고 자스퍼 성공회 건물도 불에 탔다. 페트로 캐나다가 폭발했다는데 두 군데 페트로 캐나다 중 어느 곳인지 모르겠다. 자스퍼 롯지 골프장도 화마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자스퍼 타운 건물의 30%-50%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다행스럽게 인명 피해는 없다고 알려졌는데 야생동물들은 어디로 대피했을까? 휘슬러 캠프장에서 만났던 앨크 가족들은 무사히 대피했을까?

해마다 봄이 되면서부터 반복되는 산불은 캐나다가 풀어야 할 크나큰 숙제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앨버타만 150군데 이상의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그중 50군데 산불은 통제 불능이다. 통계에 의하면 산불의 70%, 어떤 통계는 90%가 인간에 의한 화재라고 전한다. 고의에 의한 방화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 하나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고 캠프 화이어 하고 난 후 불씨를 남겨 놓고 가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 빚은 최대의 실수는 지구 온난화다.

이번 자스퍼 화재의 경우 계속되는 건조하고 고온의 날씨가 화재 원인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리 여름이라도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자스퍼에 37도 고온의 날씨가 며칠씩 계속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니 전례 없는 고온으로 자스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추위라면 캐나다도 빠지지 않지만 우리는 추위라면 시베리아 벌판을 떠올리는데 시베리아는 작년 6월에 40도 폭염에 시달렸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이니 이번 자스퍼 화재도 인간이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환경보존, 깨끗한 지구 보다 경제개발, 자원개발을 우선 순위에 놓는 사람들은 기후변화, 이상기온이 옛날부터 있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오뉴월에 우박이 내리고 눈이 내리고 겨울에도 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이상 기후는 기록에 남을 만큼 희귀한 일이었지 요즘처럼 빈번하지도 않았고 극단적이지도 않았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지도 않았다.

인간이 빚어낸 최대의 실수, 지구 온난화
이번 겨울은 1871년 캐나다 기상청(Environment Canada) 생긴 이래 가장 따뜻했던 겨울이다. 특히 에드먼턴과 밴쿠버가 역사상 가장 따뜻한 겨울을 지냈다. 몬트리얼은 역사상 두번째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겨울도시의 대명사 에드먼턴은 지난 겨울 눈 없는 크리스마스를 지냈다.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온은 산림을 건조하게 만들어 불이 쉽게 번진다. 강수량의 패턴이 변하면서 더욱 건조해져 산불 발생의 빈도가 높아진다. 지구 온난화로 봄이 일찍 시작되고 가을이 늦게 끝나 산불 시즌이 길어졌다. 기후변화로 바람의 강도가 점점 강해져 불길을 빠르게 확산시킨다.

지난 10년 사이의 앨버타 산불 통계를 보면 2014년에는 1,443건의 산불이 236,000 헥타르의 산림을 태웠다. 2015년에는 1,786건의 산불이 492,000 헥타르를 태웠다. 2016년에는 포트 맥머리 화재가 일어났다. 이 해에는 1,339건의 산불이 611,000 헥타르를 태웠다. 2022년에는 1,246건의 산불이 130,000 헥타르를 태웠고 2023년에는 1,092건의 산불이 2,200,000 헥타르를 태워 최악으로 기록되었다. 올해는 5월에 비가 많이 와서 산불 시즌이 늦게 시작되어 피해가 덜할까 했는데 보물처럼 여기는 자스퍼가 폐허가 되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화석연료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화석연료가 앨버타를 부자로 만들어 준 반면 산불이라는 자연재해를 안겨주었다. 개인이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보다, BBQ 즐긴 후 부주의로 남긴 불씨보다 지구 온난화가 주는 자연재해는 훨씬 심각하고 조직적이고 위협적이다.

지구 온난화는 정치 지도자들이 화재로 폐허가 된 자스퍼를 방문해 슬픈 표정으로 소방대원 독려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필자는 자스퍼 화재 직전 자스퍼에 있는 카벨 메도우(Cavell Meadow)를 올랐다. 카벨 메도우에서는 엔젤 빙하의 전경이 보이는데 천사는 한쪽 날개를 완전히 잃었다. 다른 사진은 1985년 Bob Bartel이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각도와 원근의 차이가 있지만 두 사진을 비교해보면 지구 온난화가 어떻게 자연 경관을 망치는지 알 수 있다.

기사 등록일: 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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