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News
(안영민 기자)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그가 관세 품목에 포함할 지 고민했던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서는 일단 10%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 중국의 수입품에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3대 무역 상대국을 겨냥한 고관세는 2월 4일에 발효된다.
캐나다와 미국은 2020년 7월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통해 전방위로 무관세 효과를 누려왔으나 이같은 고관세로 양국이 높은 수입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와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자유 무역을 통해 긴밀한 경제적 유대 관계를 구축해 온 만큼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양국의 지정학적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CBC 뉴스는 이를 두고 “캐나다 경제가 사형 집행인의 칼날에 서 있다”고 묘사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진화한 캐나다와 미국의 동맹 관계가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캐나다의 석유에 대한 잠재적 예외 조치를 언급하면서 10%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으나 2월 18일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더 광범위한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암시했다.
캐나다 원유에 대한 10% 관세는 가솔린과 난방유 가격의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백악관 관리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 국경을 넘는 이주민과 펜타닐의 흐름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때까지 이 같은 관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3개국에 대한 광범위한 수입세와 그에 따른 보복은 전 세계 경제 활동을 교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들 3개국의 연간 양방향 무역 규모는 2조1천억 달러 이상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유럽 상품에도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철강, 알루미늄, 구리, 의약품 및 반도체에도 수입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자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는 하락하고 금은 급등했다. 캐나다 달러는 31일 트럼프 발언 후 1.2% 떨어졌다. 캐나다 달러는 지난해 4분기 미국 달러 대비 약 6% 하락했다. 올해 초에는 2020년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트럼프는 관세 부과에 대한 금융 시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와 기업 임원들은 관세로 인해 캐나다산 알루미늄과 목재, 멕시코산 과일, 채소, 맥주, 전자제품, 자동차와 같은 수입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 공공 정책 책임자 매튜 홈즈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미국에 먼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주유소, 식료품점, 온라인 결제에서 더 높은 비용이 발생하면서 관세는 경제에 영향을 미쳐 결국 국경 양쪽의 소비자와 기업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 정부는 보복 관세로 맞설 계획이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1일 오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며 캐나다 국민이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의회 예산 책임자 케빈 페이지는 2009년 경기 침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GDP가 2~2.5% 감소하고, 국가적 적자와 부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는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를 포함해 즉각적으로 대응할 관세 보복 리스트를 마친 상태다. 이 목록에는 1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수입품이 담겨 있는데 보복 조치를 취하기 전에 공개 협의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중국은 보복 계획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역 전쟁이나 관세 전쟁에서 승자는 없으며, 어느 쪽이나 세계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앨버타 “10% 관세는 작은 승리”
앨버타주는 원유에 대한 수입세가 25%가 아닌 10%로 적용된 것에 대해 다소 안도감을 표하면서도 소비자들이 받을 압박과 좀더 고율의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2월 중순 이후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앨버타 석유 마케팅 위원회의 전 CEO인 리처드 메이슨은 석유에 대한 10% 관세 가능성은 25%에 비하면 작은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명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통합 에너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미국은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들이 수입할 석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고 우리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석유 중심 탐사 및 생산 회사인 Surge Energy의 사장 겸 CEO인 폴 콜본은 석유 생산자의 관점에서 볼 때 캐나다 석유에 대한 10%의 세금은 25%의 관세에 비해 앨버타 산업에 합리적이고 좋은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이미 관세 가능성에 대비했으며 10%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캐나다 석유 생산업체는 향후 몇 달 또는 1년 동안 판매될 석유 가격을 고정하기 위한 계약에 서명하는 등 위험을 헤지함으로써 관세 가능성으로부터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폴 콜본은 캐나다 석유에 대한 10% 관세가 다니엘 스미스 주수상의 외교적 노력의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