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 캐나다 대학으로 눈 돌린다 - 미국 고등교육 흔들리자 지원자 급증…캐나다 주요 대학 미 유학생 유치 ‘문 활짝’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안영민 기자) 미국의 고등교육이 정치적 압박과 재정 불안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캐나다 주요 대학들이 미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대학 예산을 삭감하고 외국인 학생 비자를 취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캐나다 대학으로 미국 학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는 미국 시민권자의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원 프로그램 입학 절차를 일시적으로 재개했다. Gage Averill UBC 부총장은 “지난해 대비 미국 학생 지원이 27% 증가했다”며 “이는 매우 큰 폭의 증가이며 미국 대학 환경의 변화가 캐나다 대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UBC 측은 미국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로 ▲정치적 안정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 ▲미국 대학 내 대학원 과정 축소 움직임 등을 들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 아래 일부 연방기금이 대학에서 철회되거나 조건부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면서, 고등교육 기관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Averill 부총장은 “최고 수준의 대학을 만들어내는 데는 수세대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공공 교육에 대한 공격은 교육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 대학의 어려움을 이용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캐나다 고등교육 기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UBC 외에도 캐나다 주요 대학들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버나비에 위치한 사이먼 프레이저대학교(SFU)는 대학원 과정의 미국인 지원자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토론토대학교 역시 미국 학생 지원서가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기적 추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교육 정책이 정치적 갈등의 주요 소재가 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캐나다 대학들이 국제적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명문 사립대학인 하버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 22억 달러를 동결했다. 대학 측이 백악관의 요구 사항을 거부한 지 수 시간 만이다. 앞서 백악관은 캠퍼스 내 반 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한 조치라며 하버드 측에 학교 운영, 채용 및 입학 절차의 변화 등을 담은 요구 사항을 전달했는데 하버드는 자신들을 통제하려 한다며 백악관의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미국 학생들의 캐나다행이 계속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캐나다 정부가 2년 전부터 이민 인구를 감축하기 위해 유학생 수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캐나다 유학생들의 비자 거부율은 2023년 32%에서 지난해 52%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