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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_ 2월 24일자
 
13년이다. 그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만큼 성숙해졌냐고 물으면 그냥 나이만 먹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늘이 맑은 캘거리를 떠나 사람이 많은 토론토에서 지내는 것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수구초심같은 마음으로 한쪽이 늘 아리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을 떠나 먼 캐나다에 살면서 고향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이민 첫 정착지인 캘거리는 필자에게 늘 고향이었다.
약 한달 전 김민식 발행인과의 우연한 만남이 있은 뒤 CN드림의 독자들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설레었다. 두려웠다. 한차례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시간이 흘렀고 언론인으로서의 감각은 무뎌질대로 무뎌졌다. 필자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대를 저버릴 것 같고 필자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생뚱맞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러다 과거 필자의 칼럼을 1회부터 수년간 스크랩을 해오셨던 아주머니의 얼굴이 떠올랐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세상읽기 칼럼 하나만 보면 한주간에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한눈에 보게 된다고 독려해주었다. 같은 의도로 이 칼럼이 쓰여질 것이다. 점점 쇠하여지는 필력과 무뎌지는 감각은 독자들의 격려와 채찍질로 담금질하려 한다.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이다. 러시아가 침공한 지 꼭 1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다가오는 봄에 대공세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전쟁 초기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이 서방의 지원에 힘입어 성공한 모습이지만 양쪽의 군 사상자가 수십만 명에 민간인 희생자도 2만명에 육박하는 인도적 재앙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우크라이나를 사전 예고 없이 전격 방문해 군사지원을 약속했다. 미군이 없는 전쟁터를 미국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전쟁으로 세계는 친미와 친러로 재편되는 신냉전시대에 돌입했다는 평인데 그 중심에 미국이 있고 유일한 패권국가임을 과시한 셈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으로 4만7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약 2주 동안 진행되었던 생존자 구조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되는 소식도 이제는 뚝 끊겼다. 하지만 20일에도 두차례 강진이 발생해 추가로 건물이 무너지고 사상자가 생기는 등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백년 동안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로 평가되고 있다.
눈을 돌려 한국을 바라보면 정치분야가 가장 눈길을 끈다. 굵직굵직한 일들이 터지면서 진보와 보수 양쪽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 지금 중립이 없어 보인다. 중재안이 없다. 찬성 아니면 반대만 있기에 사회적 진통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18년 전에 이 칼럼에 썼던 글이다. ‘진영논리’로 프레임을 짜서 그 틀에 국민을 가둬버리는 일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오죽하면 ‘기레기’라는 말이 생겼을까.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대장동이나 도이치모터스 비리의혹 기사들이 식상하다. 너무 많은 이름이 튀어나오고 사건이 복잡해서 팔로잉하고 싶지도 않다. 누가 정의롭고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사실, 이념을 한쪽으로 젖혀놓으면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일베’가 되든 그 반대가 되든 한쪽 진영에 서서 쉴드치는 것이 속이 편할 지 모르겠다. 검찰과 언론이 씌운 프레임에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뉴스를 만드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들이 그들의 진영논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제설정(agenda setting)을 하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차단하고 유리한 사실들은 실현되도록 조장하고 있는 이런 모습이 이어지는 한, 진실은 구름에 가려질 것이다. 관점은 있되 색깔이나 편집방향으로 국한되어야지 공정성마저 포기하면 그게 어디 언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개탄스럽다.
대략 정리를 해보면, 검찰은 지난 16일 대장동과 성남FC 사건을 묶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장동 개발은 공공이 개발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을 안겨준 사건으로 이재명 대표는 이 개발계획의 설계자로 지목받고 있었다.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혐의인데 이 대표는 오히려 이 사업을 통해 성남시민에게 그 이상의 돈을 환수해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부분을 사업비용으로 보느냐 또는 이익산정에 포함시키느냐 검찰과 이 대표 간의 시각차이가 있다.
헌정 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인 만큼 후폭풍이 거세다. 국회 회기중의 불체포 특권으로 조만간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전달될 예정인데 부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의석수가 많은 탓인데, 그럼에도 무기명투표여서 당내 이탈표가 나올 경우 안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예상대로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검찰은 다음달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이후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다툴 예정이다.
검찰은 이 사건들 외에도 이재명과 관련한 10여건의 투망식 수사에 60여명을 투입하고 있다. 마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데칼코마니 같다. 어쨌든 이 대표의 승부수는 대장동 특검 카드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을 묶어 정부수사기관이 아닌 특별검사를 통해 모두 까놓고 심판받자고 나섰다. 정치인인 만큼 정치적인 해법이다.
사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해명하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이 기소되어 일부는 무혐의를 받았음에도 3년동안 이어진 이 사건의 잠재적 피의자인 김 여사만 조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지 않은가.
우리가 사는 캐나다로 시선을 돌려보면, 평소 톡톡 튀는 앨버타의 스미스 주수상의 행보도 주목을 받지만 전반적으로 그녀와 연방정부 트뤼도 간의 엇박자가 좀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앨버타 현지 보다 토론토와 오타와의 주요 언론사들이 오히려 좀더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다.
스미스는 캐나다를 연소 에너지 강국에서 청정 에너지 경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연방정부 계획이 앨버타의 주산업과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없애는 위헌적이고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탄소 배출량 제로 시대로 가야 하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비탄소 분야로의 일자리 창출과 전환이 트뤼도가 말한대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 석유와 가스분야에서 수십년동안 손실될 일자리를 대체할 고임금 일자리를 찾기 위한 광범위한 시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기후와 에너지의 교차점에서 어떤 현명한 해법이 나올까.
필자가 살고 있는 토론토에서는 앨버타의 경제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앨버타주가 캐나다 모든 주의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상승과 기술 붐으로 주정부의 재정흑자는 물론이고 오피스타워의 공실률이 크게 떨어진 점, 주당 평균임금이 가장 높고 이민자 유입이 가장 많은 점들이 토론토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토론토는 경기침체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사를 하는 많은 한인들이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식당 서버 자리도 요즘은 거의 나오지 않아 구직난도 심해졌다. 음식재료비가 많이 올라 음식값을 올리다보니 더욱 손님이 없다고 한다. 장사 못하겠다며 매물로 내놓은 상점도 많고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니 건설업 등 관련업종 종사자들도 일자리가 없어 난리다. 밴쿠버도 마찬가지다. 밴쿠버 부동산시장의 기록적인 침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 youngminahn@hotmail.com)

기사 등록일: 2023-02-24
운영팀 | 2023-02-23 1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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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편집위원이 13년만에 CN드림으로 복귀하셨습니다. 관련기사..
https://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2&code2=0&code3=220&idx=30818&page=0

henrykim | 2023-02-24 20: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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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전에 안영민의 세상읽기가 구수하게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을 들려주어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 다시 시작한다니 기대가 큽니다.
아무쪼록 좋고 유익한 세상이야기들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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