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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의 프리즘을 통해 보는 세상사) 크리스마스 기적
1차대전 서부전선

1차대전 서부전선은 레마르크 반전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유명하다. 그 책은 저자가 1차대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종전 직전에 일어난 전쟁의 비극을 유려한 필체로 그렸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1930년, 1979년에 제작된 영화가 전쟁으로 무너지는 인간성, 허무를 그렸다면 2022년에 제작된 영화는 “전쟁에는 오직 끔찍한 죽음만이 있을 뿐” 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시대에 따라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소설과 달리 크리스마스 기적은 1차대전 초기에 서부전선에서 일어난 실화다.
1차대전은 공식적으로 1914년 7월28일 시작되었다. 그 후 독일군은 벨기에를 거쳐 프랑스를 침공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이 끔찍한 전쟁이 4년씩이나 계속돼리라고는 연합국도 동맹국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계획대로 독일군은 벨기에를 점령하고 파리를 향해 진격을 계속했다. 프랑스군은 후퇴를 거듭했다. 이 후퇴는 계산된 후퇴로 독일군이 파리 부근 마른 강 유역에 다다랐을 때는 진격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보급품 운송이 지연되었고 하루 40킬로미터씩 진격하던 전투병력은 파리 점령을 눈 앞에 두고 지칠 대로 지쳤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전선이 고착되고 양측의 지옥 같은 참호전이 시작되었다. 1차대전 서부전선 참호전은 양측이 100야드-300야드 사이의 무인지대를 두고 참호를 파고 대치한다. 참호 전방에는 철조망을 치고 소총으로 무장한 저격수를 배치하거나 기관총, 박격포 등으로 상대의 진격을 막는다.
참호전이 얼마나 끔찍한 전투형태인가? 비가 내리면 참호는 온통 진흙탕으로 변한다. 군화 속에 물이 들어가 젖어도 말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기록에 의하면 전쟁이 일어나던 1914년 10월25일부터 이듬해 3월 10일 사이에 비가 오지 않은 날은 18일뿐으로 적의 포탄보다 비가 더 무서운 적이었다.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탕 속에서 때로는 허리까지 물에 잠기는 참호 속에서 며칠씩 견뎌야 했다. 진흙 속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에게 참호족(Trench Foot)이라는 질병이 생겼다. 참호족으로 전사한 군인들이 10만명이라니!
보병에게 생명 다음으로 중요한 소총, 총이 진흙에 빠지면 무용지물이 되니 병사들은 소총에 오줌을 누어 ‘총기 수입’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쥐는 병사들의 천적이었다. 기록은 야전에 버려진 시체를 파먹은 쥐는 웬만한 고양이 크기였다고 전한다. 이, 구더기, 파리, 벼룩도 병사들에겐 퇴치해야 할 또다른 천적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불과 몇 분전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가 적의 포격에 갈갈이 찢겨 전사하거나 팔 다리를 잃은 채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물적 인적 자원의 끝없는 소모를 요구하는 지루하고 악몽 같은 참호전이 일차대전 서부전선의 특징으로 사람 목숨을 갈아 넣는 전투였다. 치열한 교전을 벌이던 연합국과 동맹국 모두 겨울이 되면서 전열을 가다듬을 시기가 되었다.

겨울과 함께 찾아온 크리스마스 기적

겨울이 찾아오며 참호전도 소강상태가 되었다. 철조망 너머 무인지대에는 미쳐 수습하지 못한 아군 적군의 시신이 흰 눈에 덮이며 얼기 시작했다. 돌격 앞으로, 수류탄 투척, 귀를 찢는 포격, 기관총 사격, 적군 병사들의 함성 대신 찾아온 정적.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가던 병사들에게 모처럼 평온이 찾아왔다.
겨울과 함께 찾아오는 크리스마스는 병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영국, 프랑스, 독일 모두 기독교 국가로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회에서 음악회, 연극 등으로 평강의 왕 예수의 탄생을 기릴 준비를 했을 것이다. 남자들은 추운 줄 모르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가족들끼리 모여 벽난로에서 장작이 튀는 소리를 들으며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모여 앉아 친밀감과 사랑의 유대를 느끼며 결혼이나 직장 문제로 집에 떠났던 형제자매들 만날 생각에 가슴을 설레며 선물을 준비했을 것이다.
지옥도가 펼쳐졌던 참호전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정확한 기록은 아니지만 독일군 참호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먼저 울려 퍼졌고 영국군 참호에서 어떤 병사가 백 파이프(Bag Pipe)로 화답을 했다. 곧 이어 독일군 참호에서 촛불과 전등으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참호 위로 올라왔다.
뒤이어 독일군 병사 두 명이 참호 밖으로 나왔다. 영국군 저격병들이 소총을 겨누었다. 저격병들은 독일군이 비무장이란 사실을 깨닫고 총을 거두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영국군 참호에서도 비무장 병사들이 나왔다. 뒤이어 독일군 영국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참호 밖으로 나와 캐롤을 부르며 철조망을 넘어 무인지대로 향했다.
그들이 불렀던 캐롤은 Silent night Holy night, Stille Nacht heilige Nacht, nuit silencieuse nuit sainte 로 추정된다. 언어는 달랐으나 캐롤을 부르며 작년, 재작년, 아니면 좀더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고 두고 온 부모님들, 형제자매, 친척을 생각하며 무인지대로 향했다.
몇시간 전 까지만 해도 서로 총을 겨누던 군인들은 무인지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껴안으며 작은 선물을 교환하고 담배를 나눠 피우기도 했다. 선물교환이라고 해야 군모, 식량, 부대 휘장, 담배, 술 등이었다. 무인지대에 방치했던 전사한 동료들을 묻어주고 합동 장례식을 지내기도 했다. 축구 시합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독일군과 영국군,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대치하고 있는 서부전선 거의 전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최고 지휘부의 장군들이 지시한 것도 아니었고 병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기적이었다. 살인과 끔찍한 죽음 속에서도 인간이란 존재는 살아 있었다.
드골 대통령은 당시 아라스 제33보병연대 소속 장교로서 1차대전에 참전했다. 드골 대위(당시)는 병사들이 무인지대에서 독일군과 어울리는 광경을 못 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이어 장교들도 무인지대에서 상대 지휘관들과 악수하고 대화를 나누며 오늘밤 만이라도 전투를 중지하자고 합의했다. 전선에 따라서는 박싱데이(Boxing day)까지, 길게는 1월1일까지 휴전이 이어졌다.
당시 독일제국군 상병으로 참전했던 히틀러는 “프로이센의 군인정신이 어디로 갔느냐?”면서 자발적 정전을 불쾌하게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

다시 찾아오지 않은 기적, 올해는?

기적은 더 이상 재현되지 않았다. 이듬해 크리스마스에는 상대 진영에서 캐롤이 들려오면 집중포화로 대응했다. 기적은 단 1회로 끝났다.
100년전 수백만의 젊은 생명을 갈아 넣은 참호전이 우-러 전쟁에서 재현되고 있다.
지난 가을 헤르손 탈환으로 전선의 움직임이 고착되며 전쟁은 잔인 해졌다. 100년전 참호전의 악몽이 바흐무트 전선에서 다시 나타났다. 두 달 후면 우-러 전쟁이 2년된다.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고 미국도 올해 말 지원이 마지막이 되리라고 선언했다. 순망치한이라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지면 러시아의 다음 목표는 발트3국이나 핀란드가 될 테니 나토는 계속 지원하겠다고 확인하지만 유럽의 지원도 줄어들었다. 관심이 줄어들면 전쟁은 더 무서워진다. 그때부터 지옥도가 펼쳐진다.
가자지구에서도 악마들이 무고한 사람들은 인질로 잡고 잔인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 몇 백명과 가자지구 전체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도 가지지구 민간인을 인질로 삼아 잔인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베르거 감독이 주는 메시지처럼 전쟁은 끔찍하고 참혹한 죽음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참호 속에서 젊은 군인들이 고통을 당하며 죽어가고 가자지구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양쪽의 인질이 되어 지옥 같은 삶을 살며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는데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클로스가 평화 라는 선물을 놓고 가는 기적이 일어날까?

기사 등록일: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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