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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싸늘한 민심’은 누구 탓인가
 
 
1월말경 모르는 전화가 여러번 왔다. 평소 습관대로 무시했는데 기자가 살고 있는 토론토 전화번호인데다 계속 반복되는 전화가 스팸같아 보이지 않아 받았다.
한인회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토론토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를 돕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재외선거인 등록 서류를 보냈던 기억이 났다. 이와 관련한 확인도 이메일로 왔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는 이메일 받았냐는 질문만 했다. 그 확인전화를 십여통 했던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했던 듯 싶은데 그 수고스러움이 경이로웠다. 대한민국 총선과 선거에 대한 교민들의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게 다행일까 싶었다. 그만큼 재외국민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한인단체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며칠 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재외선거인 신고와 신청이 마감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19대 총선에서 45.7%에 달하던 재외국민 투표율은 2016년 20대 총선 때 41.4%로 하락하더니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23.8%로 급락했다. 올해 22대 총선은 아직 집계 전이지만 선거인 등록 추세를 보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토총영사관 관할인 온타리오와 매니토바주에서는 총 3,144명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2,298명보다는 많지만 2020년 21대의 3,529명에 비해서는 줄었다. 전체 추정 유권자 4만2천여명의 약 7.4%가 등록한 셈이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A 총영사관 관할에서는 등록된 유권자 수가 21개 총선에 비해 24.3%가 감소했다. 이 지역 유권자가 17만여명에 비하면 4.1%에 불과하다. 한인 유권자가 10만명이 넘는 뉴욕은 5,319명이 등록했다. 뉴욕총영사관은 5.96%의 등록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밴쿠버총영사관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영사관의 김훈태 선거영사에 따르면 관할 지역에서 22대 총선을 위해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거나 선거인 등록한 사람은 모두 3,140명이다. 국외부재자 신고가 2,804명, 재외선거인 등록이 38명, 영구명부 등록자가 29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추정 선거권자인 30,819명의 10.2%에 해당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총 3,592명이 등록해 당시 추정 선거권자인 36,904명의 9.7%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올 재외국민의 총선 참여율은 양호하다. 10명 중의 1명이 이번 총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인데 등록률로 보면 전 세계 공관 가운데 밴쿠버총영사관의 성적은 상위권이다.

극히 저조한 재외국민의 선거참여율은 오래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한국은 각종 선거가 있을 즈음이면 동네에 온통 벽보가 붙고 거리 유세를 하는 후보자들로 선거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사람들도 모이면 선거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투표 당일날 집근처에서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한 표’에 의미가 더해진다.
우리나라는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재외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 3만명당 재외선거투표소를 1개 설치할 수 있다는 선거법 때문에 밴쿠버총영사관 관할 지역은 밴쿠버와 캘거리 단 두 곳만 투표소가 설치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에드먼튼이든 사스카툰이든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먼 여행길에 올라야 한다. 겸사겸사 볼 일이 있다면 모를까 누가 투표장을 찾겠는가?
토론토총영사관 관할도 마찬가지다. 토론토의 두 곳에서만 투표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매니토바는 물론이고 나이아가라, 해밀턴, 오타와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투표 참여가 불가능하다.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율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투표소가 없는 에드먼튼에서 몇 명이나 선거인등록을 했는지 밴쿠버총영사관 선관위에 물었다. 파악할 수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체적인 집계만 될 뿐 사스카툰이나 에드먼튼 또는 캘거리에서 몇 명이 신고 또는 신청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담당자도 이 부분을 안타까워했다. 지역 별로 현황을 알아야 유권자 동향을 파악해 투표소 관리나 선거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3만명에 1 투표소라는 제한도 문제지만 전체적으로 재외국민에 대한 정책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백 킬로가 떨어진 곳에 달랑 투표소를 하나 설치하고 투표에 참여하라니, 하란 것인가 말란 것인가 묻게 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왜 인터넷으로 하는 전자투표를 할 수 없을까? 또 우편투표는 왜 막고 있을까?
전자투표를 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에스토니아와 프랑스의 사례를 공개했다. 동유럽의 에스토니아는 2005년에 최초로 국내외로 인터넷 투표를 도입해 10여차례 실시했다. 에스토니아는 2002년부터 시민들의 신분증을 전자로 발급해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있다. 카드형태로도 발급되는데, 이는 결제 카드처럼 IC칩이 장착돼 있고 이 속에 개인정보와 디지털 서명이 담겨있다. 이 전자신분증을 활용해 전 세계 어디서든 투표를 할 수 있으며, 2015년 국회의원 선거에는 국민의 약 3분의 1이 온라인 시스템으로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도 도입했는데 재외국민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2009년에 실시했는데 온라인으로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고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받은 두 개의 비밀번호를 입력해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율이 2012년 57.39%에서 2022년 76.94%로 크게 증가한 동기가 됐다.
미국에서는 일부 선거에 시범적으로 이를 도입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보아츠(Voatz)’ 앱을 통해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인증, 얼굴 영상 촬영 또는 지문 인식의 단계를 거쳐 본인 인증을 하게 된다. 2018년 웨스트 버지니아 예비 선거와 중간 선거, 2019년 덴버시와 카운티 지방의 총선과 결선 등 공직선거에 다수 활용된 기록이 있다.
우편투표를 하고 있는 나라는 꽤 된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재외선거를 실시하고 있는 108개 국가 가운데 54개 국가에서 우편투표, 대리투표, 팩스투표, 전자투표 등을 단일 또는 복수방식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편투표제는 국회에 관련법도 나와있지만 여전히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우편투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법률안이 모두 9건 발의돼 있다. 발의자는 여야 의원을 막론한다. 하지만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속 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국민청원도 올라와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우편투표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비밀투표원칙 훼손, 대리투표 등의 우려가 있고 우편시스템이 불안전한 국가에서는 투표지 분실이나 배달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투표 역시 ‘보안성’이 문제다. 투표 기계 화면을 터치해 전자로 기록되는 투표정보도 해킹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프랑스는 2017년 해킹 위험으로 인터넷 투표가 중단됐고 2022년에는 플랫홈 접속이나 비밀번호 발송 등에서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스위스의 경우 2019년에 전자 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하기 전에 해킹위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자투표 사이트 해킹대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온라인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미 2013년부터 이 시스템이 도입돼 정당 당 대표 경선, 학생회장 선거, 아파트 동 대표 선거 등에서 활용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이라는 사이트가 별도로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용을 승인한 기관과 단체에 한해 적용되며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투표할 수 있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또는 지방공사, 교육법에 규정된 각급 학교, 정당법에 따른 정당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재 4월20일까지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공직자 선거에 적용할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공직자 선거에 도입할 계획은 없다. 시범 운영 중이고 적용을 단계적으로 넓혀가야 한다. 안전한 투표 시스템과 관련 법안 등 시스템 외의 인프라도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재외선거는 2007년 도입됐지만 낮은 투표율로 재외선거 폐지론까지 불거지기도 한다. 재외국민들의 선거 참여를 높이려면 온라인이나 우편 투표가 가능해져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기술적인 수준을 갖췄다. 다만 국가적으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온라인이나 우편 투표 방식에 동의하고 그 결과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요구된다. 해킹에 대한 방어와 인증 조작에 대한 법적 제재 등도 동반되어야 한다.
집에서 한국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날은 멀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해본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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