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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타 주민, 전기차 관심 없어…왜 그럴까? - 캐나다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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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의 기자수첩 ) 폴 마틴의 재정 개혁과CPP 개혁

사진: 파이낸셜 포스트  
자유당과 복지
캐나다는 연방정치는 보수당과 자유당이 번갈아 가며 집권을 하는데 복지국가로서 면모를 갖추는데 자유당이 많은 역할을 했다. 1927년 윌리엄 매킨지 킹 총리 때 70세 이상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노령 연금법(Old Age Pension Act)을 제정해 노인 복지의 초석을 마련했다.
노령 연금법(Old Age Pension Act)은 연령 70세 이상, 일정 소득 이하의 노년층, 시민권자, 영주권자로서 일정기간 캐나다에 거주한 자에게 연금 수령 자격이 주어졌다. 재원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50%씩 분담했다.
이 법은 캐나다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연금제도 도입으로 복지국가 기초를 마련했고 노년층 경제적 안정에 기여해 노년 빈곤을 줄였고 정부가 국민에게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신뢰를 주었다.
그 후 1952년 노령 안전법(Old Age Security Act)으로 개정되었다. 처음에는 70세 이상이었으나 그후 65세로 낮아져 더 많은 노년층의 경제적 안정에 기여했다.

CPP 도입
CPP(Canada Pension Plan)는 사회보험 프로그램으로 1966년 자유당 피어슨 총리 때 도입되었다. CPP와 OAS는 캐나다 연금제도의 두 기둥으로 CPP는 은퇴, 장애, 사망 시 소득 보전을 받도록 고안되었다.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연금 대상 소득의 3.6%를 분담금으로 냈었다. 3.6%는 고용주가 1.8%, 근로자 본인이 1.8% 분담했다. 자영업자는 3.6% 모두 부담한다. CPP 수령을 65세로 정해 그 때부터 연금 수령 자격을 부여하는데 본인 선택에 따라 일찍 받을 수도 있고 늦게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금 대상 소득의 3.6% 분담금은 곧 벽에 부딪쳤다. 베이비 부머들의 퇴직이 가까워지면서 간단히 말해 들어오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며 젊은 세대들은 “이렇다 연금 재원이 고갈되어 우리는 분담금만 내고 연금 못 받는다.”는 우려가 생겼다. 그 같은 우려는 1990년대 경제불황이 심화되며 피부에 와 닿았다.

1990년대 경제불황
1990년대 경제불황은 구조적이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었고 미국의 경제 침체는 미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인 캐나다 경제에 직접 악영향을 미쳤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 고금리 (당시 기준금리는 13%로서 모기지 금리는 거의 20%에 다다랐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맞물려 캐나다 경제에는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을 하지만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깨닫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금도 재정적자가 골치거리지만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재정적자는 GDP(국민 총생산) 대비 124%로 이자 내기도 바빴다.
당시 캐나다는 브라이언 멀루니 보수당 정권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장 크리티엥 자유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였다. 크리티엥 총리는 자유당 대표를 놓고 경선을 벌인 정적 폴 마틴을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재정흑자와CPP 개혁, 두 마리 토끼 잡은 폴 마틴
“자유가 아무리 중요해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폴 마틴이 재무장관 지낼 무렵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몇몇 나라들은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로 캐나다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잿빛 먹구름이 끼었다. 마틴 재무장관은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30% 삭감에 반발하는 부서에 60% 삭감액을 내밀어 반발을 잠재웠다.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와 연금 지급, 무상의료 등 복지 시스템은 언제 터져도 터질 시한폭탄이었다. 마틴 재무장관은 불경기가 닥치면 정부는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 대신 정부 지출 대폭 삭감과 예산 절약으로 재정 균형을 이뤄 5년 연속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중앙은행 부채 814억 달러를 갚았다. 부채가 줄어들면서 국가 신용도가 개선되었고 이는 장기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삭감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연구 개발에 투자해 성장 잠재력을 높였다. “교육과 사회 인프라가 없으면 성장이 막힌다. 문제는 균형이다.” 폴 마틴은 국가 재정문제는 당리당략 차원에서 생각해서는 안되고 진영논리를 뛰어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PP 개혁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였다. 마틴이 재무장관 되었을 때 CPP 미 적립 부채는 전체 국가 부채보다도 많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미 적립 부채는 연금 가입자가 받기로 되어 있는 연금에서 가입자들이 납부할 보험료와 적립된 기금액을 뺀 차액을 뜻한다.
이대로 가면 2015년에 연금이 바닥 난다. CPP 파산이 눈에 보이는데 연방정부와 10개 주 정부(퀘벡은 자체 연금제도가 있으므로 실제로는 9개주), 2개의 준주 정부가 따로 노는 캐나다 정치에서 누구도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합심해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틴 장관은 주 정부 재무장관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주 재무장관들을 일대일로 설득하며 고통스러운 대화를 시작했다. 주마다 구구 각색으로 의견이 달랐으나 결론은 보험료 인상(분담금 인상)이었다. 1966년 3.6%로 시작한 분담금은 87년부터 매년 0.2%씩 인상되어 마틴 장관 때는 6.6%가 되었으나 여전히 미흡했다.
“더 내고 덜 받기”는 국민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6.6%의 분담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해2003년까지 7.3%로 인상되고 2030년까지 14.2% 인상이 예상된다는 합의가 도출되었다.
이 같은 합의는 1997년 1월 팀 캐나다의 서울 방문 때 이뤄졌다. 장 크리티엥 총리는 주 수상들과 경제인 기업인 등 350명의 인원들과 함께 김영삼 대통령을 방문했는데 수 수상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합의를 도출하자고 생각해 주 수상들과 최종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앨버타에서는 랄프 클라인 주 수상이 참석했다. 팀 캐나다가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그해 2월 오타와에 주 수상들이 모여 합의안에 서명했다.

정치인은 빠져라
1997년 연금개혁에서 캐나다 연금 투자위원회(CPPIB)가 출범했다. 그리고 캐나다 주정부 유가증권에만 투자하던 방식을 고쳐 다양한 투자를 모색했다. CPPIB는 정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독립된 법인으로 경제 전문가 투자 전문가들이 위원이 되어 전세계 투자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폴 마틴 자신도 “막대한 금액의 연기금 컨트롤 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CPP 기금 운용은 국가의 경제 발전과 사회적 목표, 정치적 상황 등에 영향 받지 않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명확히 규정했다.
연금개혁 후 11년이 지나CPP연금 규모는 전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규모로 성장했다. 이후로도 연금 규모는 계속 커져 2006년 1000억달러에서 2017년 3000억달러로 증가했고 현재는 5,900억 달러로 성장했다.
규모와 더불어 수익율도 늘어났다. 마틴 장관은 ‘위험 대비 수익 극대화’를 CPPIB의 법적 책무로 삼았다. 기존의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벗어나 대체투자 비중을 신속히 늘린 덕에 타 연기금 대비 높은 수익율을 유지했다. CPPIB에 따르면 2022년 9월 말 기준 최근 5년간 캐나다 연평균 수익율은 8.5%에 달한다.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이보다 1.6% 높은 10.1%다.

경기 불확실성 여파에도 선방하고 있다.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하던 지난 2020-2021년 에도 16.4% 수익률을 기록하며 526억 달러 규모의 이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우려가 짙었던 2022년 상반기에는 여타 연기금과 마찬가지로 손실을 피하지 못해 -7%의 성장을 기록했다. CPPIB에 따르면 향후 65년 동안은 은퇴자들이 기금 고갈 걱정할 필요가 없이 노후를 즐길 수 있다.




기사 등록일: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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