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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재앙과 종교
글 : 오충근 기자

-기독교 근본주의는 미신적 교리 보다 마음을 열어야-
2004년 boxing day, 캐나다인들이 물건 싸게 사기에 여념이 없을 때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저 지진(쓰나미)가 발생해 수십만의 피해자가 생겼다. 이번에는 세계 최빈국 중에 하나인 Haiti에서 강도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은 아직 피해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국가로 몰아세워 엎친대 덮친 격이 되었다.
아이티는 쿠바 동남쪽에 있는 카리브해의 이스파니올라 섬에 위치하고 있다. 섬의 1/3은 불어를 사용하는 아이티 공화국, 2/3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1492년 콜롬버스 일행이 이 섬에 상륙했을 때 타이노족, 아라와칸족 등 원주민 800만이 살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콜롬버스 일행을 환영했으나 콜롬버스 일행은 이들을 잡아 유럽에 노예로 팔았다. 기독교 신자인 정복자들은 원주민 말살정책을 펴 4년 후 1496년에는 원주민 숫자가 110만, 1516년에는 겨우 12,000명 남았다. 1555년 이 섬의 원주민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정복자들은 원주민이 사라진 이 섬에 아프리카 노예를 데려왔다. 콩고, 기니, 세네갈에서 데려온 노예들이었다. 대서양 연안에서 거래되는 노예들의 1/3이 아이티로 보내졌다. 1697년 스페인과 프랑스는 이스파니올라 섬을 서부 프랑스령(현재 아이티)와 동부 스페인령(현재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분할했다. 노예들은 담배, 커피, 설탕, 인디고(염료) 재배에 동원돼 프랑스 농장주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 주었다.
아이티는 1804년 프랑스로 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프랑스가 대혁명을 겪으며 혁명과 반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외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때였다. 신대륙에서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 1776년에 이어 두 번째 독립이다. 그러나 미국은 흑인노예들이 독립한 국가를 50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다. 독립의 선두주자 아이티는 그 후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페루, 베네주엘라, 파나마의 독립에 자금, 무기, 병력을 지원했다.
그러나 아이티는 독립 후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열강들의 침략과 32차례의 쿠데타에 시달렸다. 흑인노예국가라고 승인을 거부했던 미국은 19세기말 부 터 아이티에 적극 개입해 아이티 몰락의 장본인이 되었다.
미국은 ‘파파 독’이라 불린 악명 높은 독재자 프랑수아 두발리에를 경제적, 군사적으로 지원하다 1986년 레이건 대통령 때 ‘베이비 독’이라 불린 아들 장클로드 두발리에를 하야 시켰다. 미국의 지원 아래 부자(父子)는 29년 동안 철권을 휘두르며 아이티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런 극심한 정치혼란 속에 자연재해까지 잇달아 아이티를 더욱 빈곤으로 몰고 갔다. 2008년에만 한 달에 4번 허리케인이 몰려와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다.
지진이 일어나 사망자가 20만 명이 될 수도 있다는 초대형 참사에 전세계에서 구호의 손길이 몰려들고 있다. 지금 전세계는 최빈국 Haiti에서 일어난 재앙을 돕고자 형제애를 발휘해 도움의 손길을 펴고 있다. 돈, 옷, 의약품, 식품, 모포나 이부자리 등등. 불행을 당한 이웃을 돕고자 하는 손길은 특별히 종교심이 남 달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 가치이자 양심의 구현이다.
이런 아이티의 불행을 두고 보수주의 복음주의자 팻 로버트슨이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아이티가 당하고 있는 재난이 “악마와 계약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9/11 테러에 대해서도 “낙태 옹호자와 동성애자등 사회 불건전세력으로 부터 사회를 안전히 지키라는 신의 계시”라고 말해 손가락질 받은 적이 있다.
금란교회 김홍도는 2004년 지진 해일이 났을 때 희생자들이 예수를 제대로 믿지 않아 죽었다고 해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대형참사가 생길 때마다 보수 기독교가 “동냥은커녕 쪽박이나 깨는” 발언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은 일부 목사들의 자질문제라기 보다 문자주의, 근본주의 기독교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다.
소외된 이웃, 사회적 약자와 사랑을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 대신 물질의 축복, 출세, 성공, 승리의 삶을 추구하고 예수를 성공과 출세를 위한 도구, 위험에 대한 보험, 천국을 선행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는 미신적 교리가 문제이다.
천국에 관한 것만 해도 누가 복음에 “천국은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 하리니 천국은 너희 안에 있느니라” 했는데 천국은 반드시 죽어야만 가고 선행을 하고 죄를 회개해야 천국 가서 상을 받는다고 하니 천국 가기 위해 선행과 회개로 하나님과 거래 트자는 식의 미신적 교리가 팻 로버트슨이나 김홍도 같은 사람이 생겨나는 근본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신은 악을 통해 역사하지 않고 복수심에 불타 보복하거나 인간에게 고통을 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 아이티 국민들이 겪고 있는 불행과 재난은 인류가 빚진 자의 심정으로 형제애로 함께 극복하고 분담해야 할 과제이다.

기사 등록일: 201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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