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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_ -어느 취업자의 꿈-
이준형씨(가명, 48세)가 한국에서 에드몬톤으로 온건 4년 전이었다. 90년대 후반 혹독하게 불어닥친 IMF사태의 후폭풍을 끝끝내 피해갈 수 없었던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캐나다를 택했다. 자녀들과 부인은 한국에 두고 혼자 몸으로 왔다.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취업 에이젠트 말만 믿고 방문비자로 덜컥 입국했다 600만원 날리고 취업도 못한 채 오도가도 못한 신세가 되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룸 메이트 주선으로 취직을 했다. 고용주가 외국사람인데도 까다롭게 굴지 않고 취업비자도 없는 그에게 일자리를 준 것에 대해 그는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는 600만원 돌려줄 생각도 하지 않는 취업에이젠트를 용서(?)하기로 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사기로 고소라도 하고 싶지만 앞으로 영주권 신청도 해야 하는데 소송에 휘말려 영주권 신청에 지장이라고 있을까 걱정이 되고 방문비자 신분으로 들어와 취업을 했다는 약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만 그런 경우를 당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약간 위로도 된다. 더 나쁜 경우를 당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는 교회를 다닌다.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교회 가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있어 한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신이 정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억울한 사정을 들어줄 신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말 그대로 ‘돈 없고 빽 없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영주권도 없는 나 같이 힘없는 사람의 억울한 하소연을 들어줄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회를 간다. 교회 가면 보이지 않는 신보다 우선 눈에 보이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어울려 커피와 다과를 나누며 한국말도 실컷 하고 생활에 필요한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하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2년 전 가족들이 모두 왔다. 자녀들은 학교 다니고 한국에서 살림만 하던 부인도 일을 한다. 안 하던 일을 하며 힘겨워 하는 부인을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안쓰러운 마음도 잠깐, 일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취업비자도 없이 캐쉬 잡을 뛸 때 남들 보다 일은 더하고 대우는 덜 받던 생각을 하면 오픈 비자로 일하며 제대로 급여 수표를 받는 부인은 행복한 셈이다.
그는 최근에 영주권 신청을 했다. 그가 일하고 있는 분야가 연방정부 기술이민 카테고리에 들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주권 신청을 했다. 취업비자 조건도 까다로워져 매년 비자 갱신해야 하고 통산 4년이 넘으면 귀국했다 재취업 해야 하지만 영주권 받으면 마음 졸이며 비자연장 신청할 필요도 없고 신분상으로도 취업비자 보다는 여러모로 유리하다. 이번에는 엉터리 에이젠트 말고 그 동안 캐나다에서 살아온 경험과 귀동냥으로 찾은 유능하고 정직한 에이젠트에게 영주권 수속을 맡겼다.
그래도 이민국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본인이 준비해야 한다. 서류를 준비하던 중 범죄경력증명에서 제동이 걸렸다. 한국 내 범죄경력증명을 떼는 건 별 문제가 아니다. 영사관 통해서 혹은 한국에 살고 있는 친지를 통해서 발급 받을 수 있는데 필리핀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그는 필리핀 당국이 발급한 범죄경력증명도 필요했다. 이제는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그 나라의 범죄경력증명을 어떻게 발급 받을 것인가?
그는 같이 일하고 있는 필리핀 사람을 통해 필리핀 교민회를 찾았다. 막연히 우리보다 영어는 잘하지만 우리보다 못살고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을 품고 있던 필리핀, 그러나 필리핀 교민회 역량이나 인적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뛰어났다. 그는 우리보다 못살고 가난한 교민회의 도움을 통해 범죄경력증명을 손에 쥐었다.
그는 그게 부러웠다. 그는 에드몬톤 한인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한인회 하는 일에 관심도 없다. 그러나 영주권을 받게 된다면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쓰리고 아픈 경험을 겪게 하는 것 보다 그들은 실질적으로 돕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마음에 맞는 사람 몇 명이 모이면 못할 것도 없다 라는 생각이 든다.
영주권 받게 되면 하늘의 별이라도 딸 것 같은 기분이지만 영주권 받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분이라도 안정된다면 자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은 꼭 하고 싶다. 그 마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몰라도 “꿈 꾸는 자가 꿈을 이룬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기사 등록일: 201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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