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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날/어버이 날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ㅣ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기리 업슬싀 글노 설워 하나이다
이 시조를 지은 박인로는 조선 중기 인물로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가사문학의 3대 봉우리로 알려져 있다. 박인로는 무인으로 임진왜란 때 종군하고 왜란 후에는 무과에 급제해 수군 만호를 지냈다. 생의 전반기는 군인으로 국가에 봉사하고 후반기 생은 낙향하여 시조를 짓고 글을 읽으며 지냈다.

조홍시가는 한음 이덕형이 도체찰사가 되어 영천에 왔을 때 홍시를 대접 받으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지은 시조로 육적의 회귤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육적은 후한 삼국시대 인물로 오나라 사람으로 손권 막하에서 참모를 지냈다. 육적이 6살 때 영향력 있는 군벌인 원술을 찾아 가게 되었는데 귤을 내오자 몰래 소매에 귤 세 개를 숨겼다. 나중에 인사할 때 귤이 소매에서 굴러 떨어졌다. “육랑은 손님으로 와서 어찌하여 귤을 품었는가?” 원술의 말에 육적은 “부모님 갖다 주려고 그랬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회귤고사는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후세에 전해졌다. 제갈량이 손권과 연합해 조조와 전쟁을 하려고 손권을 찾아 왔을 때 손권의 참모들과 토론을 벌인다. 적벽대전의 시발이 되는 손권의 참모들과 제갈량의 설전은 제갈량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는데 육적 차례가 되자 제갈량이 “공이 회귤로 알려진 육랑이군요”라고 묻는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에는 동, 서가 없고 시대도 없고 남녀 구분도 없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정성과 은혜를 생각한다면 일년 365일을 어머니 날로 지켜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지만 그래도 특정한 날 하루를 지정해 부모님 은공을 생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5월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지킨다. 어머니 날은 미국의 안나 마리 자비스가 시작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2년 후인 1907년 5월에 어머니에 관한 기념식을 열고 그 후 어머니 날 제정에 힘을 기울여 1914년 윌슨 대통령에 의해 어머니 날이 제정되었다.

한국은 이승만 시절인 1956년 5월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해 지키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아버지 날 없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해서 1973년 어버이 날로 개정해 지키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 날이나 어버이 날이나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부모의 은혜와 사랑을 생각하는 본질이 중요한 것이다.

안나 마라 자비스도 어머니 날을 시작할 때 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기는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나 그 후 어머니 날이 상업화 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북미에서 어머니 날은 발렌타인 보다 매출이 더 많은 날로 쇼핑몰 마다 대박을 노린다. 그러나 상업화 되는 것이 어찌 어머니 날 뿐이겠는가? 만왕의 왕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도 상업화에 찌들었고 아일랜드의 굶주린 신들을 위한 할로윈도 상업화에 찌들어 초라한 몰골만 남지 않았는가?

어머니가 생존해 있는 사람은 붉은색 카네이션을 어머니가 돌아 가신 사람은 흰색 카네이션을 단다. 중국에서 카네이션을 패랭이 꽃이라 하는데 족보에 들어 가는 꽃이 아니었다. 중국 송나라 개혁 정치가 이자 시인인 왕안석은 “산골짜기 봄이 돌아오니 들판은 온통 분홍으로 덮이는데 찾아와 봐주는 이 아무도 없어 쓸쓸히 동풍 따라 흔들린다네”라는 시를 남겼다.

서울은 올해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카네이션을 비롯한 꽃 값이 크게 올라 어버이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고 한다. 카네이션 한 송이에 5,000원, 거의 5불이다.

카네이션 한 송이로 때우겠다는 게 아니라 카네이션 한 송이에 담겨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붉은 마음(赤心)이 중요한 것이고 부모님을 그리는 순수한 흰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카네이션을 사고 싶어도 드릴 분이 안 계신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정철은 이렇게 노래했다. “어버이 살았을 때 섬기길 다 하여라, 지나간 후엔 애달프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부모님 살아계신 분들은 살아 계실 때 한번 이라도 더 찾아 뵙고 잘 하십시오.

글 : 오충근 기자


기사 등록일: 201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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