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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의 시사칼럼) 노무현, 상록수, 민중가요
 
일년 전 이때쯤 퉁퉁한 몸매의 50대 후반 여자(58세)가 검정 원피스에 선글라스 쓰고 시청광장에서 광장을 가득 메운 관중 앞에서 상록수를 불렀다. 관중들은 노란 풍선을 날리며 상록수를 따라 부르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을 보냈다. 5월29일 발인일 자정에도 전국 분향소에서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상록수가 세상에 나온 것은 70년대 중반이다. 강제입영으로 군에 입대 했다 제대한 김민기는 부평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공장 근로자들 중에는 형편이 안되 결혼식을 못 올리고 동거하는 커플들이 많았다. 김민기는 이런 동료들을 위해 상록수를 작사 작곡해 합동결혼식 축가로 썼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빛을 본 상록수는 78년 양희은이 “거치른 들판에 솔잎처럼”이란 제목으로 취입했다. 처음 가요계 반응은 ‘노래 분위기가 비장하고 엄숙하고 무겁다’고 했다. 이 곡은 시위현장에서 많이 불렀던 곡 중에 하나다. 김민기가 오랜 침묵을 깨고 93년 내놓은 앨범에 상록수가 부활을 했다.
그런가 하면 IMF의 한파가 몰아 닥치던 때 IMF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에 쓰이기도 했다. 박세리의 맨발 샷을 배경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어준 곡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서툰 솜씨로 코드를 짚으며 한 음 한 음, 음정도 조금씩 틀리며 상록수를 불렀다. 아직까지 대선광고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노무현 후보가 연출했다.
상록수를 작곡한 김민기가 ‘아침이슬’을 작곡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한 곡의 노래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는 아침이슬은 1974년 건전가요 상을 받은 곡인데 이듬해 금지곡으로 묶였다. 금지곡으로 묶인 덕에 시위현장에서 부르는 애창곡이 되었고 반체제, 반 독재, 민주, 자유,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곡이 되었다. 아침이슬을 작곡한 김민기는 곡이 마음에 안 들어 찢어버렸는데 그걸 양희은이 집어다 부른 것이 불후의 명곡이 된 것이다.
노래라는 것은 가치중립적이다. 칼이 부엌에서 일하는 주부의 손에 있을 때는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지만 강도의 손에 있을 때는 흉기로 쓰이듯 노래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민중가요라고 하지만 범위는 모호하다.
김광석이 대중가요 가수일까? 민중가요 가수일까? 양희은은 대중가요 가수인지, 민중가요 가수인지? 아침이슬은 대중가요인가, 민중가요인가? 사전적 의미의 민중가요란 “사회운동에서 불리는 노래들의 총칭이다.” 라고 하지만 경계는 모호하다.
하여튼 노무현은 그렇게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고 때때로 현실은 기대를 배반했고 실망 시켰다. 그래도 좋았다. 주가는 올라갔고 펀드도 부동산도 올라 누군가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했다. 경제파탄 이라고 목청 높이던 여자 국회의원은 주가 시세차익 16억을 챙기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재직 동안 범국민적 여가 선용 차원에서 ‘대통령 씹기’가 유행이었다. 고졸 대통령, 비주류 대통령은 조중동의 동네북이었고 조롱거리였다. 퇴임 후에는 돈 문제에 얽혀 하이에나라는 소리도 들었다.
퇴임 후 그는 개밥에 도토리가 되었다. 아무도 그를 지켜주지 않았다. 어쩌면 지켜줄 수 없었을지 모른다. 조선시대 영의정에 해당하는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국무총리 조차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고 하는 판에 누가 그를 지켜줄 수 있었단 말인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손가락질 하며 등을 돌렸다. 그를 위해 말 한마디 거드는 사람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좌회전 등을 켜고 우회전 했다’며 정책상 오류를 지적하며 그를 떠났다. 그러나 그를 궁지에 몰아 넣은 것은 정책상 오류가 아니었다.
한국 정치풍토에서 정적 죽이는 데는 돈, 여자문제가 단골로 등장한다. 한국 같은 정치 풍토에서 특히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인은 없기 때문에 털면 먼지가 나게 되 있다. 여기에는 정치인 개,개인의 품성이나 도덕성도 문제가 되지만 그 보다 한국 특유의 정치 메카니즘 때문이다.
돈 안드는 선거, 돈 안드는 정치를 실험하던 노무현이 퇴임 후 돈 문제로 엮인 것은 아이러니다. 검찰, 언론, 한나라당은 돈 문제로 비주류 대통령을 얽어 매 인민재판, 여론재판에 돌려 아이들이 장난감 갖고 즐거워하듯 온갖 모욕과 굴욕을 안기며 인격살인을 즐겼다. 노무현의 성격상 “너희들에게 놀림감이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렸을 것이다.
대통령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그 동안 세상은 많이도 달라졌다. 대통령이나 장관을 씹으면 고소, 고발되는 세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비 오는 날 먼지가 나게’ 두드려 맞았으나 이젠 법을 이용해 보복하는 세상이 되었고 정부, 여당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리는 세상이 다시 왔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들으며 국민 잘못 모신 것 반성했다더니 이제 와서는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아무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딴소리 하고 있다. 이런 걸 속담에서 “변소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한다.”
공론장이던 촛불은 탄압 당하고 소통은 거부 되었다. 토론은 사라지고 사장의 일방적 지시만 듣고 따르는 주식회사가 되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때’를 그리워했다. 그러나 ‘상록수’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상록수는 낙엽수의 반대말로 ‘잎이 늘 푸른 나무’라는 뜻으로 사철나무, 소나무, 잣나무, 향나무, 전나무, 동백나무 등이 상록수에 속한다. 캐나다에는 여러 종류의 상록수가 있다.
상록수에는 언제나 변치 않고 역경이나 주변 환경에 굴하지 않고 굳굳하게 이겨 나간다는 의미가 담겨있어 옛 부터 선비들의 절개, 지조, 의리를 상징했다.
이제 상록수는 시들었고 신자유주의가 낳은 기득권을 위한 탐욕의 돈 나무만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기사 등록일: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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