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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요즘 본국에서는 외교통상부 장관 딸 문제로 시끄럽다.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전문계약직 5급 특채에 주무 부서 장관 딸이 유일하게 선발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으로 장관 딸 선발을 위해 맞춤형 특채를 한 것 아니냐는 특혜 여부, 공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문제의 장관은 “특혜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미쳐 생각하지 못 했다”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 했다. 그러나 공인으로 국가의 장관직에 오를 정도의 식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장관으로 있는 부서에 딸이 특채로 들어 오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상식은 갖고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있다. 친구 아버지는 초등학교 시절 은사로서 우리는 친구 아버지에게 배웠다. 그 분은 무섭고 엄하기로 학교에서 유명한 분인데 성씨가 함씨라서 별명이 ‘함 호랑이’였다. 그분은 벌을 세울 때, 회초리로 종아리 때릴 때 아들에게는 몇 배 더 가혹하게 대해 그 친구는 따따블로 혼나기 일쑤였다.

우리가 철이 들어 찾아 가 지난 이야기를 할 때 그 분은 “남의 자식 맡아 가르치면서 내 자식에게 엄하지 못하면서 어찌 남의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겠는가?”라고 하셨다. 체벌이 교육적이냐 아니냐 라는 문제를 떠나 지극히 상식적인 말씀이었다.

남의 자식을 가르치려면 내 자식에겐 더 엄한 잣대를 대야 한다는 상식이 우리 부모세대만 해도 통했다. 중학교 때 한문시간에 배운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화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상식이 문제의 장관에게 있었다면 딸 문제로 언론에 오르내리다 사퇴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기본적인 상식조차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런 일이 에드몬톤 교민사회에도 생겼다. 기존의 한글학교가 있는데 한인회에서 한글학교를 또 만드는 것이다. 그런 소문이 몇 달 전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학생모집 한다는 공고가 나왔다.

에드몬톤에는 이미 세워진 지 30년이 되는 한글학교가 있다. 그 한글학교에는 교민들의 손때가 묻어 있고 교민들의 애환과 정성이 묻어 있다. 이민 온지 오래된 교민들은 어렵게 한푼 두 푼 벌어서 한글학교에 기부금 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또 다른 한글학교 세우는데 동조나 묵과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한글학교에 와서 교사로 봉사한 사람들도 있고 기부금 낸 사람들도 있고 몸으로 마음으로 봉사한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이민사회 정신유산인 한글학교를 잘 키우고 보존해 후세에 물려 주는 일에 중지를 모아도 부족한데 한글학교를 또 세운다니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에드몬톤 한인 인구가 십 만 명 이라면 과밀학급 해소 차원에서 한글학교가 한 개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유학생 포함, 고작 만 명 넘는데 무슨 한글학교가 두 개씩 필요하단 말인가.
이민 온지 30년 되었다는 어떤 교민은 전화로 “이러다 한인회도 두 개 생기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한글학교를 하나 더 세우려고 나름대로 타당성 조사도 했을 테고 한글학교를 세워야 할 당위성이나 논리도 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감정 때문이다. 한인회 전 이사진들과 전, 현 한인회장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2008년 회장선거에 따른 법정소송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그리니 이번 기회에 보기 싫은 사람들 안 보고 우리끼리 만들어서 해보자는 심사다.

거기다 고소, 고발문제까지 겹쳤다. 한인회에서는 전 이사진을 이사사칭 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데 고소금액 1/20만 자진 납부하면 고소 안 한다는 편지를 전 이사진들에게 했고 전 이사진들은 이에 반발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면서 전, 현 한인회장을 문서위조로 법정에 고발하는 사태가 생겼다.

전 이사회 이사진들과 전, 현 한인회장이 벌이고 있는 한 판의 치킨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양쪽을 중재할 수 있는 교민사회에 존경 받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있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에드몬톤에는 그런 존경 받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없어 보인다. 결국 어느 한쪽은 깊은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러나 고소를 하던 고발을 하던 그건 그것대로 법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이지만 한인학교가 두 개가 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한글학교만 피해를 입는 것이다. 2세들에게 한국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고 한글을 가르치는 2세 교육이 어른들의 싸움에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 미우면 사람이 미운 것이지 학교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국가간에 전쟁을 하더라도 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아무리 적국이라도 민간인 학살이나 부녀자 강간은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전쟁의 승패를 떠나 반 인륜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지금 에드몬톤은 전 이사진과 전, 현 한인회장이 서로 고소, 고발을 하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에드몬톤 한인사회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또 다른 단체를 만드는 것, 이런 일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운 감정, 싫은 감정은 사람끼리 생기는 것이지 제도나 단체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 한글학교 두 개 생기는 것을 시발점으로 한인회도 하나 더 생기고 여성회도 하나 더 생기고 도서관도 두 개 된다고 생각해 보라.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것은 승패가 가려지겠지만 단체가 두 개씩 생기는 것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교민사회에 분열과 반목, 상처만 남기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요, 교민 역사에서 심판 받을 일이다.

교민단체가 두 개가 된다 해서 안 될 것은 없다. 임의단체요 친목단체, 봉사단체인 교민단체가 두 개 된다 해서 안 될 것은 없지만 교민 만 명인 에드몬톤 한인사회에 한인회가 두 개 된다 생각해 보라. 교민 행사에 150명, 많이 모여야 200명 인데 두 개로 나눠진다면 간단히 산술적으로 생각해서 교민행사에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옹기종기 모이는 것이다.

한글학교 관계자 말에 따르면 한글학교 등록학생이 약 100명 정도라고 하는데 한글학교가 두 개 생긴다면 그게 시장성이 있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나 요인이 없으니 결국 장님 제 닭 잡아 먹기에 불과한 일이다. 대부분 이민 온 사람들의 목적이 2세 교육인데 2세 교육시설 중 하나인 한글학교를 인질로 삼는 일은 정말 해서는 안될 일이다.

온 국민의 분노 속에 특혜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외교통상부 장관 딸 채용 특혜 시비는 상식적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되 그 일을 거울삼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회가 발전하고 진보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청와대나 외교통상부에서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했을 것이다. 적당히 뭉개다 미안하다 한마디 하면 될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한 민심의 소재를 언론을 통해 감지한 청와대에서 사태수습을 위해 나섰다. 민심을 거스르면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본국정부는 민심과 여론이 무서워 비상식적인 사태의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에드몬톤 한인회 집행부는 교민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이 전 이사진을 상대로 물 불 안 가리고 니전투구(泥田鬪狗)를 벌리고 있다. 전 이사진과 전, 현 한인회장간의 법정 시비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로 잘한 것만 있고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니 솔로몬의 지혜로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민사회가 깨어있고 교민들이 깨어있어 “나 한 명 없어도”가 아니라 “ 나 한 명 이라도” 교민사회를 감시하고 교민사회 여론형성에 참여해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에드몬톤 교민사회의 주인은 한인회 전 이사진들이나 전, 현 한인회장이 아닌 교민들이란 것을 보여줘 자라나는 2세를 위해 2세 교육기관인 한글학교는 중립지대로, 안전지대로 남겨놓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사 등록일: 20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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