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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분노하는 파라오의 후예들
혁명에는 전염성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때 이웃국가 군주들이 전전긍긍하면서 혁명의 불길이 옮겨 붙는 것을 막아보려고 애를 썼던 것도 혁명의 전염성 때문이었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스스로의 개혁을 통해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고쳐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겠지만 개혁은 사회의 핵심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치게 마련이라 대부분 개혁은 조삼모사식의 속임수 개혁이나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개혁으로 끝나 국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결국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집트 소요사태는 튀니지에서 옮아왔다. ‘북아프리카의 진주’ 튀니지에서 26세 청년이 분신을 했다. 모하메드 부이지지라는 청년은 무허가 청과물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경찰 단속에 청과물을 빼았겼다. 그는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소용이 없자 온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1월4일 그는 사망했다.

청년의 사망이 장기집권, 부패, 만성적 실업에 짓눌린 튀니지 국민을 분노케 했고 결국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망명길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한 청년의 분신이 23년 권좌에 있으며 철권통치를 하던 독재자를 몰아낸 계기가 되었다. 마치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한국사회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듯이.

벤 알리는 거세지는 시위를 막으려고 군부에 진압명령을 내렸으나 진압군은 발포를 거부했다.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4.19, 이번 튀니지의 자스민 혁명등 민중혁명에서 진압군의 발포 거부는 혁명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 중에 하나다. “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지 국민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이 아니다”

이웃나라 튀니지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는 1월25일 무라바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다. 1주일째 계속되는 시위로 시위가 벌어지는 타흐리르(해방) 광장은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이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무라바크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불공정한 사회구조로 인해 생기는 불평등, 만성 실업, 빈곤 때문이다. 이들은 민주화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고 있다. 그 새로운 세상이 이란처럼 극단적 회교원리주의 사회가 될지 서구식 민주주의 사회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집트 국민들의 시위에 동조해 미국과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동조 시위가 일어났다. 서울에서도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동조시위가 있었고 토론토, 몬트리얼, 밴쿠버를 비롯해 에드몬톤 다운타운 처칠 광장에서도 동조시위가 있었다.

국제역학상 이집트는 미국에 중요한 국가다. 미국 중동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이란 핵 문제 해결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해결보다 우선순위다. 이란 핵 문제는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이란 핵 문제와 북한 핵 문제가 별개 사안이 아닐뿐더러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직결 되는 중요한 문제다.

북한과 이란이 핵 개발로 관계를 갖고 있고 이란에 미사일을 판매한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으로 북한제 BM-25 미사일은 핵 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로 이란에서 발사하면 독일 베를린까지 타격할 수 있다.

또한 이란의 미사일 보유는 미국이 이란을 이라크처럼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페르시아만뿐만 아니라 인도양의 미국 항공모함의 작전이 이란의 미사일 사정거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란 핵 문제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이집트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회교 혁명정권이 들어서 통제 불능이 된 이란처럼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사다트 대통령이 회교 강경파에 암살 당한 후 대통령에 된 무라바크는 미국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착한 대통령으로 30년 장기집권 하고 있고 미국은 그 대가로 이집트에 연간 15억-20억에 달하는 경제, 군사 원조를 하고 있다.

이집트는 중동의 골수 반미국가 이란과 견원지간이다. 그러나 이집트는 이스라엘과는 친선적 외교관계에 있고 하마스(회교 저항단체 및 정당)와도 관계를 갖고 있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 추진에 미국 대리인으로 이집트와 하마스가 협상을 할 수 있어 중동의 미국 영향력과 국익 확보에 이집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은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미국이 무라바크에 개혁의 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집트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 시아파 계통의 반미정권이 들어선다면 미국으로서는 최악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바라는 최선책은 무라바크 체제 내의 개혁, 차선책은 무라바크가 퇴진하더라도 유사한 친미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무라바크라는 카드를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군부의 향배도 중요하다. 군부가 국민의 편에 설 것인가 독재자의 편에 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까지 군은 국민들과 적대적 관계를 갖지 않고 있고 국민들도 군에 대해 호의적이다. 그러나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무라바크는 부통령 과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군 지휘소에 나타나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소요사태가 일어나자 27일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해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엘 바라데이는 “새로운 정부형태를 놓고 군과 협상하고 싶다”면서 “군은 이집트와 무라바크 중 하나를 택하라”고 타르히르 광장에서 시위대와 함께 군의 선택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국제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인 엘 바라데이가 무라바크가 퇴진 이후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안개 속에 가려 있다. 그가 무라바크 정권의 박해를 피해 외국으로만 돌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사태 추이에 따라 군부를 설득해 무라바크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집트 육군총장의 방미와 이집트 국방장관과 미국 국방장관의 장시간통화가 미국이 이집트 군부를 설득해 무라바크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군은 시위군중을 진압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 쿠데타와 80년 광주를 경험한 한국인들은 이집트 시위를 바라보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적 저항을 바라보는 군부의 판단이 한 국가의 장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최후의 선택은 이집트 국민이 하는 것이다. 한국의 6.29와 같은 미온적 타협에 만족 할 것인지 아니면 이웃나라 튀니지에서 보여준 것처럼 ‘짜릿한 국민의 승리’가 될 것인지.

이집트의 혁명적 사태가 친미성향 일변도의 중동국가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중동에도 자유화 바람이 불 것인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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