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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한국인과 인종주의
샘 쿡(Sam Cooke)이라는 흑인가수가 있다. 그가 부른 노래로 생각나는 곡이 You send me, Wonderful world, Teenage sonata, Moulin Rouge 등이다. 그는 1964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L.A.호텔에서 총격으로 숨졌는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그의 죽음에는 인종차별이라는 짙은 그림자가 음울하게 깔려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샘 쿡이 죽던 해에 죤슨 대통령이 공공장소, 선거, 고용에서 흑백차별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해라는 것이다. 지금은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한 미국사회가 인종차별의 벽을 넘었을까? 누구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지난 50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인간을 인종적으로 분류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의 분류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햇볕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영양공급이 부족할 경우 짙은 피부색을 갖고 있으면 구루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므로 북유럽인종의 특징인 금발, 흰 피부, 푸른 눈은 지역적 특성에 따른 진화의 결과이다.더구나 이런 요인들이 다른 유전적 특성들은 전혀 변화 시키지 못한다는 것으로 피부색에 의한 분류는 인간들이 자의적 분류로 외국인 혐오증이나 인종주의는 사회적 관계이며 사회적 현실이란 것이다.
한인종을 다른 인종과 구분시킬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는 무의미하나 현실적으로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한달이 조금 넘었는데 노르웨이에서 금발의 푸른 눈 흰색 피부를 가진 32세의 청년이 유럽의 다문화정책 반대, ‘이슬람 이민자들을 내쫓아 기독교문화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로 자국민을 공격 학살해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했다. 두 번에 걸친 공격으로 사망자만 84명이 생겼다.
그 청년에게 이슬람 문화에 대한 반감을 심어준 것은 유럽사회인데 유럽사회는 그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는 듯 하다. 그 청년의 일탈(?)은 한국사회에도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켜 그의 행위에 동조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 청년 테러범은 만나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으로 이명박을 꼽았고 민족을 잘 보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유럽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한데 유럽에서 이슬람 이주자들을 유럽 문화에 동화하지 못하는 잠재적 문제세력으로 간주하듯 한국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이민 온 후 처음 서울 구경 한 것이 2000년 가을이었는데 서울은 놀랄 정도로 달라져 별천지에 온 기분이었다. 겉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문화 인프라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달라진 것 중 한 가지다. 서남 아시아 인, 월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들이 많았고 서양여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서양여자 중에는 러시아 여자들이 많았고 서남 아시아인들은 대개 안산 반월공단 등 공단지역에서 일하고 있었다.
2000년 서울 갔을 때 친구를 만났는데 마침 친구 딸이 파키스탄 남자와 결혼을 해 신혼살림 중이었다 친구는 내 앞에서 사위 이름을 안 부르고 꼭 ‘파키스탄 XX’라고 했다. “그거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타일러도 친구는 아랑곳 없이 “저 거지XX들이 범죄 천국 만들어 놓는다.”며 성토에 열을 올렸다.
서남 아시아, 동남 아시아에서 온 근로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한국인들이 꺼려하는 험하고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데 그 친구뿐 아니라 전체적 분위기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긍정적인 것이 아니고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무시해도 좋은 거지 취급을 하는 부정적 인식이 더 많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약소민족이라고 부르며 ‘항상 당하고만 살았다’는 피해의식 속에서 살았다. 조선 말부터 쇠잔해가는 국력 속에서 구미 열강에 당하고 일본에 식민지로 예속된 역사적 경험이 ‘당하고만 살았다’는 피해의식을 느끼게 하고 있다.
또한 해외 취업 해외 이주가 빈번해지면서 유럽이나 북미로 생활터전을 옮기는 한인들이 많아지면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만 사는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관한 한 한인들은 피해자 겸 가해자다.
좋은 예로 ‘만보산 사건’을 들 수 있는데 그 사건과 관련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분은 필자의 친척으로 할머니의 조카인데 아버지께서는 그분을 ‘도마다리 형님’이라고 부르셨다. ‘도마다리 형님’은 기골이 장대한 장사로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말술을 마다하지 않는 대주가였는데 그분은 아버지와 술을 마시면서 만보산 사건 때 ‘뙤놈들’ 때려죽인 이야기를 가끔 하셨다.
만보산 사건은 1931년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화교에 대한 테러로 화교들의 피해가 자료마다 다르지만 사망이 약 120명-150명, 중상 500여명, 실종이 90명 정도다. 화교에 대한 테러가 가장 먼저 일어난 곳이 인천으로 자유공원에서 인천역 쪽으로 기슭에 중국촌이 있다. 우리는 그곳을 청관(淸館)이라고 불렀다. 청관에는 전국 짜장면 집 1호인 공화춘이 있었다.
만보산 사건은 일본 제국주의가 중국인-한인을 이간시키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서 비롯되었고 조선일보가 그 술수에 놀아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당시 조선일보는 지금처럼 망가지지 않은 민족주의자들의 총 본산지였는데 제국주의에 이용당하는 실수를 했다.
만보산은 만주 장춘 부근인데 그곳에 수로를 놓고 중국 농민들과 한국에서 이주한 농민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이 분쟁을 기화로 일제는 한국인도 일본천황의 신민이라며 중국농민들에게 발포했다. 다행이 피해자는 없었다. 그러나 일제는 중국관헌들에게 한국 이주농민들이 박해를 당하고 중국 노동자들 때문에 한국인들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소문을 퍼뜨려 반중 감정을 자극했다.
결정적인 것은 1931년 7월2일, 3일 조선일보가 발행한 호외로서 중국관민 800명과 조선동포 200명 충돌 부상, 동포 안위 급박, 일본 주둔군 출동준비 전투 임박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오보였다. 이 오보로 인해 7월3일 새벽부터 인천에서는 청관을 비롯한 중국인 상점과 가옥에 대한 투석과 방화가 시작되었다. 중국인에 대한 테러는 전국으로 퍼졌다.
만보산 사건에는 요언(謠言)도 한몫 했다. 정감록에 어양망어고월(魚羊亡於古月)이라 했는데 무슨 소린고 하니 魚와 羊을 합하면 선(鮮) 즉 조선이다. 古月을 합하면 호(胡) 중국이 되니까 말하자면 조선이 중국에게 망한다는 소리다.
정감록 등 비기를 적은 책이나 성경 등 종교 계시에 관한 책은 해석하기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그래서 성경을 왜곡해 사이비 교주들이 7선녀에 둘러 쌓여 호의호식하며 지내거나 인종차별 성차별 소수자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노르웨이 그 청년 테러범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들었다. 그런데 만보산 사건에 정감록이 한몫을 했으니 앞으로는 정감록이나 성경을 이용한 테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사 등록일: 201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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