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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의 계시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
9년 가까이 끌어온 이라크 전쟁이 끝났다. 외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리언 패데타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 현지 시간18일 오전 6시59분 이라크전 종료 명령서에 서명해 이라크전 공식 종료를 선언했다.
명령서 서명 30분후 오전 7시30분 이라크에 주둔하던 미군 병력은 쿠웨이트 국경인 카바리 초소를 넘어 쿠웨이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2007년 17만명이 주둔했던 미군 병력은 현재 5,500명 남아 있고 이번 12월31일까지 전원 철수하며 이라크 내 미군기지는 폐쇄되며 2009년 이라크에 이미 치안권을 넘겨준 미군은 대사관 경비병력만 남는다
이에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공수부대를 방문해 이라크전 종료를 선언하며 이라크전 참전 장병들에게 “Welcome home!”을 되풀이했다.
2003년 3월20일 미군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쟁은 사담 후세인을 체포해 법의 심판에 넘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8년 9개월 지속된 전쟁으로 10만명이 넘는 이라크 국민이 죽고 미군은 4,500명이 전사하고 32,000명이 부상을 입는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3개월 후인 6월 죠지 부시 미국 대통령(당시)은 팔레스타인 정치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으로부터 사명을 부여 받았다”고 말하면서 “이라크 독재를 끝내라고 말 해서 그에 따랐다.”고 신의 계시를 언급해 이라크 전쟁에 대해 도덕적이고 종교적 의무를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신의 계시대로 이라크의 독재를 끝내고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전쟁은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미국 내 기독교인 사이에 갈등부터 일으켰다.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 기독교인들은 전쟁 찬성 반대로 갈라져 논쟁을 벌였다. 남침례교, 오순절교회를 비롯한 몇몇 복음주의 교단은 전쟁을 찬성한 반면 대부분 다른 교단들은 전쟁 반대를 했다.
흑인 노예제도, 천동설 등을 성경에 근거한 진리라고 해석하는 복음주의자들은 독일 기독교가 전쟁광 히틀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이래 이라크 전쟁도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80%가 지지해 기독교의 양심이 살아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 내 기독교 갈등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우방과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일으켰다. 영국이 적극 동조했고 호주, 폴란드, 한국 등 우방국은 미국의 지시에 따랐으나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는 참전을 거부해 미국을 못내 섭섭하게 했다.
장 크레티앙 캐나다 총리(당시)는 부시 대통령의 전쟁 참여 여부의 최후통첩을 받고 “캐나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해서만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점잖게 한 마디 했다. 우리 속담에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듯 크레티앙 총리는 안면근육 마비로 입이 약간 비뚤어졌지만 말 만큼은 바른 말을 해 의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크레티앙 총리의 이라크전 불참 선언은 월남전 이후 미국의 국제정책에 캐나다가 제동을 건 것으로 기록 될 것이다.
전쟁을 시작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정치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명목상 내세운 동기는 대량살상무기가 세계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와 후세인의 독재였다. 그러나 전쟁의 주요 동기가 되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 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신의 계시를 무색하게 했다.
대신 호주 국방장관이 무심코 뱉은 한 마디가 이라크전의 성격을 가늠하게 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2007년 7월 호주 국방장관 브렌단 넬슨은 기자들의 질문에 “호주가 이라크전에 참전한 이유는 중동지역의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 이라고 정직한 답변을 해 물의를 빗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회고록에서도 넬슨 국방장관과 비슷한 이야기가 실렸다. 회고록에서 그린스펀은 “이라크전의 주된 원인이 석유 때문이란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이 서글펐다.”고 회고했다.
그러니까 신의 계시를 받아 대량살상무기를 파기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이라크 국민을 독재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부시 대통령의 말은 허언(虛言)이었다. 더욱이 2004년 10월 파견단이 “대량살상무기 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고는 이 전쟁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 시켰다.
이라크 전쟁은 천문학적 전비와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으면서도 결과는 신통치 않다. 미군이 떠난 자리에는 알 카에다 등 반군조직이 들어오고 있다. 알 카에다는 지난 11월 말에도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시다발 폭탄테러를 감행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라크 정부는 알 카에다와 후세인 정권의 친위조직이었던 바트 당의 각종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현지 언론들은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이란을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의 비호아래 지난 3월 총선을 치렀으나 어느 정당도 총리 인준에 필요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해 아직 정부 구성도 못하고 있다. 시아파 친미정권은 집권연장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권력 공백상태에서 이란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9년 가까이 끌어 온 이번 전쟁으로 미국은 경제가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르고 있고 이라크는 온 국토가 전쟁의 상처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미군이 떠난다는 기쁨보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공포, 두려움이 이라크 국민들의 가슴을 누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은 영토와 자원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옳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면서 “이라크전쟁은 지나간 역사가 될 것.”이라며 이라크전쟁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지만 그 시간 바그다드의 어떤 이라크 여자는 “9년 전쟁 동안 내게 남은 것은 두 동생과 가족들의 죽음뿐”이라면서 “날 마다 폭탄이 터지고 사람이 죽어가지만 정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암울한 현실을 걱정했다.

기사 등록일: 20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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