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기자수첩)캐나다의 봄 같은 겨울 이야기

우연히 대학 여자동창을 지하철에서 만나는 김광석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노래 가사에 ‘지루했던 날씨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슴 한 구석에 쌓아 두었던 사연은 접어두고 날씨 타령이나 하는 게 지루했겠지만 요즘 앨버타 날씨 아니 캐나다 전역의 날씨 이야기는 전혀 지루하지 않은게 포근하고 감미로운 1월 날씨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0월 장기 일기예보에서 미국 기상예보 전문인 애큐웨더(AccuWeather.com)는 캐나다 올 겨울이 예년 겨울보다 춥고 특히 B.C.주 와 앨버타 주는 라니뇨 현상으로 폭설과 혹한이 몰아칠 것이라고 겁을 주었는데 실상은 그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라니뇨 현상이란 적도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서태평양의 해수온도 상승으로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원래 찬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더욱 차가워져 서진하게 된다.
라니뇨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이라는데 이 현상이 일어나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에는 격심한 장마가, 페루 등 남아메리카에는 가뭄이, 그리고 북아메리카에는 강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현상의 발생과정, 활동주기, 기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하여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캐나다 환경부도 장기 일기예보에서 서부 4개주(B.C. 앨버타, 사스캐추원, 매니토바)가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고 예보하며 혹한이 2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는데 현재로서 그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부들이 농사 짓는데 참고가 되는 책력(almanac)에 의하면 12월 성탄절 즈음해서 애드몬톤과 주변에 30cm 정도의 눈이 내렸어야 했으나 눈 구경한 사람들은 없었다.
1월4일 에드몬톤 공식 최고기온은 영상 11.7도로 1947년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한 이래 지난 일요일, 8일도 기록에 도전했으나 영상7도로서 1926년 기록 8.9도에는 못 미치지만 거의 육박하는 수준을 보여 ‘추운 에드몬톤 겨울’이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그날 필자는 개인적인 일로 Edson을 다녀왔는데 봄날을 연상케 하는 포근한 날씨에 경찰은 잠재고객들이 속도를 “좀 낼 것”으로 예상하고 고속도로 요소요소에 포진해 먹이감을 기다리는 기민한 모습을 보였다.
일요일 기록 도전에 실패한 에드몬톤 날씨는 월요일 다시 기록에 도전해 영상 7.4도를 기록함으로 종전기록, 2001년의 영상 5.6도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에드몬톤뿐만 아니라 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 브룩스도 각각 영상 10.3도 와 13.6도를 기록해 종전 기록 영상 6.8도 와 9.5도를 경신했다.
기온에 관해 신기록을 쏟아놓는 것은 에드몬톤과 그 주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앨버타, 나아가 캐나다 전역에 해당되는 것으로 일주일이 채 안되는 기간에 전국 30개 도시에서 두 번이나 종전기록을 경신하는 기록 풍년을 이뤄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가 캐나다 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신의 축복을 연상케 하는 이렇게 따뜻한 겨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로 재작년 겨울을 우리는 온난한 분위기 속에서 지낸 기억이 있다. 2년전 이맘 때 캐나다 환경부 수석 일기예보관 데이비드 필립은 “환경부에서 일한 지 40년만에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며 혀를 둘렀다.
재작년 겨울 기온은 캐나다 환경부에 기상청이 생긴 1948년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로 겨울 평균 기온이 영상4도를 기록했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는 않았으나 이번 겨울이 재작년 겨울의 평균 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으로 얼마나 추울 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바로 전 해인 2009년 12월13일 에드몬톤 시민들은 북미주에서 가장 추운 날씨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날 공식기록이 영하 46.1도 체감온도 영하 58.4도로 세계에서 두 번 째로 추운 날씨였다. 그날 에드몬톤 시민들은 기록적 추위속에서 나무가지에 핀 눈꽃(snowflake)에 매혹 되어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에 탄성을 질렀다. 그날 가장 추웠던 곳은 시베리아의 Dzalinda라는 도시로 영하 48도를 기록했다.
따뜻한 겨울뿐만 아니라 눈이 좀처럼 내리지 않는 것도 이번 겨울의 특징이다. “ 눈 안 오면 좋지 뭘 그래?” 에드몬톤뿐 아니라 캘거리 리자이너, 위니펙등 대표적 눈 도시들의 12월 평균 적설량은 30cm에 달하나 이번 12월에는 고작 5-10cm에 그쳤다. 보통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덜 부는 게 앨버타 겨울의 특징인데 이번 유별난 겨울 날씨 때문에 산불 방지 센터에서는 때 아니게 1월에 산불 걱정을 하고 있다.
강설 기록을 보면 올해 여태까지 에드몬톤 지역에 내린 눈은 총계 33cm인데 작년이맘 때 기록 53cm에 약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 작년 1월 말까지 강설 기록은 100cm가 넘어 작년 1월은 한 달도 채 못되는 기간에 50cm 이상 눈이 내리는 가장 눈이 많이 내린 달로 기록 되었다.
올해는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아 스키어들이 울상이다. 에드몬톤 노르딕 스키 클럽은 골드 바, 캐필라노 방면 트레일은 전멸 상태라고 한숨을 짓고 있다. 울퉁불퉁한 빙판으로노면이 엉망이라 스키 타기엔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제설장비 판매업자들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제설장비 업자들이 파리 날리는 대신 염화칼슘은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20년 넘게 에드몬톤에서 살아온 바로는 춘분이 지나서도 폭설이 쏟아지거나 눈이 펑펑 쏟아지는 크리스마스 같은 부활절을 세번이나 경험했다는 사실이니 이대로 끝날 것 이라고는생각되지 않는다.
춥고 눈 많이 오던 겨울이 마치 지나간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포근하고 온화한 겨울, 따사로운 햇살을 쪼이고 있노라면 햇살을 따라 축복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진정한 축복일까? 이 문제에 대해 데이비드 필립은 명쾌하게 결론은 내린다.
“폭설이 출근길의 샐러리맨들에게는 재앙이겠지만 가뭄을 걱정하는 농부들에게는 축복이다. 웃는 사람이 있으면 우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나 일반적으로 이렇게 눈에 인색하다면 잠재적 물 부족, 수분부족에 따른 토양의 건조화, 산불의 증가, 병충해의 극성 등의 자연재해를 초래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한다면 겨울다운 겨울이 가장 좋은 겨울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번 겨울은 봄처럼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보낼 수 있는 걸까? 기상 전문가들은 대부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화요일부터 기온이 떨어져 영하 13도를 기록할 것 이고 주중에 최저 영하 20도 최고 영하10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맘 때 보통 평균 기온은 낮 기온 영하 8도 밤 기온 영하 19도니까 예년 기온을 회복하는 것이다.
날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오직 신 만이 알고 있지만 겨울 속에 봄 같은 날씨에 눈 마져 내리지 않는 겨울을 지내려니 변심한 애인을 떠나보낸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필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시기로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에는 날씨가 제 정신을 차려 매운 맛을 보여주며 폭설을 퍼붓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건 그렇고 독자 여러분, 날씨 이야기 지루하셨나요?

기사 등록일: 2012-01-16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캘거리 고급주택 진입 가격 10..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캘거리 부동산 시장, 2024년..
  “주택정책 너무 이민자에 맞추지..
댓글 달린 뉴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캐나다 동부 여행-뉴욕 - 마지.. +1
  동화작가가 읽은 책_59 《목판.. +1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초미의 관심사, 존 Zo.. +1
  캘거리 존 Zone 개편 공청회..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