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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월을 맞으며
- 立春大吉 建陽多慶 -

농담 삼아 하는 말로 30대에는 세월이 시속 30km로 가고 40대에는 시속 40km로 가고 50대에는 시속 50km로 간다고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세월 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보니 그 말이 전혀 농담은 아닌 듯 불과 며칠 전에 동지 팥죽을 먹은 듯 한데 Groundhog Day와 입춘이 어느 새 코앞에 다가 왔으니 정말 세월이 빠르긴 빠르다.
이번 겨울을 춥지 않아 11월, 12월, 1월 3개월 중 추웠던 기간은 1주일 정도이고 나머지는 포근하고 달콤한 겨울이어서 마치 월급 가불해서 쓴 것 같은 기분으로 마음이 개운치 않고 이러다 천지개벽 같은 추위가 오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없지는 않으나 어찌되었던 2월은 봄으로 가는 징검다리 같은 달로 봄이 멀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젖어도 좋을 것이다.
올해 2월은 윤달로 29일까지 있어 이날 태어나는 사람은 생일을 4년에 한번씩 맞이한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윤달을 생각하면 마치 2월은 365일로 달을 다 채우고 남은 자투리 날자를 채워서 만든 달 같은 느낌이 드는 달이다.
2월2일은 Groundhog Day다. 겨울잠을 자는 설치류인 이 자그마한 영물스러운 짐승은 이날 동면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오는데 날씨가 흐리면 굴에서 나오지 않는데 그것은 겨울이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날 날씨가 맑아 영물스러운 짐승이 밖으로 나와 자기 그림자를 보고 다시 굴속으로 들어가면 겨울이 6주 더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 13개 도시에서 지난 30-40년간 이 영물스러운 짐승의 날씨 예언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았나 통계를 내었는데 적중률은 37%였으니 저조하기는 해도 인기는 여전하다.
Groundhog Day는 18-19세기 펜실베니아남동부-중부 지역에서 비롯된 독일계 이민자들, 즉 게르만 전통이다. 고대 켈트족은 동지와 춘분의 중간인 2월1일 이나 2월2일 봄을 맞이하는 임볼릭(Imbolc)축제를 가졌다. 이 이교도 축제는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성 브리기드 축일이 되었다.
켈트족은 여러 분파가 있는데 일부는 게르만족으로 분류되고 일부는 대륙에서 영국으로 건너가 원주민들과 혼합되었다. 영국으로 건너간 켈트족은 아일랜드 잉글랜드에 거주했는데 먼저 와 있던 스코트족픽트족의 박해를 받았다. 이에 켈트족은 본거지인 유럽 대륙의 앵글족, 쥬트족, 색슨족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래도 남들 보다는 이웃사촌이 낫겠지’라는 심정으로 같은 게르만 일파인 앵글족쥬트족, 삭슨족을 불러 들었는데 전문 싸움꾼들인 이들은 간단히 스코트족픽트족을 스코틀랜드 산간지방으로 내몰고 잉글랜드 지방을 차지했다.
그런데 막상 차지하고 보니 원래 살던 북부 독일, 덴마크 일대보다는 기후가 엄청 좋고 온화하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들은 켈트족마져 내몰고 잉글랜드에 자리 잡았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잉글랜드를 비롯해 영국 본토 사람들과 원수처럼 지내는 게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리고 분쟁에는 어디나 종교가 한몫 끼는데 아일랜드와 영국갈등에도 기독교가 한몫 하고 있다.
2월4일은 입춘이다. 입춘의 유래는 불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에 봄이 오면 얼어붙은 번뇌가 녹아내려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입춘 후 15일을 5일씩 나눠 첫 째 동풍이 불어서 언땅을 녹이고, 둘 째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세 째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입춘수(立春水)도 있다. 입춘 전후의 빗물을 받아 술을 빚어부부가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설이 있는데 아들이 필요하신 가정에서는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앨버타에는 비가 올 때가 아니라 빗물이 없으니 눈 녹은 물도 무방할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입춘이 되면 경기도 6읍(양평, 지평, 포천,가평, 철원, 연천)에서 나물을 진상해 봄 나물로 임금님 입맛을 돋아주는 충성심을 발휘했다는데 먹을 것도 변변히 없는 춘궁기에 임금님에게 진상한 나물 캐러 산과 들로 눈 속을 헤매고 다니느라 백성들 고생이 여간 아니었을 것이다.
이것을 민간에서도 본받아 입춘이 되면 봄 나물을 절기 음식으로 먹는데 대표적으로 냉이가 있다. 냉이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경기 서울지방에서는 냉이국을 끓일 때 모시조개를 쓴다. 냉이나물은 살짝 데쳐 여러 가지 양념에 식초를 약간 넣어 새콤 달콤하게 무쳐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되살아난다.
한국 국적을 갖고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춘 하면 “입춘대길”이 생각날 것이다. 입춘이 되면 대문, 천정, 대들보 등에 좋은 글귀를 붙여 집안의 안녕, 번영, 풍년, 풍작, 화평을 기원하는데 이것을 입춘방이라 한다.
조선시대 문신들이 설날 대궐에 모여 신년축하시를 지어 바쳤는데 그 중에 잘된 것을 골라 대궐 기둥과 난간에 붙였다.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 우순풍조(雨順風調) 시화세풍(時和歲豊) 등이 그런 것인데 입춘방이 민간에 전래되어 집집마다 입춘방을 붙인다. 캐나다는 복합문화 사회니까 입춘을 맞이하여 한인 여러분들도 입춘방을 써서 문 앞에 붙여 놓는 것도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우리 것을 지키는 의미에서 좋을 것이다.
2월14일은 발렌타인데이는 남녀가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확인하는 날이다. 발렌타인데이 유래는 로마시대로 돌아간다.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군인들의 군기가 풀려 통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군인들은 결혼을 못하게 했다. 그런데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발렌타인 사제는 군인들에게 혼배성사를 베풀었다. 황제의 명령을 어기는 괘씸한 자는 살려 둘 수 없는 게 그 당시 분위기라 발렌타인 사제는 순교를 했다.
또 다른 유래는 2월14일을 전후로 새들이 교미를 시작해 그 때를 발렌타인데이로 정해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 되었다는 것인데 발렌타인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일본식 발렌타인 데이다.
일본의모리나가라는 제과회사에서 1960년대 여자들에게 “쵸콜렛을 통해 사랑을” 이란 캠페인을 벌여 크게 히트를 친 것이 현해탄을 넘어 한국까지 들어왔다. 발렌타인데이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할로윈등 축일이 상업주의에 물들어 본래 의미를 퇴색한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지난 주 Lorraine이 사무실에 치장을 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발렌타인 데이라고 한다. 캐나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만만디 인데 축일 지키는 것은 총알처럼 빨라 11월 되면 크리스마스 파티 예약 받고 한달 전부터 발렌타이데이 기다린다.
발렌타인데이에는 딸이 선물을 한다. 물론 쵸콜렛이다. 학부모들도 쵸콜렛 선물을 한다. 식민지 근성을 버린다 하면서도 식민지 근성에 찌들어 알게 모르게 일본 영향을 받고 살다 보니 처음에는 학부모가 선물한 쵸콜렛을 받고 기분이 약간 ‘설렌’적도 있었으나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긴 캐나다였다.
그렇더라도발렌타인데이가 가까워지면 “쵸콜렛 선물 주고 싶은데……” “쵸콜렛 선물 받아 봤으면” 하는 기대감은 해마다 번번히 허탕 치면서도 때가 가까워지면 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필자 혼자뿐이 아닐 것이다.
Groundhog Day, 입춘, 발렌타인데이는 모두 봄과 관계가 있는 축일이고 봄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다. 올해는 눈이 오지 않아 파크를 거니는 길에 만나는 나무가 바짝 말라 있지만 그래도 2월은 마치 임신 초기의 임산부처럼 기쁨, 긴장, 설렘을 안고 조심스럽게 다가 온다.

기사 등록일: 201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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