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시작되었다. 독자 여러분 새해 건강하시고 소원성취 하시기 바란다. 신문 방송에서 “2013년 1월1일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고 하는데 1월1일부터 2013년이 시작되는 것이지 계사년(癸巳年)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는 동양 역법과 농경문화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음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십간을 천간(天干)이라 하고 십이지는 지지(地支)라고 한다. 천간을 십(10)으로 한 것은 10일이 일순(一旬)이 10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초순을 1일-10일, 중순을 11일-20일, 하순을 21일-30일로 나눈다.
십이지(12)가 12 동물로 나타난 것은 중국 고대 상(商)나라 때라고 알려졌다, 12 동물이 된 것은 일년이 12달 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십간십이지가 음력을 배경으로 시작되었으니 2월10일 음력 설날부터 계사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음력 절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2월4일인 입춘부터 계사년 시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력을 기준으로 2013년 1월1일부터 계사년이라고 하는 게 억지이긴 하지만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 올해는 계사년으로 뱀띠 해다. 에드몬톤에도 뱀을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들도 있긴 있지만 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뱀을 바라보는 동, 서양 문화 차이-

이것은 문화와도 관계가 있는데 농경민족들은 뱀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사막 유목민들은 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문화가 전해져 내려와 동양보다는 서양이 뱀에 대해 더 부정적이다. 이것은 사막에서 시작된 기독교가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서양인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뱀은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지혜로운 동물이면서도 징그럽다, 사악하다는 이중적 평가를 받는 동물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가장 듣기 싫은 소리중에 하나가 “뱀 같은 인간”이란 소리일 것이다. 그렇게 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동양에서는 뱀이 12지신 중 하나이고 알을 많이 낳아 농경사회에서는 풍요, 다산, 재물의 상징이다.
창세기에도 뱀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나쁜 동물로 나온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이르기를 에덴동산의 열매는 무엇이나 마음대로 먹어도 좋으나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는 먹지 말라 했다.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네가 죽으리라”고 하셨다. 그 후 하나님은 아담을 위해 배필을 만들어 주셨는데 배필인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먹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다.
수 많은 동물중 왜 하필이면 뱀일까? 고대 동방세계에는 뱀 숭배와 뱀에 관한 신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가나안에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바알(Baal)의 상징이 뱀이었다. 이집트 파라오의 왕관에 그려있는 코브라도 왕을 보호하는 뱀의 여신의 상징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라고 하는 수메르의 길가메쉬 서사시(Gilgamesh Epic)에도 영생을 찾아 나선 길가메쉬가 천신만고 끝에 영생의 이르는 풀을 구했는데 뱀에게 빼앗기고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받아드린다는 장면은 창세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히 길가메쉬가 여행 중에 우트나피쉬팀에게서 들은 홍수 이야기는 구성이나 맥락이 창세기 홍수설화와 많은 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창세기 저자는 길가메쉬 서사시가 갖고 있는 다신교적 신앙관을 유일신관으로 재해석해 인간이 왜 죽어야 하고, 여자에게 왜 출산의 고통이 따르는지, 남자들이 왜 땀을 흘려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성경을 비롯해 동방설화에서는 뱀이 인간의 운명을 망하게 만드는 사악하고 불길한 동물로 묘사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의미의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조선 세종 때 정인지가 지은 용비어천가 7장에”ㅂ.야미 가칠 므러 즘겟가재 연ㅈ.니 聖孫將興(성손장흥)에 嘉祥(가상)이 몬제시니” 라고 했다.
요즘 말로 해석하면 “뱀이 까치를 물어 나무 끝에 얹으니 성손(聖孫 이성계)이 바야흐로 일어나려 함에 기쁜 일이 먼저 있게 되었다”라는 이야기다. 즉 이성계가 왕이 되려고 하니 뱀도 까치를 물어와 나무에 얹어두고 먹지 않는 징조가 생기더라는, 이성계가 왕이 되려고 뱀 같은 미물에게도 천지조화의 감응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뱀은 풍요와 번영의 상징으로 쓰였다.
이성계의 할아버지 이춘(李椿)이 군대를 거느리고 야영을 할 때 까치 두 마리가 야영장 근처 나무에 앉았다. 이춘이 활로 쏘려 하자 부하들이 “너무 멀어서 못 맞추십니다.”라고 말했으나 이춘이 활을 쏘자 까치 두 마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 때 뱀이 나타나 까치를 물어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먹지 않아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겼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왕조 창업을 찬양하고 왕조창업의 정당성을 기록한 시가(詩歌)로 이성계와 그 조상들의 일을 중국 고사를 인용해 찬양하고 미화한 노래이다.
그래서 권력자에 아부할 때 용비어천가를 인용해 북한 김씨 왕조를 고무 찬양하는 것을 김비어천가, 이명박에 아부하는 발언을 이비어천가라고 하는데 이명박을 칭송하는 이비어천가를 지난 5년간 많이 들었으니 앞으로 5년간 박비어천가를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뱀이 껍질을 벗듯-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이렇게 썼다. “껍질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 뱀이 껍질을 벗는 이유는 뱀의 몸을 덮고 있는 각질(비늘)이 뱀이 성장함에 따라 같이 자라지 않기에 먼저 각질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각질로 몸을 감싸야 되기 때문이다.
동물학자들 말에 의하면 뱀이 병에 걸리거나 영양상태가 나쁘면 껍질을 벗지 못하고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죽는다고 하니 괴테가 없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
뱀은 동면 중에는 껍질을 벗지 않고 봄 가을 사이에 껍질을 벗는데 뱀의 나이, 환경, 영양상태에 따라 다르나 보통 일년에 2-3번 껍질을 벗는다고 한다. 사육 하는 뱀은 야생 뱀과 달리 겨울에도 껍질을 벗는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뱀도 한약재로 쓰이지만 뱀 껍질도 역시 한약재로 쓰인다.
뱀이 껍질을 벗으면서 성장하므로 지혜, 재생, 끈질긴 생명력, 대지의 신비를 아는 동물로 상징되기도 한다. 뱀이 껍질을 벗는 것은 생명과 성장을 위해 자기파괴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뱀이 껍질을 벗듯 과거의 잘못된 껍질을 벗고 새롭게 살아가는 한인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기심의 껍질, 게으름의 껍질, 위선의 껍질, 무관심의 껍질, 불신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희망, 사랑, 타인의 배려, 신뢰 구축으로 개인은 물론이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한인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껍질 벗지 못하는 뱀이 죽듯 올해는 한인들 모두가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 올해 연말에는 보람 있고 좋았던 한 해를 살았다고 술회하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올해는 또한 고국에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데 뱀이 껍질을 벗어버리듯 낡은 껍질을 벗어 버리고 살기 좋은 사회, 사람이 사람대접 받는 사회, 평화통일의 기틀을 만드는 사회가 되어 온 겨레가 소원하는 통일이 한걸음 성큼 다가오는 2013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