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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근의 기자수첩) 무능 부패한 권력, 언제까지? - 나라 말아먹는 무능과 부정부패
 
1910년 8월29일, 500년 이어오던 조선이 그날 망했다. 나라가 망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나라 망하는데 오직 한가지 이유만으로 망하는 경우는 없다.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한다.
그 중에서 어느 나라던 망하는데 예외 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무능과 부정부패다. 특히 특권층이나 정치 지배층의 부정부패는 민심이반을 가져와서 더욱 치명적이다.
그런데 조선의 부정부패가 다른 왕조들 보다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왕이 부정부패의 정점에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고 했듯 조선 말 모든 부정부패는 고종과 민비에게 통했다. 고려가 망할 때도 특권층의 탐학과 부정부패가 심했지만 그래도 왕까지 미치지는 않았고 뜻 있는 신하들은 개혁을 통해 쓸어져 가는 왕실을 잡아보려 노력했다.
조선시대 지방관 중에서 노른 자위 중에 노른 자위는 평양감사다. 평양감사의 정식명칭은 평안도 관찰사로서 품계는 종 2품이다. 지금의 도지사에 해당되는데 평안도는 명, 청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선진국의 문물이 압록강을 넘어 평안도로 들어와 물산이 풍부했다. 조선 말 평양감사는 민씨 일가의 독점물로 고종에게 30만냥을 바쳐야 했다. 고종과 민비는 친인척에게도 예외 없이 돈 받고 벼슬을 팔았다.
민영휘는 1930년대 조선 최대 갑부였는데 평양감사 시절 금송아지가 끄는 금수레를 만들어 고종에게 진상했다. 그는 지방관으로 있으면서 온갖 악랄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착취하고 협박해 쥐어 짠 재물로 조선 최대 갑부가 되었다.
민비의 친인척 30여명이 5만냥-30만냥 뇌물을 바치고 지방관으로 나가 탐학과 착취로 부자가 되었다. 없는 죄를 만들어 옥에 가두거나 곤장을 때리고 과도한 세금을 거두고 심지어 때려 죽이기도 했다. 그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 민영휘로 지석영(천연두를 예방하는 우두법을 만들었다)은 간신 민영휘를 사형시키라고 고종에게 상소를 올렸다. 민영휘는 사형 대신 청나라로 피신했다. 그는 휘문의숙(현재 휘문 중 고등학교)를 세워 지금도 민영휘 후손들이 휘문 학원 이사장으로 있다.
동학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부 군수 조병갑은 탐관오리의 대명사로 고종에게 5만냥을 바치고 고부 군수가 되었다. 고종에게 바친 뇌물을 회수하려고 온갖 악랄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쥐어짜 5만냥의 몇 배를 거두어 들었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동학혁명으로 이어졌다. 근대사의 대 사건을 일으킨 조병갑은 고금도로 유배 가 일년동안 편안히 지내다 복권, 고등 재판관이 되어 동학교주 최시형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으니 이런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죄인에게 명예는 없다
군인들은 국가의 간성이라는 의무감, 책임감이 있어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죽을 때도 명예롭게 죽기를 원한다. 그래서 뉘른베르그 전범 재판에서 나치 장군들은 사형 선고를 받고 최후진술에서 “군인 답게 죽고 싶다. 총살형을 시켜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련이 반대했다. “죄인들이 무슨 총살 형인가? 교수형 시키자.” 인륜범죄자들은 죄인 답게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명예로운 죽음으로 할복을 택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록 전투에 패해 포로가 된 적이라도 할복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 예외가 있다면 고니시 유키나가다. 그는 임진왜란 때 출병한 다이묘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인데 나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내전에서 포로가 되었다. 그는 할복 대신 참수형을 택했다. 기리시단(천주교인)으로서 자살인 할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참수를 택했지만 마츠쿠라 카즈이에는 사무라이로서 최소한의 명예도 지키지 못하고 죽었다.
도쿠가와 막부 3대 쇼군 이에미츠 시대에 시마바라의 난(1637년)이 일어났다. 난이 일어난 1차 원인은 기리시단(천주교) 탄압에 있었지만 2차 원인은 다이묘 마츠쿠라 카즈이에에 있다. 그는 악랄한 영주로 세금 못 내는 농민을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고 임산부 배를 갈라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러 민심을 잃었다. 폭정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 천주교 사무라이들이 난을 일으켰다.
중앙군이 투입되어 난은 4개월만에 진압되었지만 난을 일으킨 3만명은 모두 전사 내지는 사형당했다.
막부에서는 난을 진압한 후 좀 더 철저히 기리시단을 탄압했고 농민의 원성을 산 마츠쿠라 카즈이에를 에도를 압송해 참수했다. “너 같은 자는 사무라이도 아니고 할복할 자격도 없다.”
그러나 조선의 탐관오리들은 사형 대신 명예와 부를 지켰다. 심지어 나라 팔아먹는 일에 앞장서면서도 명예와 부를 지켰다. 예를 들면 ‘민씨 3 도둑’ 민영주(나중에 민영휘로 개명), 민두호, 민형식은 죄를 받기는 커녕 호의호식으로 일생을 지냈고 사후에는 공덕비까지 세웠으니 이런 나라가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신흥 특권층, 검찰
현대사에 군사반란이 두 번 있었다. 그 결과 군 출신이라는 특권층이 생겼다. ‘서울대 위에 육사’ 라는 말도 생겼다. 군 출신 대통령을 정점으로 군 출신들은 독점적 권력을 휘둘렀고 권력을 축재와 부정부패에 이용했다. 야당과 언론은 침묵했고 군 출신들끼리 벌이는 권력투쟁 중에 상대의 비리와 부정축재가 폭로되어 처벌 받는 정도였지 사회 정의와는 무관했다.
군 출신이라는 특권층이 사라지자 검찰이라는 특권층이 등장했다. 군사독재 시절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검찰은 이제 스스로가 권력을 잡고 특권층으로 군림했다. 검사라는 법 기술자들은 헌법정신, 법치, 공정의 이름으로 권력남용, 비리, 월권, 담합으로 상부상조하며 배타적 권력을 독점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 민정수석을 하던 검사가 있었다. 그 아들이 화천대유에 입사해 6년 근무하고 대리로 퇴직했는데 퇴직금 상여금으로 50억을 받았다. 고위 간부 퇴직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대리에게 준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로 회사가 아들을 통해 그 민정수석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인정해 수사가 진행되었으나 그 민정수석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특유의 느물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당연히 무죄를 예상했다.”
50억 클럽 멤버 중 그 민정수석 혼자만 재판을 받았고 나머지는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때 민정수석은 흘러간 권력이요 잊혀진 권력이지만 여전히 법 기술자 사회에서 인정을 받아 법망을 빠져 나올 정도니까 검사 출신 현직 대통령의 아내의 뇌물성 후원, 주가 조작은 무혐의고 장모의 요양병원 불법 수급, 잔고증명 위조, 문서 위조 정도는 당연히 무죄다. 법치 국가에서 검사가 무혐의라면 무혐의고 판사가 무죄라면 무죄다.
신흥 특권층 검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고종과 민비, 조선 말기 탐관오리의 대명사 민병휘, 조병갑이 생각난다. 무슨 죄를 저질러도 법의 이름으로 용납되는 특권층은 조선 말기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해당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할까? 지난 2월27일이 일본의 협박으로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지 147년 되는 날인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검찰 정권은 ‘일제 강제징용 제3자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야권에서는 최악의 굴종 외교라고 반발했다. 불평등 조약의 대명사 강화도 조약은 조선 멸망의 전주곡이었다. 명분은 좋았다. 임진왜란 이 후 조선과 일본이 화해와 선린우호 관계를 수립해 발전해 나가자는 취지였으나 조선을 식민지로 강탈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강제징용 제3자 변제의 논리도 똑 같다.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양국이 미래 지향적 관계 설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강제징용 제3자변제는 일본 극우파 논리에 놀아나는 것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일 뿐 2차대전 때 일본이 저지른 비 인도적 강제징용 행위를 눈 감아 주자는 주장이다. 뉘른베르그 전범 재판에서 교수형 당한 나치 장군들이 이 꼴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고종과 민비는 “나와 내 집안만 무사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다.” 라고 말하곤 했다. 국가와 백성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현대판 고종, 민비도 국가의 백년대계는 관심도 없고 5년간의 권력 놀음에만 관심이 있고 그를 둘러 싼 신흥 특권층은 지위와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
언감생심, 자주권 확립에는 관심이 없고 외세 사이에서 줄타기 하던 조선 말기, 고종은 미국, 일본, 청나라, 러시아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했다. 그후 100년이 지났건만 자주권 확립은 꿈도 못 꾸고 여전히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고 검사 출신들이 정부의 요직을 독차지하고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 있다. 마치 조선 말기 민씨들처럼.
현 시국을 사람들은 검찰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시적일 뿐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거짓이 잠깐 진실을 속일 수는 있으나 영구히 속일 수는 없다. 검찰 공화국은 거짓이요 신기루 일 뿐 본질은 시민 각자가 나라의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의 시민들은 이 거짓 현상을 오래 두고 볼 생각이 없으리라.

기사 등록일: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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