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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여행1부-동화작가 이정순
(Ainsworth Hot Spings) 
(Mirror Lake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 
(Coby Cave입구 철문. 문은 단단히 자물통으로 잠겨있다.) 
(Coby Cave 내부와 동굴 지도) 
<신들은 목마르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라고 했다.
현대인은 주변의 많은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하여, 인간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여행도 그렇지만 인생도 그렇다. 왜 사람 ‘人(인)’자가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다. 사람은 부대끼면서 정이 나고 살닿는 맛에 산다고도 한다.

여행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둘이서 하는 여행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단지 장소를 바꾸는 여행이 아니라 나의 가치관과 생각을 바꾸는 여행을 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목적지로 브리티시 콜롬비아에 속해 있는 Ainsworth Cave Hot Springs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온천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작년에 친구부부랑 와서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30도가 웃도는 뜨거운 여름 이열치열로 심신을 정리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다. 캘거리에서 Ainsworth 까지는 702km.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한 번에 가기에는 좀 무리라 레벨스톡 캠프장을 미리 예약하고 하룻밤 쉬었다가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레벨스톡까지도 408km라 족히 6시간은 드라이브해야한다. 산길을 따라 가기 때문에 시간당 운행거리가 짧다.
‘여행은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라는 앤드류 메튜스의 말은 우리를 위해 기가막힌 맞춤형 명언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유년시절 소풍가는 전날은 꼬박 밤을 새우다 정작 아침에 늦잠을 자서 낭패를 당하는 일들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다음 날 느지막히 출발했다. 한여름의 태양이 내려쬐는 23HWY 호수 길을 달려 Shelter Bay에서 30분정도 페리호를 타고 Galena에서 내려 Nakusp을 지나 New Denver를 거쳐 Ainsworth까지 거의 5시간을 드라이브했다. Shelter Bay 뱃길은 바다 같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시원한 바람은 그동안 갇혀있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떠나기 전 복잡했던 마음까지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드디어 Ainsworth! 예약한 캠프장에 트레일러를 셋업하고 작년에 친구부부와 카약을 탔던 미러 레이크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Mirror Lake는 물이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그대로 호수 물은 마음까지 들킬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이럴 때 김동명시인의 ‘내 마음은 호수요’ 라고 시 한편 읊지 않을 수 없었다. 변화무쌍한 인간의 마음을 호수에 비유할 수 있다면, 이미 나 자신이 시인이 되고 여행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된 셈이다.
주말이라 호수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우리처럼 세월을 낚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트를 타기도 하고, 카약도 타고 나름대로 자연이 준 선물을 만끽하고 있었다.

남편은 냄비만 준비해 두란다. 자신이 대어를 낚아 요리를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나는 그 말에 대한 책임을 꼭 지라고하고 남편이 낚시하는 모습과 주변 풍광을 찍는데 열심이었다.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는 여행! 물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만, 나는 먹는데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고기들이 서투른 강태공의 실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쩌면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는지.
비록 생선 요리는 먹을 수 없었지만,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개똥철학도 읊어가며 날아가는 새가 입에 새똥을 떨어뜨릴 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크게 웃었던가? 여행이 아니면 말이다.

다음 날 우리는 열한시 예약시간에 맞춰 Ainsworth Hot Spring에 갔다. 온천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남편이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Ainsworth Hot Spring은 화요일은 온천 문을 열지 않는다. 밴프, 자스퍼에 있는 많은 온천을 다녀 보았지만, 인원 제한 없이 사람을 수용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대중탕이었다.
사람 반 물 반이라면 너무 과한 표현인가? 하지만 Ainsworth Hot Spring 동굴 온천은 제한된 사람만 입장하기 때문에 매우 쾌적한 환경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은 쉬엄쉬엄 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슬로우 쿡이 몸에 좋듯이 여행 또한 몸이 소화 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게 즐기며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간혹 멍 때리는 것도 인생의 수많은 문장 중 한 문장이라면 별 일도 없으면서 방방 뛰던 삶에 숨 쉴 여백이 생기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단체 관광이나 시간적인 제한을 받을 때는 찍고 턴하는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Ainsworth Hot Spring은 일명 동굴 온천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에 대한 히스토리를 알아보지 않을 수 없다.
Ainsworth Cave는 1882년에 Oregon 주 Portland 태생 George Ainsworth라는 사람이 온천을 발견하여 1920년 그 이름을 Ainsworth Hot Springs 이라고 명명했다. 그 근처에서 은, 납, 아연의 광산이 발견되면서 상업적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1930년대 상업적으로 번창을 하면서 24시간 오픈하였으며, 온천사용료는 그 당시 단 10센트에 불과했다. 지금은 성인기준 18불이다. 시니어65세 이상은 17불, 어린이는 15불, 2세 이하는 무료다. 물가 상승률을 따지더라고 너무 많이 오른 금액이다.
동굴 온천은 동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의 온도는 42~45도 정도로 따뜻하며, 철분이 많고 동굴의 물 색깔은 짙은 갈색이다. 그 물을 일컬어 인디언 언어로 ‘영혼의 물’이라고 한다.

오래된 온천시설을 보수해서 현재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다.
Ainsworth Hot Springs Resort는 세계 각지에서 여행 온 여행객들을 위한 휴양지가 되었다. 나는 이 경이로운 동굴 온천을 체험할 수 있었고, 천연 그대로의 온천이 보존되어 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캐나다는 축복 받은 땅임에 분명하다. 그 속에서 누리는 우리 또한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아보았다. 일상에서 있었던 피로감이 정신까지 맑아졌다.


Ainsworth 온천을 다녀와서 늦은 오후에 우리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지도상 Ainsworth에서 10.7km지점에 동굴이 있다고 되어있다. 일명 Cody Cave!
내비를 따라 가니 바로 산 정상으로 오르는 비포장도로였다. 다행이 탱크 같은 인피니티 QX80이라 산길이라도 문제가 없었지만, 차를 돌릴 수 있는 넉넉한 공간도 없이 겨우 차 한대지나 갈 수 있을 만큼 도로는 협소했다. 길 아래는 그야말로 천 길 낭떠러지였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 하는 마음으로 산을 올랐다.
제발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지만 좀 오르다 보니 그 아슬아슬한 묘미가 풀어진 마음을 다잡기 딱 좋은 긴장감이 좋았다. 나는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편 몰래.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 했지만, 가도 가도 끝없는 정상을 향할 뿐이었다. 포장된 도로라면 십분도 소요되지 않는 길을 거의 40분을 올랐다.(안내는 30분이라고 되어있음)
산을 오르는 도중 울창한 숲길이 긴장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나무가 없고 볕이 잘 드는 언덕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발해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40여분 올라오니 Cody Cave 주차장 팻말이 붙어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오피스가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고 주차장에는 세대의 차가 주차 되어 있었다. 위로는 겨우 한 사람 지나갈 만한 산책로가 있었다. 입구에는 간단한 안내판이 산책로를 가로 막고 있었다. ‘Please! wait Here!’


내용은 웹사이트에서 예약 여부와 웹사이트 접근 방식과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었다. 예약은 필수. 안내자가 있어야 동굴에 들어 갈 수가 있다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사전에 숙지하지 않은 우리의 불찰이었다. 우리는 표지판을 무시하고 올라 가 보기로 했다. 20분 걸어가면 동굴이 있다는 표지판도 있었다. 동굴 가는 길은 등산하기 딱 좋은 트레일 코스다. 거의 2년 넘게 등산으로 다진 몸이라 이쯤은 거뜬했지만, 인적이 드문 깊은 곳이라 행여 곰을 만날까 걱정이 될 뿐이었다.
남편은 “당신은 삐쩍 말라 곰이 좋아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란다.”
그 말에 메아리가 될 정도로 호탕하게 한바탕 웃음잔치를 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용감하게 올라갔다. 산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작은 개울도 만나고 아름다운 풀꽃도 만나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소녀 같은 내 기질로 산이 울릴 정도로 떠들고 웃으며 걸었다. 행여 곰이 있으면 큰 웃음소리로 제압하려는 심사였다. 그렇게 20여분, 동굴 입구에 도달했다. 동굴은 단단한 철문으로 자물통으로 잠겨 있었다.
우리는 실망했지만, 기념사진이라도 몇 장 찍고 내려오려는데 동굴 안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사람소리도 들렸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일단 우리는 그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이 동굴입구 안내문을 읽어보았다. 먼저 동굴에 입장할 때 주의사항부터 살펴보았다. 동굴 안의 기온은 4도이며, 두꺼운 스웨터나 방한복, 튼튼한 신발, 그리고 에너지 바, 물 정도였다. 그 정도라면 늘 배낭 속에 준비되어 있어 탐험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했다.


Cody Cave의 History는 ‘지질학적으로 정확한 연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5억 년 전 캄부리아기 고대 해저에 깔린 석회암 지층이 침식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되며, 동굴 퇴적물의 연대는 전 세계 주요 빙하기에 동굴이 확장되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코디 동굴입구의 넓은 공간과 상류 500m를 흐르는 물길 통로로 이어지고, 주요 통로는 지하수면 아래에 위치한 타원형 통로로 형성되어 오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통로는 슬롯협곡으로 침식되었다. 곳곳에 가파른 8m 높이의 통로가 있으며 싱크홀과 연결되어 있지만, 마지막 빙하기동안 빙하의 물, 얼음, 중력에 의해 밀려온 모래, 자갈, 바위 등으로 막혔다.
1890년대 초, 탐사자 헨리 코디(Henry Cody) 가 발견하기 이전부터 원주민들은 이미 이 동굴을 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출신으로 광부로 일했으며, 그의 사후에 인근 타운 캐슬로 묘지에 묻혀있다고 기록되어있다. 그 이름을 따서 Cody Cave라 명명되었다. 동굴의 길이는 1.35km, 지도로 작성되었다.

또한 캐나다 밴프에는 동굴 속 꽃가루를 통해서 측정한 100만년이나 된 캐슬가드 동굴( Castleguard Cave in Banff)이 있다. 그곳도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했다. 캐나다에 이렇게 유서 깊은 동굴이 여럿 있는 줄 몰랐다. 영어로 된 긴 안내문을 남편의 설명으로 이해 할 수 있었다.

동굴탐험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나왔다. 아이 넷 어른 넷, 가이드까지 아홉 명으로 백인이었다. 그들은 사전에 예약을 하고 왔으며, 동굴 탐험은 인터넷으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나는 가이드에게 관람료가 얼마냐고 물었다.
가이드는 돈에 대해서는 모르며, 옆에서 탐험 온 사람들이 가족 투어 1인 45불인데 그것은 동굴 절반 즉 1코스만 탐험하는 관람료라고 했다. 동굴 전체 탐험투어는 1인 140달러, 모험투어 180캐나다달러. 그들은 가족투어 1코스만 갔다 왔다고 했다. 우리는 아쉽지만, 너무 비싼 비용에 포기하고 자료와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했다.

‘여행은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라는 말을 새기며, 동굴까지 가는 길이 차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착각을 할 정도로 가파른 길을 체험했고, 걸어서 등산을 하며 충분히 행복한 여행이 되었기에 사진으로 보는 즐거움도 괜찮았다.
또한 그 사람들을 만나 충분히 설명도 들었고, 그들은 미국에서 왔으며,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원더풀이라며 엄지 척을 할 때는 캐네디언으로서의 자부심도 느꼈다. 내가 캐네디언 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늘 남의 나라에 얹혀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이 또한 이번 여행에서 얻은 성과이며, 생각을 바꾸는 계기임이 분명했다. -(2부에서 계속)




기사 등록일: 2024-07-30
Juksan | 2024-07-31 1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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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여행에서 얻는 체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자주하지 못한 여행, 마음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건강만 따라주면 이제 자주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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