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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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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그 시각 서울에 있었다. 경찰과 한국 전력이 미아 찾기 협약에 의한 매년 합동 행사를 갖는데 올해부터 해외 입양인도 부모를 찾기 위한 등록과 홍보 가능해 져서 신부님이 참석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떠들썩한 공식 행사가 진행되고, 휘황찬란한 세레머니 같은 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연준은 행사장에서 나와 과거 행사의 역사를 위해 조그맣게 만들어진 전시장으로 들어 갔다. 매년 해 오던 행사와 그 사진들, 그리고 미아들을 찾는 사진들과 팜플렛등이 전시 되어 있었다.

해외 입양도 문제지만 국내에서 아이들을 잃어 버리는 것도 큰 사회적 문제구나 하고 연준은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숫자가 많았던 것이다.

연준이 8년 전쯤 행사 사진들을 둘러 보는데 언뜻 낯설지 않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사진이 자그마해 가까이 다가 갈 수 밖에 없었는데 다가가 살펴 보니 뜻 밖의 얼굴이었다. 바로 싸가지였다.

싸가지가 연준의 아기 때 사진과 인적 사항을 들고 아이를 찾는 사진이었다. 연준은 깜짝 놀랐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싸가지의 사진이 이곳에 있는 것일까?

연준 자신 말고 다른 아이를 찾는 건가? 연준이 전시되어 있는 사진을 다시 유심히 살펴 보았다. 분명히 자신의 사진이 맞다. 30년간 품어온 자신의 아기 때 사진, 그 사진이 틀림 없었다.

연준은 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돈 받고 아이를 팔아 넘기고 또 그 아이를 찾는다는 건가? 아님 팔기 이전 이야긴가? 어머니가 아프고 아가 빵을 훔쳐 먹을 정도로 힘들 던 때 자신을 넘겼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그 다음에 다시 찾았다는 건가?

싸가지가 아이를 넘긴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다시 찾으라고 불호령을 내린 건가? 연준의 끊임 없는 추정은 머리만 복잡하게 해 줄 뿐 딱히 수긍이 가는 추론을 유추 할 수 없었다.

행사가 끝나고 식장을 나오면서도 연준은 집중할 수 없었다.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 오는데 신분님이 한 마디 한다.

“자네 무슨 일 있어?”

“네?”

“딴 생각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네… 좀 생각 할 게 있어서… 저… 신부님…
다음 스케줄 저 없어도 되죠?”

“임시 위탁 가정 모임 이니까 나 혼자 가도 돼”

“죄송합니다. 갑자기 가 볼 곳이 있어서…”


연준이 서둘러 경찰청 미아 보호 센터로 향했다. 그 곳에 가면 좀 더 많은 자료를 접할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생각대로 방대한 량의 자료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일부 오래된 자료들은 마이크로 필름 형태로 보관되어 물리적으로 돌려 가며 볼 수 있었고 비교적 최신 자료들은 인터넷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역시 싸가지가 아기를 찾고 있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미아 찾기 특별방송에서는 싸가지가 피켓을 들고 화면에 나오려고 기를 쓰고 쫓아 다니는 모습도볼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자료가 나타나는 것은 꽤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아기를 찾아 왔다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또 하나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었다. 아기를 해외로 입양 시켜 놓고 왜 국내에서 찾고 있던 걸까? 해외 입양 기관을 찾는 것이 정상적 사고 방식 아닌가?

연준은 싸가지를 찾는 것이 비교적 용이 했다. 아니, 아주 간단했다. 싸가지의 호적에 자신이 입양 되어 삭제 된 흔적과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따로 찾거나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싸가지가 연준을 찾아 헤맸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다. 머리가 복잡해지자 연준은 이내 잡념을 떨치기로 했다.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고 더 이상 시간 낭비 하는 것도 경제적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연준이 남쪽으로 차를 돌려 내려 갈 즈음 벌써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분하게 고속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시간을 보니 얼추 면회 시간 마감 전에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준은 지체 없이 차를 요양원으로 돌려 몰았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의 입구를 들어 설 때마다 참 아름다운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설이 대단히 양호해서 요양비가 꽤 나가리란 생각에 조심스럽게 알아 보니 어머니는 1급 장애 판정을 받아 한 달 20만원 정도만 내면 되는 정부 혜택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때밀이 일을 하면서 어머니를 돌봐 온 싸가지에게 쪼금… 아주 쪼오금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면회실에서 연준이 어머니를 면회 신청 했는데 벌써 어머니는 면회를 나가 지금 앞 정원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싸가지가 왔나 보다 해서 아주 조금 더 고마워 지는 연준이다.

그런 생각으로 서둘러 앞 정원으로 나갔는데 누군가 어머니 휠체어 앞에 앉아 어머니를 마주보며 음식을 수저로 떠 먹여 주고 있는데 싸가지처럼 촌 티 나고 못생긴 뽐새가 아니다. 싸가지가 아니면 누구? 하는 생각으로 앞으로 나서는데 연준의 눈에 바로 규원의 모습이 보였다.

규원이 연신 죽을 떠 입에 넣어 드리는데 어머니는 자꾸 흘리신다. 그러자 정성스레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 주며 죽을 먹여 드린다.

“맛있어요 어머니?
와~~ 아세요 그거? 저~엉말… 정말…. 예쁘게 생기셨어요 어머니…”

알아 듣는 건지 모르지만 어머니도 미소로 화답한다.

“우리 조금만 더 먹어요 어머니?”

연준은 괜히 가슴이 먹먹해진다. 갑자기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것 같다. 한국에 들어와서 이런 느낌을 받으리라곤 그리 많이 기대하진 않았던 그였다. 물끄러미 지켜보다 연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의리 없이 혼자 오기에요 진짜?”

그러자 더 놀란 건 규원이었다. 이 시각에 연준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오전에 서울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연준씨~”

“반칙 입니다”

“어떻게 이 시간에?”

“그런 규원씨는요?”

“저는 오늘 좀 일찍 끝나서…”

연준이 어머니 앞에 앉으며 어머니께 인사 드린다.

“어구… 우리 어머니… 맛 있는 거 많이 드셨네요?”

“삼키시는 게 좀 힘드신 가 봐요”

“네… 저번에 의사에게 물어 봤는데… ..혀…혈관성 알츠하미머?
환자들이 잘 삼키지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연준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의 볼을 쓰다듬으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올 때는 시외 버스를 타고 왔지만 갈 때는 연준의 차를 차고 가게 되어 훨씬 편해진 규원이다. 두 사람이 탄 차가 한적하고 어두운 국도를 달리고 있다. 연준이 조수석에 앉아 있는 규원을 흘끔 쳐다 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뭐가요?”

“오늘… 어머니 면회 와 준 거…”

“무슨 말씀이세요.. 연준씨가 제게 해 주신 것 생각하면
미안해서 얼굴을 못 들 지경인데요… 그리고…”

“그리고 뭐요?”

“어머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좀 꾸며 드리고 싶어요…
그게 저도 즐겁고요…”

“맞아요.. 못 생긴 아저씨가 너무 못 꾸며 드렸더라고요…”

그러자 규원이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준씨~”

“예?”

“조심스럽지만… 한가지 물어 봐도 되요?”

“Sure, whatever you want~”

“괴… 괜찮았어요? 그 서류 봉투... 때문에…”

연준이 무슨 말인가 잠시 생각하다 이내 싸가지가 쓴 양육권 포기 각서를 말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안 괜찮았어요…”

규원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들어 올 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었는데…
그런데도… 힘들고… 가슴 아팠어요… 그래서…
떠나고 싶었고요…”

“지금도… 아빠 미…미워 해요?”

“그렇게 보여요?”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아서요…”

“미워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습관이 돼서… 좀 어색하더라고요…”

연준이 잠시… 만감이 교차 하는 듯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았는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워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해 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냥… 내 감정…. 내 Feeling 그대로 놔두려고요… 그게 다에요…”

규원도 연준의 복잡한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규원이 장난스럽게 이야기 한다.

“그래도… 못 생긴 아저씨는 너무 했다…”

연준도 웃기는 지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못 생겼잖아요? 나처럼 잘 생긴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처음엔 못 생긴 아저씨 보고서 믿지 못 했다니까요…
아버지 맞아?”

“또 못 생긴 아저씨~~”

“Rude 해요?”

“서운하실 거에요…”

“매번… 마음을 고쳐 먹어 보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노력 해 볼게요 그런데…”

“예?”

“그거 알아요? 막상 미국으로 돌아 간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까…
딱 한 사람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규원도 궁금한 듯 운전하고 있는 연준을 바라 보았다.

“규원씨요…. “

규원은 뜻밖에 자신의 이름을 듣자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하지만 기분은 날아 갈 것 같았다.

“혼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혼자서 아이들은 잘 찾을 수 있을까?
어글리 스텝 파더가 다시 괴롭히면 어떻게 하지?
온통 그런 생각들 밖에 없었어요…”

규원은 연준의 따듯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이에요 연준씬…”

“단순히 사람이 좋아서 그런 생각 한 거 같아요?”

갑자기 규원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숨이 가빠졌다. 진정 시키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려는데 연준이 손을 뻗어 규원의 왼손을 잡는다. 깜짝 놀라는 규원이다.

“전에… 내 손을 꼭 잡아 준 적 있었죠? 이제…
제가 규원씨 손을 꼭 잡아 줄께요… 힘 합쳐서…
동생들도 같이 찾아요 우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적막이 흐른다. 잠시 후 규원이 뭔가 생각 났다는 듯 이야기 한다.

“아 참? 노트북 사용 후기… 보낼 때 되었잖아요?”

연준이 뭐지? 생각하다가 전에 노트북 살 때 둘러 댔던 노트북 사용 후기 생각이 나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지? 그러는 와중에도 규원이 가방에서 접혀진 종이를 꺼내 들었다.

“열심히 적었어요… 모델명… 사용기간… 배터리 시간… 발열…”

“Stop, Stop, Stop..”

“네?”

“알았어요… 저 주세요… 제가 서울 갈 때 가져다 줄께요…”

“아니… 그냥 우편이나 이 메일로…”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요… 신경 쓰지 말고.. 잠이나 한 숨 자요…
내일 일 나가야 하잖아요…”

다행이 규원이 별 말 없이 넘어가자 연준이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발행일: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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