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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기자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주 노스욕은 광역토론토 지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한때는 거리를 오가는 젊은 한인들의 치기 어린 장난질과 웃음이 넘쳐나던 곳이었다. 한글 간판의 세련된 퓨전 식당과 노래방 그리고 카페가 즐비했다.
K컬처의 파괴력이 큰 탓에 중국 젊은이들이 한인들의 보금자리로 스며들었고 해마다 엄청난 인구가 쏟아져 들어온 인도인들도 이곳에 터를 잡았다.
5년을 전후로 스카이라인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수많은 콘도들이 들어섰고 지금도 공사 중이다. 가히 캐나다의 ‘명동’이었다. 적어도 팬데믹 이전엔 그랬다.

이곳 번화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씨는 요즘 주름살이 나날이 깊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4인용 테이블이 내부에 10개 정도 그리고 파티오도 30~40명은 넉넉히 앉을 만큼 넓었다. 젊은이들이 많은 식당엔 시니어들이 없고 시니어가 주로 찾는 곳은 청년 손님이 적은 편인데 김씨네는 나이에 관계없이 두루두루 모든 연령대에서 사랑받았다.
그런데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최근 이 지역에 불고 있는 데몰리션(철거)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쫓겨나가는 것이다. 땅만 있으면 콘도나 타운하우스를 짓는 바람에 수많은 한인 업자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있는데 김씨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김씨는 울며겨자먹기로 멀리 않은 곳에 식당 하나를 인수했다. 기자가 기억하기로 장사가 안돼 여러번 주인이 바뀌었던 곳이다. 김씨는 자신의 식당 컨셉을 믿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다들 망해 나가지만 난 아냐. 그런 마음을 가졌으리라.
그리고 몇 달 후 캐나다에 불고 있는 경제 한파를 깊이 체험 중이다.

캐나다에는 김씨 같은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팬데믹에 줄어든 매출이 폭풍이 지나갔어도 만회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전 업종이 그렇다.
사업을 하지 않으면 조금 나을까? 그것도 아니다.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올라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쓰리잡’을 뛰는 사람이 많아졌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저임금 잡이면 가능해서다. 하지만 의욕이 있다고 어디든, 언제든 취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사가 안되면 식당 주인은 알바생을 줄인다. 앞에 언급한 김씨도 점심시간에는 김씨 부인이 카운터와 서빙을 모두 혼자서 한다.
유명 한인마켓은 몇 달 전부터 캐셔 근무시간을 한 시간씩 줄였다. 영업시간도 한 때 한 시간씩 줄였다가 최근 경쟁업체를 의식해 다시 정상 영업시간으로 돌아왔다.
최저임금 일자리 조차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보니 음식배달을 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차가 없어도 자전거 한대 중고로 구입하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잡도 그냥 마음만 먹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 Uber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딜리버리 업체가 지역별로 쿼터제를 운영한다. 일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다. 다시 말해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배달 일을 하려면 누군가 그 지역에서 그 일을 그만 두어야 한다. 한 사람 나가면 한 사람 고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니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이 일을 할 수가 있다.

직업 때문인지 (어쩌면 오지랍일 수도) 기자는 이것저것 묻는 편이다. 식당에 가면 요즘 장사 어떠냐고 한번씩 묻는다. “뭐 그냥저냥요” 정도 답변이면 그래도 먹고 살만한 것이다. 요즘은 그런 말 하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 대부분 “네~~ 그냥 그렇죠.”하고 말꼬리를 내린다.

팬데믹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일식집을 오픈한 한인 박씨는 최근 식당 테이블을 아예 없앴다. (이 분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은 일식집이 워낙 많아 경쟁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중국인들이 주로 사는 곳에 장사를 시작했다) 손님이 없는데 알바생 인건비만 축나니 아예 테이크아웃 전문집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수지가 맞지 않았다. 배달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데다 재료비가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제 2년 됐는데 장사가 너무 안된다”면서 ”모든 게 오르는데 매상만 오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작은 가게지만 10여명의 손님을 받을 만도 한데, 한쪽 켠에 테이블을 밀어놓고 그 위에 의자를 올려 놓은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안젤라는 미용실을 운영한다. 남편이 은퇴해 가게를 돕고 있다. 미용실은 식당 처럼 재료비가 오를 걱정이 없으니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어 요즘 어떠냐 질문을 던져 봤다. 이 곳은 기자의 거의 10년 단골집이다.
“엄청요.”
무슨 말인지 몰라 얼굴을 쳐다보니 각다분한 표정에서 안좋다는 뜻임을 금방 알 수 있다.
“10년 전에 비해 렌트비가 배가 올랐고 거기에 재산세와 각종 비용도 할당된 부분을 내야 하는데 그것도 많이 올라 감당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어느 날부터 같이 일하던 분이 안보인다. 아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혼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듯 싶다.
“코로나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그때 미용실 문을 닫고 다들 집에서 머리 손질하는 것을 배워서 지금도 하고 계세요. 아마 저보다 이젠 더 잘하실걸요?” 한다.
“게다가 다들 어려우니까 머리 두 번 할 것을 한 번만 하는 식으로 줄이는 분들이 많아요.”

송씨는 기자와 동년배다. 이민을 온지 대략 30년은 된, 산전수전 다 겪었던 분이다.
“전에 렌트비 1,500불 내던 사람이 지금 2,500불씩 내고 2,3년 전에 3,000불 모기지 내던 사람은 5,000불 내니 다들 몸조심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왜 다들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나갈 돈이 많아지지만 그만큼 장사가 되거나 봉급이 오르지 않으니 씀씀이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그러니 어떤 비즈니스든 되는 것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인테리어와 레노베이션을 했던 이씨는 아예 식당을 하나 차렸다. 처음에는 부업 정도로 생각했지만 요즘 공사 일이 없어 지금은 식당에 눌러 앉아 있다.
그의 일은 부동산경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주택 거래가 늘면 이씨는 바쁘다. 집을 팔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집을 수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에 냉각기가 찾아 왔다. 이씨에게는 일종의 시련기가 찾아 온 셈이다.
그는 커다란 짐차를 타고 다닌다. 각종 건설공구들이 가득하다. 차가 움직일 때마다 달가닥 달가닥 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창 잘 나갈 때 달가닥거리는 소리는 경쾌한 음악 같았으리라. 지금은 어떨까?


경제가 어려워지면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부익부 빈익빈은 불황에 심화된다. 식품가격이 인상돼 서민들은 장 보기가 겁이 날 지경이지만 대형 식품업체는 정부 지원까지 받아가며 돈을 벌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대표들을 오타와로 소환해 식품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추궁하고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가며 수익을 챙긴다. 가격을 내리라고 하면 제품의 질이나 양을 떨어뜨려 손익을 맞추는 것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경제학자들은 향후 몇 년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자율이 조금은 낮아지겠지만 2년 전으로는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인구 증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숫자가 다소 차이가 있어도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 생기는 사회 경제적 파열음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고 적어도 몇 년 동안 우리가 견뎌야 하는 짐이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가볍지만 알맹이는 무겁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같진 않다. 기자가 캘거리나 밴쿠버에 살고 있지 않으므로 토론토와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다.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해 뛰어 다니는 토론토의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 힘껏 버티고 있는 일부 한인들의 이야기다.

“지금 힘드신거,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혜민 스님의 말씀이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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