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 기자수첩) 연방 총선 이모저모
매니토바 북부에서 당선된 원주민 의원 레베카 차트랑
자유당, 강력한 소수당 정부
4월28일 연방총선으로 자유당은 169석을 확보해 소수당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과반수 172석에서3석이 모자라는 소수당 정부로 강력한 소수당 정부가 되었다.
보수당 144석, 퀘벡당 22석, NDP 7석, 녹색당 1석이다.
연방 의회 역사를 보면 1963년 피어슨 총리 때 자유당 정부는 과반수에서 5석 모자라는 소수당 정권이었으나 NDP 협조로 복지를 확대했고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용했다.
과반수에서 3석 모자라는 이번 자유당 소수정권은 가장 강력한 소수당 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
야당이 연합해 불신임을 상정하는 불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 보수당이 퀘벡당(BQ)과 NDP와 연합해야 가능한데 보수당과 NDP, BQ는 이념, 정치적 이해득실이 달라 연합이 쉽지 않다. 미국과 관계설정을 다시 해야 하고, 주택 위기, 경제회복, 이민문제 등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유당은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블랑쉐 퀘벡당 당대표도 “퀘벡은 안정을 원한다. 불확실과 불안정한 이 위기에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 최소 1년은 자유당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당은 NDP 협조만 얻어도 불신임을 피할 수 있는데 NDP의 오렌지 색은 파란색보다 붉은색에 가깝다.
월요일 밤, 카니 총리는 당원들과 함께 춤을 추며 승리를 즐겼으나 기쁘고 즐거운 마음은 어제 밤 잠깐이고 오늘부터 카니 총리와 자유당 앞에는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들이 놓여 있다.
원주민 공동체, 12명의 하원 의원 배출
이번 총선에서는 원주민 공동체(First Nation, Inuit, Metis)에서 12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원주민들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북부 준주에서 자유당의 승리가 더욱 빛을 발했다. 유콘과 노스 웨스트 테리토리에서는 자유당이, 누나붓에서는 NDP가 의석을 차지했다.
소속 정당별로는 6명이 자유당, 4명이 보수당, 2명이 NDP다.
매니토바에서 자유당 소속으로 당선된 레베카 차틀랑은 “이 선거구는 유권자 80%가 원주민으로 높은 투표율과 자유당의 화해정책이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자유당은 트뤼도 총리때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립해 원주민을 식민주의적 폭력으로 다루었던 어두웠던 과거를 씻고 진실을 밝히고 화해했다. 2021년부터 매년 9월30일은 연방 공휴일로 아픔을 기억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원주민을 추모하는 날이다.
원주민들이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해 연방 선거, 주 선거에 적극 참여하고 각 정당에 후보 로 나서는 것은 원주민 공동체를 위해서나 캐나다의 장래를 위해서나 좋은 현상이다.
투표는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를 실천하는 행위로 이는 프랑스 혁명이 이룩한 국민 주권 국가의 대원칙으로 원주민, 비 원주민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네피낙 전국 원주민 의회 의장은 트럼프의 위협, 관세 무역 전쟁이 원주민 사회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우리 원주민들에게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말은 위협적이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이 아름다운 풍요의 땅은 우리 원주민들 땅이다.”고 말했다.
야당 당 대표들의 수모
이번 총선에서 야당 당대표들이 모두 낙선되는 수모를 겪었다. 자그미트 싱NDP 당 대표는 버나비 센트럴 선거구에서 자유당 후보에게 패했다. 더구나 NDP는 이번 총선에서 17석을 잃어 고작 7석 당선에 그쳐 당이 붕괴되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은 최소 12석의 의석이 있어야 공식 정당으로 인정받아 보조금 등 각종 재정 지원을 받는다.
싱 대표는 월요일 저녁 낙선이 확정되자 당 대표 사임을 발표했다.
NDP 참패의 원인은 싱 대표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늘어난 신뢰상실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싱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29%였으나 부정적 반응은 40%였다. 이는 유권자들이 싱 대표의 지도력에 회의적이라는 의미다.
NDP 주요 지지층은 노동 계층(working class)인데 보수당이 NDP를 지지했던 노동 계층을 위한 정책을 강화해 NDP 지지층 일부를 흡수해 지지기반이 흔들렸다.
NDP는 2022년부터 자유당과 협약을 통해 자유당 정부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 협약이 NDP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되었다. 협약은 작년 말로 종료되었으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NDP가 안밖으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NDP는 캐나다 공공의료의 아버지 토미 더글라스가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역사가 있는 정당으로 새로운 당 대표의 지도 아래 전열을 정비해 캐나다 사회민주주의의 튼튼한 뿌리가 되기를 바란다. 미국과 달리 캐나다는 3당 체제에서 정치, 경제, 사회가 발전되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간다.
피에르 폴리예브 보수당 대표는 오타와 칼레톤(Carleton) 선거구에서 자유당 후보에게 4,315표 차이로 패해 20년을 지켜온 의석을 잃었다. 폴리예브 당 대표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강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으나 총리는 고사하고 의석까지 잃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던 무렵 오타와로 몰려든 극우파들의 트럭 시위를 지지했다. 자유만 알고 책임은 모르는 철부지 트럭 시위대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며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점검하며 오타와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전통적으로 보수당에 투표했다는 어느 전직 군인 부부는 폴리예브 당 대표가 트럭 시위를 지지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트뤼도가 총리였다면 자유당에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폴리예브를 지지할 수 없었다.”
이것은 한국이고 캐나다고 정치인들이 극우파를 가까이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비록 의석을 잃었으나 폴리예브는 당 대표를 사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문제가 있으나 득표율은 41.3%를 기록했고 의석도 늘어났다. 그러나 의원이 아니므로 야당 대표로서 활동에 제약이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의원 중에 한 명이 사임하고 보궐선거를 통해 폴리예브가 의석을 갖는 것이다. 명색이 공식야당 대표인데 회기 중에 회의장 밖에서 커피 마시며 휴대전화나 들여다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폴리예브가 보궐선거를 통해 의원이 되어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