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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십니까? 9년전 그 사건, 그리고 그 후" _강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9년 전에, 그것도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이라 새로 이민오신 분들 중에는 모르시는 분 역시 많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소개해 드립니다.
캐나다 연합교회(The United Church of Canada)의 어느 목사님 이야기 입니다. 캐나다 연합교회는 이 나라 최대 개신교단(등록교인 수 약 2 백 80 만 명, 소속교회 약 4 천 개) 입니다.
이 교단은 1988년 동성애자 목사안수 인준(당시 총회장은 한국계 이상철목사)에 이어1997 년 총회장 Bill Phipps 목사의 기자회견사건으로 북미 사회에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Bill Phipps 목사는 토론토 대학 Law School을 나온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시카고 대학 Theological School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안수를 받은 분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뉴욕과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빈민운동에도 참여했었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인종차별 철폐운동도 함께 했습니다.
그는 1997년 8월, 캐나다 연합교회의 제36대 총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총회장이 된 후 그는 몇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개신교 목사로서의 일종의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문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Ottawa Citizen과의 회견 외에도 Fellowship Magazine의 Gail Reid 와의 회견에서는 교회의 비전과 관련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했던 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I believe Jesus lives in people's hearts and did from the moment of that Easter experience.”
“저는 예수가 우리의 마음 속에 부활해 살아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I don't believe that in terms of the scientific fact. I don't know whether those things happened or not. Actually, I'm far more open to strange things happening and all that kind of thing than I used to be. I think it's an irrelevant question.”
“그러나 저는 그의 육체적 부활이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지 않으며, 그런 사건이 실제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따지는 건 의미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I think it’s the height of arrogance to claim that a particular group of people (Christians) know the only way to God.”
“ 예수를 믿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생각은 특정 종교집단의 문화적 교만에서 비롯된 사상입니다.”
“The fundamental truth to me in the biblical story is that God loves us and the world unconditionally, and part of that unconditional love is, for Christians, it was that unconditional love was poured into the person of Jesus.”
“제가 이해하고 있는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은 조건이 없는 무한하신 사랑이며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그 일부의 형태가 예수라는 한 인간을 통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 중요한 것은 예수에 대한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질병 가난 전쟁 억압 등으로 고통 받는 형제들과 같이 하는 것입니다”(종합 발언 요지)

Phipps 의 기자회견이 보도되자 마자 북미의 보수 기독교계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시끄러워졌습니다. 정작 캐나다 보다는 미국의 보수 기독교계가 더 시끄럽게 비난하며 떠들어 댔습니다.
그들은 Phipps목사의 다른 말들은 몽땅 거두절미한 채 그가 ‘예수의 신성과 육체적 부활’을 부정했다는 것만 물고 늘어지며 Phipps의 총회장 자진사퇴 또는 강제 경질을 주장했습니다.
신앙심 깊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평소 교회에 별로 관심이 없는 캐나다 국민들도 이때만큼은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저명인사였던 이 거대교단의 새로 임명된 총회장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온통 주목했습니다.
북미의 보수교회들은 연합교회 교단의 총회장 경질이 당연한 것처럼 연일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언론도 이 교단의 General Council이 총회장 경질을 불가피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1997년 11월 22일과 23일 양일(총회기는 21일부터 4일간)에 걸쳐 소집된 교단의 General Council이 격렬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85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총회장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은사(unique gift)를 존중(respect)하고 이에 감사(gratitude)한다면서 그의 발언과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포한 것입니다.
General Council Member들의 개별 기자회견 내용 중 하이라이트입니다.
“……He had provoked an important discussion moving us into a serious discussion of who Jesus Christ is, on the meaning of Jesus Christ in the modern world.” “……총회장은 중요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대사회에서 그리스도 예수가 갖는 의미에 대해 보다 심오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했다.”
캐나다 연합교회는 이미 오래 전에 다양성과 교인 각자의 신앙의 자유를 선포하고, 각각 새로운 시대와 문화적 특성에 맞게 신앙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명실상부한 북미의 대표적 진보교단으로서 캐나다 연합교회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캐나다 국민들을 비롯한 북미전체의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대다수국민들은 Phipps목사의 발언 자체보다, 사건화한 이 발언에 대한 캐나다 연합교회의 용기 있는 수용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지지해 준 것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한심한 사양산업으로만 생각했던 교회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일부 보수적인 교인들이 이 교단에 소속된 교회들을 떠난 것은 사실입니다.
반면 이 사건은 교회 내외의 대중에게 변화하는 교회의 모습을 각인시켜 보다 젊고 진보적인 층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교회를 젊어지게 하고 한층 역동적이게 만든 ‘선교’의 기능을 하기도 했습니다
Bill Phipps의 임기 중 캐나다연합교회는 교회가 지난 세기 원주민 학교(Residential School)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행했던 학대와 폭력에 대해 공식사과 했습니다. 그리고 원주민에게 행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선교행위가 타 문화에 대해 무지했던 시대에 행해진, 기독교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번(198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인정했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의 모범적인 행동들은 캐나다 연방정부와 의회의 정책 모델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방정부가 19 세기와 2차 대전 중 일부 소수민족 그룹에 행했던 잘못된 행정조치 및 정책들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수행한 것, First Nation(원주민)에게 공식 사과 한 것, 교토협약에 캐나다가 가입한 것, 협박에 가까운 미국의 이라크전쟁 참전 강요에 연방정부가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한 것,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 것 등의 이면에는 이 캐나다를 대표하는 개신교단이 한 정신적 지도그룹으로서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997년 Bill Phipps사건이 그 동안 대학의 종교학과와 신학과 강의실 안에서나 다루어져 왔던 민감한 종교담론들을 급격하게 일반 평신도들에게 대중화시킨 계기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평신도들이 성서비평학적 관점에서 성서를 주제로 한 해석상의 제반 문제들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 공개 토론할 수 있는 문화는 이 교단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이런 문화는 새 세기 들어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종교적 패러다임 변화에 관한 제반 쟁점들에 대해서도 목회자들이나 평신도들이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하게 신앙적 고민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항상 연구하고 질문하는 교회, 그래서 현재진행형인 하나님의 계속되는 창조행위에 보조를 맞추어 따라 붙으려고 열심히 뛰어가는 교회, 이런 예쁜 교회의 모습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현(sarnia@hanmail.net)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7/7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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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발행일: 200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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