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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
저희들이 어려운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여럿이 있겠지만, 그 중에 제일 큰 이유는 자녀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자녀들만 이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행복할 수 있다면 모든 부모들은 이민의 어려움을 얼마든지 참고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힘들어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부모들은 “내가 도대체 왜 이민을 왔나?”라는 질문을 하면서 괴로와 합니다.

지난 4월에 어느 어머님께서 저에게 이메일을 주셨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저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으셨습니다.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본인에게는 아주 마음 아프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 어머님께 허락을 얻어서 Internet에 올리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어머님께 이메일을 두번 보냈는 어떻게 된 일인지 여지껏 연락이 않됐습니다. 꼭 허락을 얻고 싶었는데……

제가 허락도 없이 이렇게 Internet에 올리게 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어머님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면 사후 허락이라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머님께 이곳을 통해서 양해를 구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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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

안녕하세요.
한참을 주저하다가 너무도 마음이 답답하여, 어디다 하소연 할곳도 없고 해서, 얼굴도 뵌적이 없는 분이지만, 어진이님이시라면 이런상황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써 조언을 주실 것 같아서 메일을 써봅니다.

저는 두 아들을 가진 엄마 이고 이민 온지, 만5년되었지요. 며칠전, 12학년인 작은 아들이 학교에서 다쳐 가지고 왔지요. 어떤 아이와 싸웠는데, 일방적으로 맞고 귓볼이 찢어지고 귓바퀴 연골도 찢어졌지요. 그래서 귀볼은 일단 꿰멨고, 귀연골은 성형의사와 수술하기로 약속을 잡아 놓았습니다.

남편과 병원에 보내 놓고 고막이 잘못되었을까 걱정이 되어,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진이님도 그마음 이해하시지요? 다행히 고막은 이상이 없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었지요. 그런데 저희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서 싸움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아이라 제가 싸운 이유를 물었더니, 학교에서 한국아이와 같이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백인 아이들중에 하나가 아시안이라고 욕을 했답니다.

그래서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되었나봅니다. 싸운 장소는 학교밖 작은 공원에서 이었구요. 그날 밤, 저희부부는 잠을 못잤습니다. 이것이 바로 남의 나라에서 사는 서러움인가.... 말로만 들었던 이야기였는데, 이런일이 생기고 보니 참 서러웠습니다. 눈물도 많이 났지요. 이 글을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다음 날 남편과 아이는 학교에 갔습니다. 리포트하러.... 그냥 재수 없어서 개한테 물렸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 아이를 그냥 놔 둘 수 가 없다는 생각이들었고, 벌을 받아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햇는지 인식 할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고, 또 그아이 부모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부교장에게 가서 리포트 했습니다.

물론 제 아이도 싸운 것은 잘 못이고 그러기에, 제아이가 서스펜션 맞을것도 각오 했습니다. 그런데, 부교장말이, 저희 아이의 부교장과 상대방 아이의 부교장이 다르기때문에, 서로 미팅을 해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집으로 부교장으로부터 전화가와서 아이가 받았는데, 제 아이는 5일 서스펜션 이라기에, 그럼 상대방은 몇일이냐 물었더니 그것은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가 친구들을 통해 들은 얘기가 확실하진 않지만, 상대방 아이도 5일 받았다고 하며, 그아이는 풋볼 선수고 그아이 부교장은 풋볼 코치랍니다. 친구들도 손이 안 으로 굽는지라, 그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흥분 했다는군요. 만일, 이 일이 반대로, 저희아이가 상대방 아이에게 그런 상처를 입혔다면 이런결과가 나왔을까요? 아마도, 벌도 더 많이 받고 그아이부모 한테 고소도 당했을거란 생각이 드는것은 제가 너무 오버하는걸까요?

올바른 생각인지, 어쩐지 모르지만 '부교장에게 가서 컴플레인 해볼까, 그런데 그랬다가 아이하테 오히려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저도 경찰에 고발할까, 법정에서게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위해 또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게 될 것이고, 졸업이 2달반 남은 아이도 학교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될것이고..... 여러 생각에 참, 힘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은 '그냥 , 부교장에게 찾아가지도 말고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사과 한마디 못받고, 아이만 괜히 서스페펜션 받게 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다가 '아니야.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는 말자. 결과가 어찌 되던간에 말이야. 그땐 그게 최선의 결정이었으니까.' 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참 마음이 답답하고,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들이 남아 있는것 같아, 어찌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진이님이시라면 같은 아들을 기르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생의, 캐나다 생활의 선배로서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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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이의 답글

ㅇㅇ님, 안녕하세요?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글을 주셔서. 최선을 다해서 부탁하신 말씀에 대답을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먼저 님의 글을 읽고 저도 마음이 꽈~악 막혔습니다. 제 마음이 그랬는데, 본인은 오죽하셨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싸움도 하고 매도 맞고 하면서 큰다고는 하지만 그게 자신의 경우일 때는 가슴이 찟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것도 남의 땅에서……

제가 답글을 쓰면서 조심스러운 것은 남의 일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이야기를 할까 봐서 걱정을 합니다. 저는 카나다에서 34년을 살았습니다. 이곳에서 산 햇수가 한국에서 산 햇수보다 9년이 더 됩니다. 그런데도 어떤 때는 이곳이 낯설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제가 카나다에서 살면서 정말 이를 악물고 고치려고 했던 것이 하나있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것을 고칠려고 애쓰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면 우리 아들들이 이민자이기에 아시안이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수없이 펄펄 뛰었고, 이를 악물었고, 잠을 설쳤습니다. 제 경우에는 저에게 일어난 일들은 오히려 쉽게 털어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들들과 연관되었을 때는 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부모들은 다 똑같을 겁니다.

제가 쓴 글 중에서 “Donna”라는 글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만난 여자였습니다. 이 여자의 행동이 하도 마음에 안 들어서 저는 처음에 생각하기를 ‘이 여자가 내가 아시안이라고 차별하나?’ 하면서 속을 끓였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여자는 누구에게나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걸 가지고 저는 아주 오랫동안 제가 아시안이기 때문이라고 혼자 속을 끓였던 것이었습니다.

저의 경우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제가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고 상상을 해서 저 자신을 자학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걱정이 되는 것은 나쁜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 나는 것 같아서 가끔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사는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부터, 제 가족 부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ㅇㅇ님,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아드님이 아시안이기 때문에 놀림을 당하고, 상처를 입고, 또 부당한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못된 녀석들은 아시안이기 때문에 시비를 걸고 놀린게 아니고 누구에게나 그런 짓을 할 나쁜 녀석들일 겁니다. 카나다 사람들이 잘 쓰는 말 중에 “Wrong place at wrong tim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뭐 굉장한 이유 때문이 아니고 재수 옴붙어서 안 좋은 시간에 안 좋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일을 당한 것이라고 털어 버리는 것입니다. 만약 그때 예쁜 백인 여학생이 그곳을 지나갔다면 그녀들도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만약 아드님이 아시안이기 때문에 못된 일을 당했고,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고 생각하시면 문제가 아주 복잡해집니다. 저의 경험입니다.

첫째로 카나다가 싫어집니다. 카나다에 온 게 후회됩니다. 어느 분이 먼저 카나다에 오자고 하셨는지 모르지만, 만약 남편께서 오자고 하셨다면 남편을 원망하게 됩니다. 오기 싫은 이민을 끌고 와서 온 가족 고생시키면서 이게 뭐냐고 해대게 됩니다. 그러면 두분 다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카나다 사회를 자꾸만 부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기 속만 더 상할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로 아드님이 주눅이 들던가, 아니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품게 됩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신다면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사실 생각이라면, 별로 좋은 마음의 자세가 아닙니다. 앞으로 카나다에 살면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할 젊은이가 아닙니까? 저는 저의 아들들이 무의식 중에라고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말을 하게 되면 정색을 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곤 합니다.

제가 얼마전 오르기 힘든 나무에 쓴 Allen이라는 아이의 글이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요즘도 ‘참 감사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Allen이 큰아들 진이와 좋은 관계를 가지지 않고 이사를 갔다면 저는 일생동안 Allen를 미워하면서 살 것입니다. 그리고 Allen을 생각할 때마다 혈압이 올라갈 것입니다. 저는 Allen과 진이 관계를 좋게 만들어 주고 이사를 가게 해주신 하나님께 진정 감사를 드립니다.

ㅇㅇ님은 종교를 가지셨는지 저는 모릅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성경에 “악을 악으로 갑지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 열이 뻐칠 때, 이 구절을 읽으면서 ‘세~상에!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네! 누굴 약올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악을 선으로 이기는 방법 밖에 없다고 수긍하게 됐습니다. 나이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험입니다. 그런데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긴 합니다.

제가 ㅇㅇ님께서 원하시는 대답을 못 해드리고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남의 일이기에 쉽게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에 고발하고 법정에 가는 일은 제가 전혀 문외한이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물론 상처가 얼마나 큰지 또 비용문제에 따라서 차이가 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변호사와 상의해 보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실 때 아드님이 받으시는 심적 고통과 시간도 참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옳고 그른 것은 가리는게 좋지만 그 여파로 아드님이 중요한 시기에 경찰서에, 법정에 다니게 되고, 어떤 때는 일이라는게 생각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약만 더 오르고…… 어떤 분은 하도 약이 오르고 악이 받쳐서 신경과민으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ㅇㅇ님, 어렵게 저에게 글을 주셨는데 도움이 되는 대답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떤 쪽으로 일을 처리하시던 ㅇㅇ님의 가정에 이번 일로 해서 더 이상 어려움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ㅇㅇ님의 가정을 위해서 기도해드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기도해 드릴게요. 그리고 아드님이 이땅에서 귀하게 쓰임 받는 멋진 사나이가 되길 기도드리겠습니다.

ㅇㅇ님, 온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그리고 우리 모두 열심이 이민의 삶을 살아가요. 매일 매일 좋은 날 되세요.


어진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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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의 답글

안녕하세요, 어진이님.

보내주신 메일 답장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진이님의 따듯한 말씀이 제게는 참으로 위로와 힘이 되었고,
캐나다에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처음에 매맞고 들어온 아이의 모습을 보고 전 기절 할 뻔 했습니다. 귀는 찢어져 피는 흐르지, 얼굴은 퉁퉁 부었지, 옷은 피로 적시고…… 물렁뼈는 찢어졌다지…… 그때는 사실 별의 별 생각이 다들었지만, 경찰에 가거나 법정에 가는 일은 잊기로 했습니다. 그럴만큼 저는 독하지도 못하거든요. 그럴만큼 큰 중상도 아니고요.

지금, 아이는 부은 얼굴도 거의 가라 앉았고, 귀 꿰멘 자리의 실밥도 뽑았고, 아이도 목요일(14일) 부터 학교에 복귀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나니, 저를 힘들게 했던 화, 괴로움, 답답함도 사라지고 저도 이제 마음의 평안함을 찾았고 그나마 '이빨이 부러지거나, 머리를 다치지 않은것이 다행이다'라 생각하고
감사의 기도도 드립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 괴로움 중의 하나는 그아이가 선뜻 용서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신앙인으로써 머리로는 용서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슴으로는 그게 쉽지 않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그아이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이번일로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반성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있는 계기가 되도록 말이죠. 제 아이도 배웠지요. 동기야 어떻든, 싸움하면 때려도, 맞아도 손해라는걸……

그리고 이렇게 제가 마음의 평안함을 찿고 다시 제자리로 다시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어진이님의 위로와 기도 덕분이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답장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주님의 평화와 사랑이 어진이님 가정에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기사 등록일: 200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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