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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22번째)
오르기 힘든 나무(22번째)

1992년 8월

순진이의 말을 듣고 이사하기로 했고 집은 손쉽게 팔았는데, 이사갈 집을 고르느게 생각보다 쉽지않았다.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째는 혼자 버는 수입에 큰집을 산다는 것은 재정적이 부담이 무척 컸다. 살던 집은 10년 정도 살고 나니 집값이 올라서 적잖은 이익을 남겼지만, 돈이 모자라 Mortgage를 얻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순진이가 꽁치고 또 꽁쳐서 Mortgage를 다 물었기에 집판 돈을 몽땅 Down pay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전에 보다 두배 이상되는 mortgage를 얻어야 할 판이었다.

둘째는 순진이의 욕심(?)이었다. 가진 것은 변변치 못한 여자가 보는 눈은 있어서, 이사 갈 집이 최소한 2500 Square feet(약 70평)는 되야 한다는 것이었다. 판집은 1350 SF였는데…… 정말 개구리 올챙이 생각을 못해도 유분수였다. 그러나 순진이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아이들이 자꾸 커가나까, 2500 SF의 집은 있어야 할 것 같았고 이번에 이사를 하면 다시는 이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 생각에도 2500 SF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고놈의 돈이 문제였다!

셋째는 아이들의 학교문제였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진이가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친구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학교를 옮기면서 아주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10학년과 8학년 짜리 두딸을 가진 친구였는데 사업을 바꾸면서 이사를 해야만 했다. 공부도 잘하고 아주 활달하고 명랑하던 딸들이 학교를 옮긴 후로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고 말수도 적어 지더니 학교성적이 뚝뚝 떨어졌다. 매일 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자는 소리만 했단다.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친구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다. 더우기 카나다에서 Visible minority인 한국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춘기 때에는 이미 또래 Group이 형성되어 있어서 생소한 곳에서 또래 Group에 들어 간다는 것는 아주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또래 Group에 끼기 위해서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고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해야 한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친구의 딸들은 새 환경에 적응하는데 일년 이상 걸렸다고 했다.

세 가지 문제을 모두 만족시키는 집을 찾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처음 집을 살 때는 문제가 “돈” 한가지 밖에 없었는데…… 이젠 문제가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났다. 40여 채의 집을 봤다. 그러나 입에 맞는 떡은 없었다.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고, 괜히 집을 팔았다고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골치거리가 아내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순진이를 탓하기 시작했다.

오고 가는 말에 날이 섰다. 가끔 큰 소리가 오갔다. 이러면 안되는데 생각했지만 행동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 Closing day는 점점 닥아오고 이사 갈 집은 찾지 못했고, 까딱 잘못하면 길바닥에 나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본 집이 내 입에 딱 맞는 집이었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고등학교에서 걸어서 5분 이내에 있는 집이었다. 동네도 조용한 곳이었고 교통도 편리했다. 사는 사람들의 수준도 좋아 보였다. 집크기도 내가 원했던 2200 SF였다.
‘이 집으로 이사 올려고 그렇게 오래 기다렸구나!’
집주인은 이미 Calgary로 이사를 했고 Listing agent가 책임지고 집을 팔기로 했다고 했다. 집가격이 생각보다 높았지만 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대개 사는 사람에게 유리했다. 게다가 두달 가까이 팔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이 뛰었다. 퇴근을 하자마자, 순진이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보러갔다.

“여보, 어때? 좋지?”
“……”
순진이는 좋다 싫다 소리없이 집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지하실에 있는 Pool table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Sauna도 있다고 떠들며 좋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여보, 어떻냐니까?”
“……”
“……왜 이래?”
“난~ 이집이 맘에 안들어!”
“무슨 소리야? 여지껏 본 집 중에서 최고야! 최고!”
“……”
“가격도, 위치도, 동네분위기도……”
“난 싫어!”
난 머리통을 쎄게 한대 얻어 맞은 것처럼 띠~잉!했다.

‘이 여자가 더위을 먹었나? 도대체 왜 이래~?’
Agent 앞에서 다툴 수도 없고, 집을 둘러본 후에 차에 올랐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
“너희들은 집이 어때?”
“좋아요. 학교도 가깝고……” 큰 아들 진이의 말이었다.
“난 지하실이 좋아! Pool table도 있잖아요?” 막내가 소리쳤다.
“Sauna도 있잖아?” 둘째가 거들었다.

“거봐~ 모두들 좋다는데, 왜 당신만 No야?”
“하여튼 난 싫어! 집은 여자가 고르는거야!”
“알아~ 도대체 이유가 뭐야?”
“집구조가 맘에 안 들어”
“웃기고 있네! 그 구조가 어때서?”
“현관에서 부엌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게 싫어”
“뭐라구?”
“집도 어둡고……”
“모르는 소리! 그건 밖에 나무가 많아서 그런거야!”
“그리고 집이 작아!”
“이 여자가 정신 나갔네! 2200 SF가 작아~?”
“다른 집을 더 봐요”
“집어쳐었~! 쥐뿔두 없는게 큰걸 찾긴……”
난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엉뚱하게 Brake가 걸렸다. 순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달래보기도 하고 협박도 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최씨집안 막내딸! 최씨 고집에 막내 고집까지 합친 순진이의 고집은 쇠심줄 같았다! 집을 몇채 더 보았지만, 모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 집이 정말 따~악이었는데……’

할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통사정을 해 보기로 했다.
“여보, 어떻게 할거야? 이젠 여지껏 본 집 중에서 결정해야 돼”
“……”
“아~니~ 말을 해! 어떻할거냐구?”
“몇집만 더 보자구요”
“뭐라구~?”
“……”
“여보 그러지 말구, 우리 그집 한번만 더보자!”
“난 그집 싫다구 했자낫!” 순진이의 목소리에 날이 서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길바닥에 나앉을거야~!” 내 목소리도 날이 서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돼지! 어진아, 목소리 낯추고…… 달래고 통사정하기로 했잖아!’
“여보, 나~ 당신 이해해. 그렇지만 이젠 결정을 해야 돼~!” 목소리를 최대한도로 깔았다. 애처롭게 호소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연기가 아니었고 진심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머리는 지끈거리고 본의 아니게 서로를 할퀴는 말을 거침없이 했다. 그리곤 서로 놀랐다!
“여보, 한번만 더 그집을 보자~”
“……”
“그러고 나서도 당신이 싫다고 하면, 그땐 나도 아무 소리 안할께!”
“……”
“제발 한번만 ~ 내가 이렇게 빈다!”
“……”
“사고 안사고는 둘째치고 보기만 하자니까~!”
“……”
“나~ Agent한테 전화한다~. OK~~~?”
“……”

말은 안했지만 순진이의 속도 숯검뎅이처럼 새까만 것 같았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반대를 하지 않는 것은 찬성이나 마찬가지였다. Agent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어진이입니다”
“… 네~…” 어찌 대답 소리가 예전같지 않았다. 하기사 직싸게 고생만 하고 집을 살듯 살듯하면서 안 사는 우리가 야속하기도 했을 것이다. 남의 속도 모르고……
“저~ 지난 번에 본 그집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요?”
“… 그 집은 팔렸습니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 내가 말을 못하자, 다시 약간 Tone를 높여서 말했다.
“그 집은 어제 팔렸습니다~”
“… 그게~… 그게~ 정말입니까?”
“아~니~ 제가 농담하겠습니까?” Agent의 목소리에 짜증스러움이 섞여있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쇠뭉치로 머리을 얻어 맞은 것 같았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 저~ 죄송하지만~ 얼마에 팔렸는지……”
“225,000불에 팔렸습니다”
“…네~~~……”
전화를 끊었다. 그 금액은 우리가 Offer를 넣을려고 했던 금액 보다 15,000불이나 더 싼 가격이었다! 피가 갑자기 꺼꾸려 솟는 것 같았다. 순간 아무거나 막 잡어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

나는 창에 옆구리를 찔린 야수처럼 부르짖었다!
“아~~~ 아~~~ 에이~ 씨~앙~~~~ 아~~~”
순진이를 노려봤다!
순진이의 얼굴은 겁에 질려서 백지장 같았다.
난 두 주먹을 꼬~옥 쥐었다.
내 두 주먹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기사 등록일: 200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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