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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전도사와 기독교 탈레반_강현 컬럼 8
미국 내 일부 보수세력의 도덕적 타락과 오만 방자함이 날이 갈수록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반미성향의 외국정치지도자 암살을 선동한 크리스천 코알리션의 팻 로버트슨이라는 인물 하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의 발언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 들이고 있는 듯한 미국 일부 보수 대중의 반응이 진짜 심각한 문제다.
크리스천 메이저리티의 제리 포웰이나 이번에 또다시 물의를 일으킨 팻 로버트슨 같은 기독교 우파분자들이 천박하게 입을 놀려대는 것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보수세력 내부의 합리적이고 온건한 그룹이 이런 자들이 가끔 미친개처럼 날뛸 때마다 제어하는 시늉이라도 해 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사라졌다. 그들 스스로 십자군 전쟁이라 명명한 이라크 전쟁에서 참담하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그런 여유마저 사라진 듯 하다.
이런 마당에 터져 나온‘테러 암살’ 선동은 추후 사과나 변명 까지를 포함해 미리 계산된 발언이자 미국 보수세력 주류의 솔직한 정서를 정확하게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들의 중심에는 약 5 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자리잡고 있고 이들의 맨 오른쪽에는 극우성향의 근본주의자들과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이들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1994년 이후 전개되어 온 미국 사회의 변화를 면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20년대 자유주의와의 교리논쟁에서 완패한 기독교 근본주의는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정치-사회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자신들의 신앙노선으로 삼아왔다.
다른 수 많은 기독교인들이 지난 세기 중 전쟁과 독재, 식민주의와 성차별 등에 대항하는 투쟁에 참여하고 인종-종교간 화해의 기틀을 마련하는 등 인류의 거대한 진보에 기여하는 동안 이들은 교회의 기도실에서 나오지 않은 채, 자신들이 보기에 못마땅하게 변해만 가는 세상에 대해 등돌리기와 저주를 일삼는 데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지난 1994년 기독교 우파의 집중 지원을 받은 공화당이 미국 의회를 장악하면서 이들의 태도가 일변하기 시작했다. 깅그리치 반동(反動) 이라 불리우는‘공화당의 의회장악’은 그로부터 7년 뒤에 발생한 9.11 사건과 함께 기독교 근본주의를 미국 정치의 전면에 재부상시킨 대사건이다.
이 때부터 기독교 근본주의는 70여년 동안 지켜왔던 정치-사회문제에 대한 불개입 노선을 내팽개치고 정치, 경제, 사회, 외교문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개진해오고 있다.
당시 보수세력을 결집시킨 두 개의 핵심 매개는 전통적 기독교의 정체성 유지와 백인중산층의 기득권 보존 열망이었다.
1960 년대 민권운동이 가져온 결과물들에 대해 생래적인 증오심으로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던 차에 갑자기 도래한 공화당의 양원 장악은 그들을 크게 고무 시켰다. 이번에 테러 암살 선동발언을 한 로버트슨 은 역시 유명한 개신교 목사인 빌리 그레이엄과 함께 기독교 우파를 중심으로 미국의 광범위한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1994 년의 깅그리치 반동을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이미 그 때부터 “패미니즘 은 공산주의의 가족 파괴 공작이며, 부엌에 처박혀 있어야 할 여자들을 밖으로 나돌게 해 자녀들을 살해하게 하는 마녀들의 주술” 이라는 망언을 한 것을 비롯해 모든 사회정의 운동과 자유주의, 국제연대 등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 부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듬해인 1995년에는 그를 비롯한 기독교 우파가 주도한 ‘전통적 기득권 세력의 대반란’ 이 절정을 이루어 급기야 이 해 봄에 있었던 뉴 햄프셔 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팻 뷰캐넌이라는 극우 인종주의자가 최다 득표를 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립학교에서 기도와 성경공부를 부활하라는 주장이 당연히 터져 나왔고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게이들이 폭행을 당했으며 낙태시술을 한 의사가 폭탄 세례를 받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대체로 사고능력이 부족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일부 중 하류층 백인 청소년들을 긁어 모아 조직한 극우 무장단체가 전국의 중소 도시와 시골에 2 백여 개나 창궐했던 것도 이 무렵이다.
결국 오클라호마에서 연방정부청사가 극우분자들의 폭탄테러로 무너지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나고서야 ‘극우의 준동’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가를 깨달은 언론과 일반 대중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경계심리가 확산된다.
1996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재선되고, 그로부터 2년 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시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때맞추어 승승장구한 경제호황과 아울러 ‘합리적 다수’ 속에 확산된 우경화 경계심리가 함께 작용한 결과였다.
적어도 1996년부터 4 년간은 미국 보수진영 내부의 극우파가 다시 지리멸렬 했던 시기로 ‘극단주의는 결국 자멸한다’ 는 교훈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거의 빈사상태에 있던 극우파가 기사회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9.11 사건이다.
미국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광범위한 부정선거와 표 도둑질을 통해 공화당이 간신히 대권을 거머쥔 지 10 개월 만에 느닷없이 터진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등장한 극우파의 새롭게 변모한 모습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기존의 강경 보수파 정치인들과 기독교 우파 외에도 극우 시온주의자들과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신(新) 제국주의 이론으로 무장한 테크노크라트들이 결합된 매우 조직적이고 강력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및 대(對) 중동정책을 비롯한 향후 미국의 세계지배전략과 관련해 이들이 앞으로 무슨 짓을 벌일지를 예견해 주는 신호탄이었으며, 세계인들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재앙이나 다름 없었다.
이번 팻 로버트슨의 발언은 한 극단주의자의 돌출발언이 아니라, 이런 구도와 정세 속에서 하나님의 사업을 위해 십자군이 앞으로 저지를 모든 종류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종교적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한 전초적인 대중 의식화 시도임이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수백만의 회원과 비슷한 수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기독교 단체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의 입을 통해 튀어나온 암살선동에 대해 의외로 많은 보수성향의 대중들이 별로 문제삼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의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의 자유는 물론 보장되어야 한다. 누가 어떤 종류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을 갖건 그건 개인이 선택할 몫이다. 그러나 자기들의 종교만이 유일한 진리이자 선(善)이라는 배타적인 신념을 가진 종교집단이 정치권력화 하여 독선과 이권을 전 세계에 무차별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침략전쟁을 정당화 할 뿐 아니라 테러와 살인까지 선동하고 있다면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반 문명적 범죄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는 다원주의 국가다. ‘서로 다름’이 공존하는 모습을 세계에 모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나라가 사악한 욕심과 망상에 사로잡힌 정치-종교집단 과 그들의 선동에 열광하는 일부 대중의 집단광기 때문에 붕괴와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9/2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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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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