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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 "나 다시 돌아갈래" _ 김대식 기자
빼앗긴 땅, 기구한 세 모자의 일생은 그가 태어나기도 전 불러오는 배를 부여잡고 남편의 일상화된 가정폭력으로부터 도피의 길을 떠나면서 시작 되었다. 생존을 위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가 태어난 지 일곱 달 되던 해 그는 친모가 총에 맞아 처참하게 살해되는 바로 그 현장에 있었다. 어미를 잃고 고아로 남겨진 두 형제를 사람들은 보호라는 명목 하에 수용소에 가두어 구속하게 된다. 그들이 원한 길은 아니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몹시 춥던 어느 겨울 날, 그가 의지하던 하나 남은 피붙이 형제마저 잠자는 동안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는 철저하게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탈출을 결심한다. 감시의 눈을 피해 으슥한 수용소 한 켠 울타리 밑을 조금씩 파나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손톱은 흔적도 없이 뭉그러져 있었지만 끝내 자유를 찾아 떠나는 대 탈출에 성공한다. 아무도 그가 탈출을 감행 하리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하늘에 수색 헬기가 뜨며 추적해 왔지만 그는 산 속 깊이 잠적 하는데 성공한다. 추적의 발길이 잦아들고 자유의 맛에 취해 나른하던 늦은 봄 날, 그에게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 온다. 둘은 첫 눈에 반해 뜨거운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처지가 절박한 만큼 사랑에 대한 집착 역시 강렬했다. 첫사랑, 오래 가지는 못했다. 얽매인 그의 사랑은 한편으로 아픔을 남기며 사라져 갔다. 사랑은 말없이 떠나고 그는 다시 혼자 남겨진다. 세상에 호락호락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는 사랑이 떠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대개가 그렇듯 떠난 그녀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난히도 그에게선 많은 것들이 무심히 떠나가기만 했었다. 헤어짐의 기억 들이 함께 되살아나며 가슴을 더욱 옥죄어 왔다. 몸은 자유로워 졌지만 먹고 사는 일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것은 없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첫사랑에 몸부림치며 상실의 아픔으로 허기진 어느 유월 햇빛 좋은 날, 그는 결국 포위망에 걸려들게 되고 다시 울 안에 갇히는 영어의 몸이 되었다. 화려한 외출은 그걸로 끝난 듯 보였다. 그는 반항하지 않았다. 꿈결 같던 자유와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만이 짧게 추억되며 눈물 흘렀다. 기구한 가족사, 생이별, 화려한 외출, 다시 찾은 자유, 평생 잊지 못할 첫사랑의 추억, 모든 것들이 꿈처럼 아련했다. 그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끝을 받아 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어쩜 그날 밤도 별빛 녹아 흐르는 눈물방울 보며 혼자 울부짖고 있었는지 모른다. 박하사탕 같은 추억을 곱씹으며 “나 다시 돌아 갈래!” 울타리를 흔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가 끝은 아니었다. 그는 다시 한번 탈출에 성공했다. 지금 그는 아무 곳에도 없다. 그리즐리 베어 ‘Boo’ 이야기다. 한 달간에 걸친 모험이 막을 내렸다. 2002년, BC주 북부 산간지역에서는 한 사냥꾼에 의해 엄마 곰이 피살 되며 생후 일곱 달 된 두 마리 형제만 고아로 남겨져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냥꾼에게는 9천불의 벌금이 선고 됐었다. 다른 형제 곰은 2004년 동면 중에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골든 시 인근 Kicking Horse Grizzly Bear Refuge에 최종 이송돼 보호 받고 있던 그리즐리 베어 ‘Boo’는 6월 초 수용소 담장 밑을 파고 탈출했었다. 사랑에 대한 원초적 본능이 그의 탈출을 결심하게 만들었고 그는 짧은 자유를 만끽했다. 야생에서 암컷 친구를 만나게 된다. 둘은 마을과 떨어져 산속 깊이 이동한 것이 확인되며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 지기도 했었다. 다행이었다. 그를 한때 사랑했던 야생 암곰은 수태 후 떠나가고 그는 다시 홀로 남겨지게 된다. 수컷은 습성상 가족을 거느리거나 부양하지 않고 오히려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고 한다.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된 이후에도 아직 곰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몹쓸 사람들처럼 말이다. 지난 23일, 결국 포획된 그는 일정기간 교정교육을 거쳐 보호소로 보내질 운명에 처해진다. 교정교육에는 그의 남성을 거세하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발정한 암컷의 체취를 맡고 흥분한 것이 그를 울 밖으로 유인해 탈출하게 만든 주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잡혀 들어 온 다음 날, 결국 그는 2중 전기철책을 파괴해 무력화 시키고 5미터 높이의 안전장벽을 타넘어 다시 한번 극적인 탈출에 성공했다. 아직 그의 행적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인간과의 영역 싸움에서 밀리며 갈수록 설 곳이 좁아지는 영토! 그 빼앗긴 들에서의 짧았던 휴가! 스스로 이룬 자유를, 되찾은 그의 나라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제발 다시는 잡히지 않기를 바래선 안 되는 걸까?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수 있고, 마을로 내려와 인명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지만 어느 것 하나 전적으로 그의 책임은 아니다. 나는 지금 그를 응원하고 있다. 언젠가 탈주범 신창원의 도피행각에 열광했던 이상한 사람들의 신드롬만큼은 차마 비난 받지 않을 것이라 자위하며 나는 지금 그를 응원하고 있다. 그의 자유를 전폭 지지한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6/3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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