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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여분
"약간의 여분" 우리말의 여유(餘裕)를 영어로 옮긴다연 어떻게 해야 할까? 언어와 문화는 본질적으로 별개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 둘의 상관성 만큼은 아주 긴밀합니다. 한 나라의 말을 다른 나라의 말로 번역함에서 그 나라 문화의 이해가 먼저이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바빠 도저히 짬을 낼 수 없는 인사를,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들 말을합니다. 잘 나가면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삽니다. 린위탕(林語堂)같은 고수(高手)이거나, 아니면 백수(白首)의 뻔뻔함이 없으면 한가로움이란 사람들의 눈치나보며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세상에서는 시간은 없을수록 힘이있는 사람이지만 돈이라면 많이 있어야 힘이 있는 사람이 되는 셈입니다. 시간과 돈은 그것의 없고 있음에따라 신분이 달라보인다는 것은 아무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에는 권력이란 힘도 있습니다. 고위관리가 되어서 국민들과 뜻 깊이해야 할 국가기념일에 골프장에서 사사로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배짱은 권력의 주변에서 늘 보는 일입니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어하는 5천만 시선을 묵살할 줄도 알고 끈질긴 기자들을 따돌리는 법을알며 들키고나서는 둘러댈줄도 알아야하는 이들이 얼마나 빠뜻한 인간들인가, 나는 압니다. 도연명의 탈속(脫俗)여유를 흠모하던 양산보라는 이가 연산군시절에 있었습니다. 그는 정치의 난장(亂場)에서 도망쳐 소쇄윈을 조원(造園)하고 숨어 살았습니다. 500여년 전 과거와 지금의 현실이 다르니, 당시 원림(園林)속에서 여유자적하던 선비와 지금 골프장에서 눈치살피는 위정자들의 여유가 어떻게 같을 수는 있는 것일까. 이조시대에 난세를 혐오하고 이상세계를 동경하는 인사들이 지방에 흩어져 유배문화를 이루었습니다. 이들의 선비놀음이나 시주(詩酒)의 여유를 특수층의 풍류라는 비난에 변명을 둘러댈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세상관만은 한 번쯤 정연히 하여볼 필요가 있지않을까 합니다. 이로하여 쫒기고 있는 민중들의 삶을 좀 느슨히 재조정하여주는 어떤 정신적 틀을 마련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해서입니다. 지금 풍요의 절정을 살고 있는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들이 매우 각박하여가고 있는 바로 이 때야말로 삶의 여유를 다시 생각하여 보아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해서 입니다. 돈과 힘의 여력은 마음의 여유와는 가까운 관계가 아닙니다. 이것들이 지나치고 넘치는 만큼 진정 여유와는 소원한 거리에 있습니다. 오히려 여유의 천적(天敵)인 욕심과 돈이나 힘은 서로 친밀한 사이입니다. 치솟기만 하는 것이 욕심의 어쩔수 없는 속성이라 하더라고, 이것을 어떻게든 낮추어 줄 수만 있으면 꼭 그만치만 남아도는 꿋꿋한 마음의 여유가 들게 되어있습니다. 도대체, 영어권에는 우리나라의 여유에 걸맞는 단어가 있기는 한것일까? 그냥 남아돌아 팽개쳐놓은 그 어떤 것으로는 여유에 근사(近似)하지도 않습니다. 여유란 생활화한 태도와 가치관에서 규정되는 것이므로 양의 정도를 구태어 말해 본다면....글쎄, 한국에 있는 어느 한 외국인이 여유를 두고, '바로 그 약간의 여분'(That bit extra)이라고 한것은 우리의 여유문화를 아주 썩 잘 집어 보인 것입니다. 그 분에게 바둥대는 우리들이 얼마나 안쓰러워 보였을까? 경제일등국민이 된 지금, 우리는 이 여유를 잃고 꽤 오랜 세월을 허송하였습니다. 어는 날, 우리 문화에 서툰 낯선 외국인 하나가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까맣게 잊고 있는 우리들을 일깨워 줍니다. 총뿌리를 우리들 마음에 들이대도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될 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그 약간, 여분'의 마음입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3월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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