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치, 치은염, 치주염, 치주질환으로 불리는 잇몸병. 잇몸병의 초기 증상들은 입냄새와 치솔/치실질을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입니다. 더 심하게 되면 치아가 흔들려서 결국 빠지게 됩니다. 캐나다에서 하이지니스트로 10여 년 동안 일하면서 한국분들을 가끔씩 치과에서 보게 됩니다. 저 자신도 하이지니스트가 되기 전에는 스케일링과 치실에 대해 잘못된 상식들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오늘은 많은 한국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케일링과 치실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한국사람들에게 흔한 치주질환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은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들과 잘못된 상식들입니다.
오해 1: 스케일링을 하고 난 뒤에 치아 사이 공간이 더 벌어졌다? 오해 2: 치실을 계속 사용하면 치아 사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치실질을 하다가 피가 나면 치실 사용을 멈추어야한다? 오해 3: 아프지 않게 살살하는 스케일링이 좋다? 일년에 한 번씩 살살하는 스케일링을 받으 면 충분하다? 오해 4: 인사돌, 이가탄이 잇몸 문제를 해결해준다? Listerine 같은 가글링을 자주하면 치주 질환을 낫게 한다? 오해 5: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잇몸이 내려간다? 잇몸병으로 잇몸이 내려가는 것과 치아가 흔들려서 빠지는 것은 노화의 일종이다?
1. 치태(플라그)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한 돌처럼 굳게 되는데 이를 치석이라 합니다. 치태와 치석은 세 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균들은 잇몸에 염증(치은염)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잇몸과 치아벽 사이에 치주낭을 생성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 쌓이면서 잇몸뼈(치조골)의 손상(치주염)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잇몸 질환들을 치주질환이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치주염 상태가 되면 치조골이 밑으로 내려앉으면서, 잇몸도 같이 내려가게 됩니다. 시간이 더 지나서 치조골이 더 많이 내려가게 되면 치아뿌리를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치아가 흔들리고 빠지게 됩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충치보다는 치주질환으로 치아를 많이 잃게 됩니다. 치주질환으로 잇몸뼈와 잇몸이 내려가면 치아의 뿌리도 드러나게 되지만 치아 사이도 벌어지게 됩니다. 치석으로 덮여 있을 때는 치아 사이가 벌어진 것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치석이 제거되고 나서 치아 사이의 공간을 느끼게 되면서, 스케일링으로 인해 치아 사이의 공간이 생겼다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는 잇몸 밑에 쌓여있던 치석이 치조골과 잇몸을 내려가게 해서 치아 사이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2.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잇몸 출혈을 일으키는 것은 치태와 치석에 있는 세균들인데, 치태는 양치질과 치실로 어느 정도 제거가 되지만, 치석은 치과에서 스케일링 도구로만 제거가 가능합니다. 치실질을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온다는 것은 그 곳에 세균이 모여있는 것이기 때문에, 잇몸에 출혈이 생길 때는 그 곳을 좀더 집중적으로 치실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 피가 난다면 잇몸 밑에 본인이 제거하지 못한 치석이 있기 때문임으로 그 때는 딥스케일링을 받으셔야 합니다. 치실 사용은 치솔질보다 더 효율적으로 숨은 치태를 제거하기 때문에 치실 사용을 매일 습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미에 “ONLY FLOSS THE TEETH YOU WANT TO KEEP - 당신이 간직하고 싶은 치아만 치실질을 해라”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말은 치실 사용을 계속 안하면 그 치아는 언젠 가는 잃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 매년 치과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고 클리닝을 받는데도 치주질환에 걸리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잇몸 밑에 쌓인 치석을 제거하지 않고, 잇몸 위에 쌓인 치석들만 제거해주는 식의 클리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스케일링은 별로 아프지도 않고, 또 환자들은 클리닝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안심해 버립니다. 치석은 잇몸과 치아면 사이의 홈(Sulcus)에 서서히 쌓이기 시작하면서 결국은 치주낭(Perio Pocket)을 형성해서 그 안에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잇몸 밑으로 서서히 쌓인 치석은 염증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잇몸뼈와 잇몸이 내려앉게 됩니다. 치주질환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딥스케일링입니다. 딥스케일링이란 홈과 치주낭에 쌓여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것인데, 이렇게 잇몸 밑으로 스케일링을 할 경우에 출혈과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치석이 많이 쌓여있고 잇몸 염증이 심할 경우에는 딥스케일링 치료가 더 아프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딥스케일링을 자주 하면서 잇몸 관리가 잘되면 스케일링 할 때마다 통증이 줄어듭니다. 스케일링시 통증이 심하면 하이지니스트가 국소 마취를 하고 딥스케일링을 하게 됩니다. 딥스케일링을 하고 나면 잇몸 염증이 가라앉고 잇몸 출혈이 사라집니다.
4. 인사돌과 이가탄의 선전을 보면, 이 제품들이 잇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처럼 믿게 만드는데 이것은 상당한 오해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인사돌, 이가탄 같은 제품을 잇몸병 약이라 팔지 않습니다. 이런 근거 없는 약들에 의존해 장기 복용하면서, 근본 치료를 놓치면 결국 치아가 흔들거리고 빠지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약들을 장기 복용시에는 인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치솔질, 치실, 스케일링 같이 물리적인 방법으로 세균 덩어리들(치태, 치석)을 제거하는 것만이 잇몸 염증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아주 예전에 북미에서 리스터린 회사가 미디어에 99% 치은염(gingivitis)을 치료해준다는 식으로 광고를 냈다가 거짓광고라는 소송을 당했습니다. 리스터린 같이 가글링을 하는 제품들은 사용시에는 효과가 잠시 있는 것 같지만, 일시적일뿐 근본적인 치주질환 치료가 될 수 없습니다.
5. 북미 사람들은 치과를 예방차원에서 일년에 한두번씩 방문합니다. 보통 스케일링은 6 개월에 한번씩 받도록 권장됩니다. 하지만 한국분들은 치석이 많이 쌓인 다음에 제거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치석이 그렇게 쌓이는 동안 본인도 모르는 사이 잇몸과 치조골이 서서히 파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치석이 쌓인 상태에서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면역력 저하, 호르몬 변화(임신, 출산), 당뇨, 흡연 등이 합해지면 치주질환을 더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제가 보는 많은 캐네디언 할아버지, 할머니들 중에서는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스케일링을 받고 관리해 오셔서 잇몸이 내려가 있지 않고, 건강한 잇몸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치아와 잇몸은 관리를 잘하면 100세까지 보존할 수 있습니다.
자연 치아 하나의 경제적 가치는 3천만원 정도라 합니다. 28개(사랑니 제외) 치아 모두의 가치를 합하면 8억 4000만원의 가치가 된다고 합니다. 치아가 흔들리거나 없으면 잘 씹지를 못하고 저작작용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뇌의 인지능력도 떨어지게 합니다. 많은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만성 치주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심장병, 뇌졸증, 당뇨병, 골다공증, 치매, 암에 더 많이 노출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치주질환 입속 세균들이 염증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염증물질들이 혈액을 타고 몸안을 돌면서 이러한 질환들을 일으키게 됩니다. 또 입속 세균은 췌장암 환자들의 췌장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는 최근 연구들이 많이 나오면서 치주질환과 췌장암과도 큰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뇌졸증, 췌장암의 위험이 높은 분들은 더 적극적으로 잇몸관리 스케일링을 받아야 치주질환으로 인한 전신건강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치아가 아파서 치과를 방문하는 것보다, 예방차원으로 치아를 관리한다면 치아를 건강하고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치아와 건강한 잇몸은100세를 사는 이 시대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수명도 더 길게 해줍니다. 치실 사용하는 것을 습관화 하고, 스케일링을 꾸준히 받으면서 정기적인 체크업을 하면 노년에도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글 : 서자영 (에드먼튼 근교 Leduc에서 Dental Hygienist로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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