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 지은이: 김정배 그림: 에스카·자경 출판사: 한그루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제주 특별 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기금으로 출판된 책
나는 작품의 소재가 된 도대불을 직접 찾아 제주도에 갔다. 여고시절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47년 만이다. 제주에는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 을 쓴 김정배 작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책이 곧 출간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에 나가 김정배 동화작가를 만나려고 연락을 취했더니, 마침 책이 출판되었다며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귀한 책을 보내주었다. 김정배 작가는 제주를 소재로 한 동화책을 두 권이나 냈다. 이번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은 제주 문화 예술 지원금을 받아 낸 책이다. 몇 년 전 『할머니의 테왁』 도 예술 지원금으로 출간했다.
도대불이라는 말은 참 생소하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도대불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몰랐다. 책은 지식을 줄 뿐만 아니라 몰랐던 사실을 알게도 해주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참 좋다. 독자들도 도대불에 대해서 참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짐작이 갔다. 제주에 살고 있는 몇 몇 아이들을 길거리 인터뷰를 해보았지만 도대불을 아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도대불은 초창기 때 세워진 등대란다. 지금도 포구 곳곳에 도대불이 남아 잘 보존되고 있었다. 각 지역단체에서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 내용을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주인공 달중이의 아버지는 갈치 잡이 어부다. 달중의 집은 가난하지만 그런대로 행복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어느 날 아버지가 갈치 잡이를 나갔다. 마당의 개 밥그릇이 날려갈 정도로 며칠 째 심하게 바람이 불었다. 엄마는 마음이 불안해서 마당을 서성인다. 달중이는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두손 모아 빈다. 어둠을 뚫고 만신창이가 된 배들이 포구로 하나 두울 들어오기 시작한다. 엄마는 미친 사람처럼 포구로 달려 나갔지만, 끝내 아빠 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간신히 살아 돌아온 창수 아저씨는 엄마에게 "포구에 불빛만 있었어도……" 라고 말한다. 그 후 한밤중에 엄마가 사라진다. 달중이는 엄마 뒤를 따라가 숨어서 엿본다. 엄마는 포구로 나가 돌덩이를 나르며 탑을 쌓고 있었다. 달중이는 다음 날부터 엄마 몰래 돌덩이를 들어다 놓아둔다. 엄마를 미친 사람으로 바라보던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 탑 쌓기를 함께 한다. 계단이 있는 원통 모양의 돌기둥이 세워지고, 꼭대기에 호롱불을 밝힌다. 달중이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생각하며 바다를 향해 “아빠, 사랑해요”를 목청껏 외친다. 엄마는 밤마다 도대불을 밝히러 나가고, 도대불 덕택에 마을의 고깃배는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최초의 제주도 작은 등대 도대불이다. 김정배 작가와 제주의 도대불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외적 침입을 막기 위한 연대는 곳곳에 있었다. 도대불은 많이 훼손되고 사라졌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달중이 엄마가 쌓았을 것이라고 짐작이 가는 도대불이 있어 반가웠다. 하지만 작품은 역사를 근거해서 쓴 허구를 가미한 것이라 정확한 그 등대를 찾기란 어려웠다고 작가도 말했다. 1915년도에 만들어 졌다는 이 등대는 1972년 전기가 들어 올 때까지 사용했으며, 처음에 만든 도대불은 마른모꼴이었는데 태풍에 허물어져 원뿔형으로 복원되었다. 돌출형 계단이 설치되어 아랫부분은 넓고 윗부분은 좁아지는 형태이다. 연료는 생선 기름을 사용했고, 첫 배가 나갈 때 켜고, 마지막 들어 온 어부가 불을 껐으며, 어부들이 직접 관리했다. 여자가 쌓기엔 엄청난 크기의 돌이었지만, 제주의 돌은 용암이 흘러 굳어진 용암석이라 보기만큼 무겁지 않은 게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돌이다. 그 돌 하나하나에는 달중이가 아빠를 향한 그리움과 엄마의 돌덩이만큼 무거운 그리움의 애잔함이 묻어있었고, 하나하나 슬픔이 담긴 돌이라 생각하니 예사로 보이지 않았으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져 기도가 나왔다.
책속으로
구름 사이로 저녁노을이 잠깐 비췄던 그날도 아빠는 낚시 도구를 챙기고 갈치 낚으러 바다로 갔습니다.
쌔애앵 쌔애앵, 마당에 있던 개 밥그릇이 요란하게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안 되겠다. 포구에 나가봐야겠어.” 엄마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나도 갈게요.” “바람이 세니 너는 집에 있어. 엄마가 보고 올 게.”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일어났다가, 문을 열고 바다 쪽을 보다가, 또 마당에 나와 서성여도 보았습니다.
“포구에 불빛만 있었어도….” 창수 아저씨가 울먹이며 엄마한테 말했습니다.
엄마는 커다란 돌덩이를 들고 와서 탑을 쌓았습니다. 나는 엄마가 왜 돌탑을 쌓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부터 엄마 몰래 탑 쌓는 일을 거들었습니다.
어부들이 모두 나와서 탑을 쌓았습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원통모양의 탑을 다 쌓고 계단을 만들어 꼭대기에 호롱불을 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작은 등대를 도대불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작은 불빛이 깜깜한 바다를 밝혀 고깃배의 길잡이가 되었다. 어린이 여러분은 자신의 불을 밝혀 다른 사람의 길잡이가 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따뜻한 불빛이 가슴에 켜지는 것 같지 않나요? 책 뒤에는 제주에 남아 있는 도대불 사진이 실려 있고, 해설까지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 도대불 사진은 김정배 작가가 직접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작가 김정배는 창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귀포 신인 문학상』,『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농촌여성신문』 스토리공모 우수상 지은 책은 동화집 『할머니의 테왁』, 그림동화 『꽃밥』이 있다.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은 세 번째 그림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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