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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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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장이 연준이 싸가지를 괴롭힌 건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확 돌아 버린 진짜 이유는 좀 나중에 이야기 하고, 두 번째 이유가 서울에서 만난 그 처자, 규원이란 처자와 DNA 대조 결과가 나올 4일 동안의 초조함 때문이기도 했다.
서울로 향하는 자신의 승용차 운전대를 잡은 연준의 손은 벌벌 떨고 있었다.

이 싯점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도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로 글을 써 내려 오고 있지만 이 부분, 즉 연준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이 부분만큼은 정말 조심스럽고 자신 없다.

왜냐면 입양아로서 연준이 겪은 지난한 세월을 어찌 나 같은 쌈마이 작가가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나중에 들은 연준의 이야기는 그야 말로 나 같은 놈이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다.

생각해 보자. 부모라고 철석 같이 믿고 사랑하고 자라던 중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자신은 부모와 정말 다르게 생겼더라… 그 뒤로 따르는 끊임없는 따돌림, 정체성의 혼란… 그러다 철들면서 자신을 버린 조국과 부모에 대한 원망과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을 어찌 나 같은 자투리 작가가 표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내가 표현 못 할 아픈 가슴으로 연준은 서류 봉투를 받아 들었다. 밀봉된 봉투를 뜯으려 집어 보지만, 잠시 망설이다 이내 내려 놓는다. 바로 개봉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심호흡을 해 보고 다시 봉투를 쳐다보지만 그래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연준은 끝내 뜯지 못한 봉투를 들고 규원의 병실 문을 열었다. 규원은 두 무릎을 끌어 안고 앉은 채 멍하니 침대 시트만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었다.

“컨디션 어때요?”

그러자 고개를 든 규원이 웬일인지 연준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반갑네요… 이윤 나도 모르겠지만…”

“뭐… 감정마다 꼭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암튼 이거~~”

연준이 들어 올린 봉투를 본 규원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뭐래요? 아니죠?”

연준이 말없이 고개만 좌우로 가로 저었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규원의 얼굴이 다시 밝아 졌다.

“그럴 줄 알았어요… 짐 챙길게요 금방…”

“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직 안 뜯어 봤다고요…”

“왜요?”

“그게…”

연준이 말을 잠시 끊었다.

“그게… 겁이 나서요… “

“겁이라니요?”

“그게… 이 세상에… 나랑 피를 나눈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존재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아닐 땐… 또 전처럼… 나 혼자가 되야 하니까 그게….”

순간 규원은 봉투를 들고 설레임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다 큰 남자의 진심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다. 또한 자신의 처지와 닮은 면도 있어 다른 보통 사람들 보다 더 연준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제가 뜯어 볼까요?”

“아뇨… 내가… 내가 할께요… 그래야 해요…”

그리곤 결심한 듯 연준이 조심스레 봉투 윗부분을 뜯어냈다. 봉투 안의 페이퍼가 나올 만큼 공간이 확보 되자 연준은 또 다시 동작을 멈추곤 숨을 다시 골랐다. 이내 결심 한 듯 페이퍼를 꺼내 든다. 순간 규원도 긴장된 마음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어때요?”

그러나 글을 읽어 내려가던 연준의 표정이 이내 싸늘해졌다. 이미 눈치챈 규원도 쓴 웃음과 더불어 고개를 숙였다.

“홀가분은 하잖아요… 확인은 했으니까…”

규원 자신도 왠지 모를 실망감이 들어 당혹스러웠다. 이내 자신의 주제 넘은 감정을 추스르려 억지 미소를 만든 후 고개를 들었는데 규원은 더욱더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연준이 페이퍼를 든 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무거운 눈물 덩어리를 눈망울 하나 가득 머금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준씨”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연준이 마술사처럼 떨어 지기 직전의 눈물 덩어리를 잽싸게 감추어 버리곤 어색한 미소로 규원을 쳐다 보았다.

“다행이네요…. 진짜 내 동생이었음 규원씨 나한테 정말 혼났을 텐데..…”

규원은 지금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면 자신보다 더 불쌍할 지도 모르는 이 젊은 사내가 걱정되고 위로 하고 싶어졌다.

“괜찮아요?”

“내 걱정 해 주시는 거에요?”

“갑자기 그러고 싶어 져서요… 그럴 주제도… 처지도 아니지만… 자~
이제 진짜 짐 챙겨야 할 시간인가 봐요”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문을 나서고 두 사람이 각자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일 지점에서야 연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태워 줄께요… 어디로 갈 거에요?”

“글쎄요… 어디로 갈까요? 아니… 어디로 가야 할까요?”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머뭇거리던 연준이 안 주머니에서 흰 봉투 하나를 꺼내 규원에게 내밀었다.

“받아요…

“뭐에요 이게?”

“돈이에요… 많지 않아요..

그러자 규원이 잠시 말없이 연준을 쳐다 보았다.

“ 그래요…동정해서 주는 돈 맞아요…
자존심 상하면 가다 버리던지 알아서 해요”

하지만 예상 외로 규원이 빙긋이 웃으며 말 했다.

“세상에 돈 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고마워요.. 잘 쓸께요… ”

“그리고 이거… 셀폰이에요… 프리 페이드… “

잠시 규원이 연준을 쳐다 보았다. 연준도 그런 규원을 바라 보고…

“이제..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게… 연결 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저한테 전화 해도 괜찮아요… 제 전화 번호 세이브 해 놨어요…”

규원이 조그마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뒤돌아 걸었다. 뭐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 DNA 확인만 했을 뿐… 하지만 그래도 왠지 돌아서는 규원의 마음은 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뭐라 할까… 지금 다시 세상과 이별하러 간다면 그 전에 잠시 라도 생각 날 사람이 이 세상에서 한 사람… 그 전에 없었던… 그런 한 사람…. 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런 마음에 발길을 옮기는데 다시 연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삶을 포기해 버리는 거… 그딴 거… 안 하면 안 되요?”

전 같음 그냥 갔을 텐데 규원은 돌아서고 싶어 졌다. 돌아서서 연준이 준 핸드폰 박스를 들어 흔들어 보이는 규원…

“글쎄요… 하긴… 너무 추울 것 같더라고요”

미소까지 지어가며 손을 흔들곤 돌아서 걸어가는 규원 모습에 연준은 그나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동생을 이번에도 찾지 못한 절망스러움은 곧바로 연준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

기사 등록일: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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