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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20번째): 깨어진 꿈 2005-11-6
 
1991년 11월

Dressing room을 나서는 찬이의 얼굴이 환했다.
‘어~ 저 녀석이 웬일이야!?’
찬이는 형이나 동생처럼 똑같이 축구와 학키를 시작했지만, 팀에서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체격도 작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조그마한 실수도 마음에 꽁꽁 싸가지고 혼자 삭이느라고 애쓰곤 했다. 게다가 형과 동생은 팀에서 Assistant Captain의 표시인 “A”를 가슴에 붙였는데 찬이만 없었다. 진이와 현이는 2년째 되는 해에 Blue에서 White를 건너 뛰고 Red에 모두 올라갔는데, 찬이는 3년째 되는 해에 겨우 White에 올라갔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쳐지는 찬이를 보는게 안타까웠다. 또 자신이 그걸 알고 제딴에는 애를 쓰는 것을 볼때 애처롭기 조차 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이야?!’
“아빠……”
“뭐야?” 녀석의 얼굴에 뭔가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아 궁금했다.
“아빠~ 나……”
“뭐야? 임마, 빨리 이야기 해!”
“나~…… All Star Team에 들어갔다~!”
“뭐~야? 진짜야~?”
“네”
찬이의 어깨를 꼬~옥 껴안았다.

항상 형과 동생 사이에서 치이며 지내다가 All Star Team에 들어간 것을 찬이는 그렇게 좋아했다. 그런 찬이를 보는 나도 좋았다.
‘그 동안 얼마나 속이 상했었을까!’
사실 아내와 나는 찬이에게 운동을 그만 시킬까도 생각했었다. 축구장이나 Hockey arena에서 당하는 상처를 옆에서 보는게 어떤 때는 힘들었다. 진이나 현이의 경기에 온 가족이 가면 돌아 올 때는 신나서 돌아오는데, 찬이의 경기에 갔다 올 때는 모두 입조심을 해야 했다. 그런데 찬이가 All Star Team에 들어갔다니!

Mississauga에서는 Hockey season이 초반을 지나면 각 Level에서 All Star Team를 구성한다. 6개의 팀이 세 팀씩 나누어서 All Star Team에 선발된 아이들이 경기를 하고 All Star Team에 들어간 아이들은 하나의 명예로 생각했다. 부모들도 자랑스러워 했고…
‘찬이가 정말 All Star Team에 들어갔단 말이지!’
솔직히 내가 보기엔 찬이가 All Star Team에 들어가기에는 좀 못 미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찬이는 All Star Team에 들어갔다.

카나다에서는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할려고 노력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더우기 House League에서는 너무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게 참 좋았다. 그래서 어떤 때는 Coach들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연습에 충실치 못하고 행실이 삐딱하면 경기시간을 줄이거나 Bench에 앉아 있게도 했다. 모르긴 해도 찬이의 경우에는 Coach가 열심이 노력하는 찬이의 자세를 높이 평가해서 특혜를 베픈 것 같았다. 노력하는 것이라면 찬이를 따라갈 아이들이 없었다. 단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All Star 게임을 하기 전 날, 퇴근해서 돌아 온 나에게 찬이가 흥분해서 말했다.
“아빠”
“왜?”
“아빠 내 친구 John 알지요?”
“알지. 네 반에 있는 아이. 그리고 여름에 같은 축구팀에 있었자나?”
“그래 맞아요”
“……”
“내일 John하고 Body Check을 해서 누가 이기나 내기 하기로 했어요”
“그래~?”
찬이는 다음 날에 있을 All Star 게임에 한껏 들떠있었다.
‘짜식 All Star Team에 들어간게 그렇게 좋은가?’

John은 찬이와 같은 반에 있었고 축구를 아주 잘하는 아이였다. Hockey는 늦게 시작했지만 아주 단단한 체격을 가진 다부진 아이였다. 게다가 John은 아주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다. 축구장에서 가끔 다른 아이들과 싸우는 것을 심판이 뜯어 말리는 것을 봤다. 찬이와는 아주 성격이 다른 아이였지만 이상하리 만큼 찬이와 친했다.
‘찬이가 상대가 안될텐데……’

드디어 All Star 게임이 시작됐다. 찬이는 뭔가 보여 주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보였다. 아주 열심히 뛰고 있었다.
‘녀석이 오늘 아주 잘하네! 저 정도면 All Star Team에 들어갈만 한데?’
오래간만에 흐뭇한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찬이가 이야기한 John과의 Body check 대결의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Ice rink에 들어가야 하는데 서로 엇갈리고 있었다.

기회가 왔다!
찬이는 형 진이가 하는 Body check를 자주 보았고, 어제 진이 한테서 Body check에 대한 특별 교육(?)까지 받았다. 진이는 “A”팀 League에서 Body check를 제일 잘하는 아주 무서운 아이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Body check는 Puck을 가지고 있는 선수에게만 할수 있다. 만약Puck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를 Body check하면 Penalty를 받게 된다. John이 Puck을 몰고 찬이의 진영으로 들어왔다. 찬이는 “요때다”하고 John을 향해 달려갔다.

바야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Body check의 대결이 벌어질려는 순간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주먹을 꼬~옥 쥐고 있었다.
‘찬아, 이때야! 자세를 약간 낯추고! 오올~치!
찬이와 John이 정면으로 부딛치는 순간!
찬이는 얼음판 위에 나둥굴었다!
‘야~ 일어나! 일어나 임마!’

찬이는 천천이 일어나서 가슴을 움켜쥐고 Bench를 향하고 있었다. 가슴이 꽈~악 메어져 왔다. 숨을 쉴수가 없었다! 마치 내 가슴에 심하게 Body check를 당한 것 같았다.
‘찬이가 쎄게받친 것 같았는데……’
경기는 제쳐 놓고 찬이만 주시했다. Coach가 찬이에게 가서 뭐라고 이야기했고 찬이는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찬이가 괜찮을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찬이는 계속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많이 다쳤나?’

‘아무래도 안돼겠어!’
Bench에 가서 Coach에게 이야기하고 찬이를 데리고 나왔다.
“찬아, 괜찮아?”
“……”
“괜찮냐니까?”
“… 여기가 아퍼…” 가슴을 가르켰다.
“여기?”
“아야~ 아퍼!” 가슴이 철렁했다.

찬이를 데리고 인근 병원 Emergency로 향했다.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X-ray를 찍었다. 다행히 갈비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몇일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위로차원에서 MacDonalds에 가서 BigMac을 사주었다. 아프다던 녀석은 잘도 먹었다. 찬이가 애처러워 보였다. 찬이는 BigMac을 먹으면서도 내일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물을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할 찬이!
그 때마다 챙피해서 속상해 할 찬이!
뭔가 한번 해 볼려고 하다가 다시 좌절당한 찬이!
시무룩해서 말없이 BigMac을 먹고 있는 찬이를 보면서 가슴이 메어져 왔다.


꼬리글: 찬이는 반에서 제일 나이 어린 아이, 제일 작은 아이, 단 하나의 Asian으로 많은 어려움을 격으면서 학교생활을 했다. 언젠가 찬이가 말했다.
“난 절대로 11월이나 12월에 아이를 낳지 않을꺼야!”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카나다에서는 매해 1월1일 부터 12월 31일 까지 태어난 아이들이 함께 학교에 들어간다. 찬이는 생일이 11월 말이다.

지금은 찬이의 체격이 세 아들 중에서 제일 우람하다. 옷을 벗으면 마치 Wrestler같은 체격을 가지고 있다. 찬이는 중학교 교사를 하면서 학교에서 축구팀 Coach를 하고, 방과 후에 학생들을 데리고 Hockey를 하기도 한다. 옛날에 자기가 어려웠던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서 쳐지는 아이들에게 더욱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찬이가 마냥 자랑스럽다. 어려서 잘하지 못했어도 축구나 Hockey를 계속 시킨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사과: 찬이 (아니, 이제 어른인데 이렇게 부르면 안되겠죠) 두째 아드님은 형과 동생이 워낙 잘해서 두각을 못 나타냈던 것이네요. 운동 못하는 사람의 설움은 제가 압니다. 저와 울딸 둘이다 운동에는 젬병이거든요.

어진이: 사과님, 안녕하세요? 저도 운동에는 별로인데, 자꾸하면 어느 정도 까지는 되는 것 같아요. 찬이도 이젠 축구와 Hockey를 꽤 잘해요. 정말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4년 전인가? 찬이팀이 한인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찬이가 MVP가 됐다면 믿으시겠어요. 저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ㅎㅎㅎ

은경: 그거 아셔요? 어진이님 얘긴 모두 해피엔딩인거...
못했으면 계속 못해야지 나중에 잘하믄 계속 못하는 사람들 기죽잖아요.ㅎㅎ

태욱인 반에서 제일 어리면서 제일 큰 아이지요.
태어나고 열흘도 안되어 두살이 되어버린 아이...
어떤분들은 아예 출생신고를 다음해에 해버리기도 합니다.
저도 잠깐 그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저 제 팔자대로... 자연스러운게 젤루 좋은거 같아서 번거로운일 안했습니다.^^

어진이님 글 읽으면서... 건강하게 커주는 태욱이한테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기가 어릴때 엄마들한테는 애가 크고 튼실한게 큰 자랑거리인데,
태욱이가 그쪽으론 엄마가 어디 가서 기 죽지 않게,
아니 큰소리 떵떵 칠만큼 쑥쑥 잘 크는 아이였지요.
태어나서 한달만에 6키로, 돌 때 14키로그램이 나가던 우량아였으니까요.

전 자랑인줄도 모르고 제자식 크는 모습에 거품물때,
맘 상하는 엄마들이 있다는거 제가 같은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작고 약한 아이를 안고 있을 때,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지도 배웠었구요.

그래서 전 태욱이한테 바라는거 그저 건강하고, 행복한거... 그거밖에 없습니다.
모든 부모님들이 마찬가지지요? ㅎㅎ
공부를 잘해도, 피아노를 잘 쳐도, 검도복을 입은 것이 아무리 멋져도,
그게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그저 덤일 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한 덤...

어진이님의 이야기들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것은
사건이 아니라 해석의 힘이라는 것을 압니다.

저도 그게 좋습니다.
언제나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게 마무리 하는거...
그럴려면 항상 진행중이어야겠죠? 해피엔딩이 되기 전까진...ㅎㅎ

어진이: 12월 말이라~ 하아~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네요.

Onjena: 정말 잘 읽고 갑니다. 계솏속 글 올려주시길 부탁드리며, 건강하시길 .....

어진이: onjena님, 감사합니다. 계속 노력할께요.


기사 등록일: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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