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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여덟번째): 진이의 대학 입학 2006-7-6
 
1997년 6월

마음이 무거웠다. 큰 아들 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져왔다. 6월말이 되어 오는데도 진이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서는 입학허가 통지서가 오지 않고 있었다. 이제까지 입학허가 통지서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합격이 안된 것 같았다. 작년 말에 대학 입학원서를 낼 때, 세개 대학을 써서냈다. 제1지망은 Wilfred Laurier University (WLU)로 했다. 사실은 남편도 나도 2년 전까지는 WLU를 듣어본 적이 없었다. Waterloo에 있는 5000명 정도의 학생을 가진 작은 대학이라고 했다.

세탁소에 오는 한국 손님이 있었다. 3년 전에 자기 아들이 WLU에 들어갔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할 때, “괜히 혼자서 흥분하시네!”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남편에게 WLU를 아느냐고 물어 봤더니 남편도 듣어보지 뭇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별볼일 없는 대학에 들어간 신통치 않은 아들을 자랑하는 이상한(?) 아줌마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이가 12학년이 되면서 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Macleans magazine에 나오는 카나다 대학 평가서를 보면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WLU는 조그마한 대학이지만 Business (상대)에 관한한 Ontario에서 알아주는 대학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 자랑을 했던 한국 아줌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부러워하게 되었다.

Ontario에서는 상과대학 하면 University of Toronto, Western University, Queen’s University York University 그리고 WLU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알찬 대학을 WLU로 쳐주었고, 많은 학생들이 WLU에 입학하기를 원했다. 진이도 WLU에 입학하길 바랐다. 그래서 1차 지망을 WLU로 했고, 2차 지망은 McMaster University로 했다. 집에서 비교적 가깝다는 이유에서 였다. 3차 지망은 U of T로 했다. 대학교로는 카나다에서 최고의 대학이지만 너무나 학생수가 많아서 대학생활을 즐길(?) 수가 없다고 진이는 시큰둥해 했다.

토론토 대학과 McMaster 대학에서는 4월에 이미 입학 허가서가 와서, 둘중에 어디로 갈까 하다가 진이가 원하는대로 McMaster 대학에 가기로 정하고 서명을 해서 보냈다. 그리고 나서 후에 자기가 가기 원하는 대학에서 입학 허가 통지가 오면, 다시 그 대학으로 서명해서 보내면 먼저 것은 취소가 되고 그 자리에 다른 학생이 들어가게 되는게 Ontario의 대학 입학 절차였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입학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카나다에서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졸업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밤새워 코피 흘리면서 공부를 해도 대학을 4년만에 졸업할까 말까 했다.

6월로 접어들면서 McMaster 대학에서는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350불을 Deposit해야 기숙사를 정해준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350불은 Non-refundable(환불불가)라고 했다.
Non-refundable이라는게 불만이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이젠 WLU에 입학하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6월 말로 입학이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기숙사 신청서와 350불 짜리 수표를 동봉해서 McMaster 대학으로 보냈다. 진이도 McMaster 대학에 가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의 얼굴을 보기가 좀 힘들었다. 남편은 아이들의 공부에 꽤나 신경을 썼었다. 그리고 진이는 우리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Case가 아닌가! 자기가 가길 원하던 대학을 못 가는 아들을 봐야 하는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맏아들에게 거는 기대도 컸었고……

Ontario에서는 대학에 갈려면 13학년(OAC: Ontario Academic Credit, 지금은 없어진 제도)에서 6과목을 해야했고, OAC 성적에 따라서 대학입학이 결정되었다. 남편은 평소에 아이들에게 학교성적이 평균 85점은 되야한다고 강조했었다. 더우기 13학년 성적은 평균 최소한 85점은 되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했었다. 진이는 학교생활, 운동, Part-time job을 모두 열심히했다. 다만 남편이 원하는 평균 85점에서 항상 1~2점이 모자라서 남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작년 WLU의 Cut line은 평균 85점이었다. 남편은 진이의 성적이 평균 83~84점인 것을 보고 진이에게 말했었다.
“진아, 1점 2점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게 너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마라. 조그만 더 열심히 해서 85점을 받도록 해 봐!” 그러나 진이는 13학년에서 84점을 받았고 남편의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 어쩌랴! WLU에서 입학허락을 못 받은 진이도 1점 때문에 WLU에 못 들어갔다고 생각하면서 속을 끓이는 것 같았다. ‘아빠말을 듣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할껄!’ 하면서 후회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무말을 안하는 남편의 속은 오죽할까!

저녁을 먹고 치우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
“Yes, just moment please! 여보, 대학 Soccer coach라는데 당신이 받아봐”

남편의 전화 내용:
“Hello?”
“Hello, 저는WLU Soccer coach인 Frank라고 합니다. Jimmy를 좀 바꿔 주세요”
“지금 집에 없는데요. 제가 아버진데 저한테 Message를 남기시죠”
“Jimmy가 WLU 축구팀에 들어오길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런데 Jimmy가 아직 등록을 안했네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Jimmy가 다른 대학에 갑니까?”
“네~ McMaster 대학에 가기로 했습니다. Jimmy는 물론 WLU에 가기를 원하지요. 그런데 불행히도 입학허가를 못 받았습니다”
“뭐라구요!?” Frank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묻어났다.

“무슨 말씀이세요?”
“Jimmy가 WLU에 입학이 안됐다구요~”
“아닙니다! 됐습니다! 제가 교무처에 알아봤습니다”
“뭐라구요~?” 이번엔 남편이 소리를 질렀다.
“제가 교무처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고 저러고 이야기할 입장이 못 됩니다.
“……”
“내일 아침에 꼭 WLU에 전화를 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Jimmy가 꼭 WLU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학 등록 마감일 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너무나 기뻤다! 남편과 나는 꼭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았다. 일하고 있는 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이도 소식을 듣고 믿어지지가 않는지, 멍멍해 하더라고 했다. 나도 믿어지지가 않았으니……

다음 날 아침에 남편이 WLU 교무과에 전화를 걸었다. 진이가 WLU에 합격을 한 것은 사실이고, 분명히 입학허가 통지서를 보냈다고 했단다. 우편배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단다. 다음 날이 등록 마감일이긴 하지만, 진이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이니까, 마감일자를 일주일간 연장을 해주고 입학허가서를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단다.

남편은 책임자에게 입학허가서를 보내지 말라고 하고, 회사에 전화를 해서 급한 일로 출근을 못한다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WLU 교무처로 직접 찾아가서 입학허가서를 받아왔다. 진이가 일하는 곳에 가서 진이의 서명을 받아서 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접수를 시켰다. 이젠 Canada Post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진이는 가고 싶어하던 WLU에 가게 되었다.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밤늦게 일하고 돌아온 진이를 온 가족이 현관에서 맞았다.
“진아~ 합격을 축하해~~~!!!” 내가 진이를 끌어 안았다.
“Jimmy, congratulations!!!” 찬이와 현이도 진이를 껴안았다.
“축하한다~!” 남편이 진이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었다.
“아빠, 고마워요!”
진이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꼬리글: 남편은 Canada Post에 전화를 걸어서 아주 쎄게 항의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우편물이 배달되지 않은게 말이 되느냐? 한바탕 해댔다.

진이는 WLU에서 4년간 축구를 했고, 4학년 때 꿈에 그리던 Canadian University Soccer Championship에서 우승을 했다. 지금은 WLU을 졸업하고, 열심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Frank에게 진정 감사한다. 만약 Frank가 전화를 해주지 않았었다면, 진이는 지금 어떻게 변해 있을까?

McMaster 대학에 가서 축구를 했을테고, 대학을 잘 마쳤을테지만……
시람이 살아가는데 한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준 사건이었다.

하나 더! McMaster에 보낸 350불 짜리 수표!
기숙사 신청서가 8 ½ x 11 inch 종이이기 때문에 큰 봉투에 넣었다. 무게가 가벼워서 35전 짜리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었다. 그런데 큰 봉투는 무게가 아무리 가벼워도 70전 짜리 우표를 붙여야 된단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편지가 되돌아 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뜯길뻔(?) 했던 350불이었다!

이럭~저럭~ 신났던 6월이었다!


힘내자: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오랜만이예요... 제 생활이 아주 편하다 보니 뜸했어요..
인생이란게 참.. 한치앞을 모르겠어요.. 그냥 현재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야지요.. 앞으론 떨어졌다해도 다시한번 확인을 해야겠어요..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쵸..
3월초에 어진님 교회에 간적이 있어요.. 한글학교 행사때문에요.. 예배실 뒷자리에 어진님 성함이 적인 찬양집이 있더라구요.. 제가 잘 만져주고 왔죠..ㅋㅋ 반가워서 메일을 보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여지껏 연락도 못드렸네요..
여름 잘 보내시구요.
또 연락드릴께요!

어진이: 오랫만이예요.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세요?
온가족 모두 건강하시죠?

저희 교회에 오셨드랬어요?
어떻게 저희 교회인줄 아셨어요?
제 이름이 적힌 찬양집을 보셨다구요?

이런~ 오늘은 계속 질문만 드리네요.
교회에서 찬양집이 모자란다고 해서
제가 저희 구역에서 쓰던 12권의 찬양집을 교회에다 기증했는데,
제가 제 이름을 지우는걸 깜박했습니다.

작년에 구역장일을 그만두었거든요.
저희 교회는 가끔 쉬게도 해준답니다.

하여튼 반가워요.
건강하고 즐거운 여름이 되길 바랍니다.

힘내자:
네.
네.
네.
지난번에 어진님이 다니시는 교회 알려주셨었어요..
네.. 어진님 성함이 적힌 찬양집에 많길래.. 기증하셨나.. 그런생각 했었어요..
질문에 다 답해 드렸어요...
오늘 참 덥더라구요...
휴.. 이제 본격절인 더위래요..
더위 잘 피하시구요..
저희는 이제야 캐나다 여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답니다.. 정말 갈곳도, 할일도 많더라구요..
여름을 즐기신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어진이: 아~~~ 이제야 생각나네요.
맞아요. 제가 알려드렸어요. 이젠 깜빡깜빡 하네요.
역시 재치있는 신세대의 대답에 감탄!!!

이번 여름엔 카나다 동부쪽으로 한주일간 다녀올려고 합니다.
눈질끈 감고 세탁소를 일주일간 닫기로 했습니다.
안 그러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용단을 내렸습니다.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기사 등록일: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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