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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열번째): 흑인 아줌마 2006-7-28
 
1997년 12월

세탁소 주변에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아파트들이 있어서 세탁소 손님들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곳에 살고 있었다. 처음에 가계를 시작할 때, 하도 속을 썩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고 안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남편에게서 잔소리를 들었다. 남편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만약에 우리가 그런 경계심을 받는 처지가 된다면 기분이 좋겠느냐고 했다. 구구절절히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걸 고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젠 많이 친해졌고 싫던 좋던 우리 가계의 손님들이고, 그 사람들 있기 때문에 내가 가계를 꾸려 나간다고 생각하면 고마울뿐이었다.

우리가 사는 Mississauga에서는 좀 독특한 시정책을 펴나가고 있었다. 어느 지역에 거주지를 개발할 때는 아주 비싼 집, 중간 가격의 집, 싼집, 월세 아파트를 고루고루 섞어서 지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정부에서 보조를 해 주는 아파트까지 지었다. 그래서 그런 아파트가 동네 근처에 생기게 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살아야 한다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었다. 나보다도 남편은 시의 정책을 대찬성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학교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남편은 어디를 다니던 자기 하기 나름이라면서 신경을 끄고 사는 사람이었다. 하긴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는 흑인들이 도시 안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워서 시장에 단골로 당선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세~상에~! 그래서 미국에서는 흑인 밀집지역이 곳곳에 생겨나고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카나다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빈부, 남녀노소, 피부의 색갈에 상관없이 더부러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정책 때문이다. 남편이 받는 월급에서 입이 따~악 벌어지게 세금을 떼내도 불평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세금이 비교적 잘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흑인, Black”이라는 단어가 좋은 단어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해서 그냥 쓴다. 이해해 주시기 바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더니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잘못하면 공치게 생겼네!”
일기가 불순하면 손님들이 뜸했다. 게다가 년말이 되면 돈쓸 일들이 많아서 긴축재정(?)을 하다보면 세탁 두번할 것을 한번하고 넘어가는 수가 많았다. 잡지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Door bell 소리가 났다.
“손님이 왔구나!”
반가웠다.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나서 Counter로 가보니 웬 흑인 아줌마가 추춤거리고 서있었다.
“Hi~ good morning”
“……”
손에는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7~8살 난 아이의 겨울 쟘바를 들고 있었다.
“Can I help you?”
“……이거 세탁하는데 얼마예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10불에 세금을 내셔야 해요”
“그렇게나 비싸요?” 흑인 아줌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아줌마가 뭘 모르시네~!’
아마 세탁을 해보지 않은 사람 같았다. 사실은 3~4불을 더 받아야 하는데, 사는게 좀 힘든 것 같아서 싸게 해주었는데도 비싸다고 했다.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나도 아이들을 길러봐서 알지만, 없는 살림에 여기저기 돈쓸 일이 생기게 되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었다. 그렇다고 거저해 주면 버릇이 된다고 고참(?)들이 말했다.
‘무슨 수가 없을까~?’
흑인 아줌마는 세탁을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지 엉거추춤하고 있었다.

‘에구~ 저런 옷을 입고 학교에 가면 놀림을 받겠네!’
“옷을 이리 좀 줘보세요” 옷을 받아드니 때국물이 쪼르르 흐르는데 묘한 냄새까지 났다! 싫은 내색은 하지 못하고 숨을 끊고 쟘바 속에서 Cleaning label을 찾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Dry cleaning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에 물빨래를 해도 되는 경우가 있었다. Cleaning label을 보니Dry cleaning을 해도 되고 물빨래를 해도 된다고 써있었다.

“이 쟘바는 물빨래를 해도 되네요”
“그래요?”
“네~ Dry cleaning을 안해도 돼요”
“망가지지 앟을까요?”
“여기 보세요. 물빨래을 해도 된다고 표시돼 있잖아요”
“……”
“세탁기에 넣어서 빠세요. 괜찮아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단지 말릴 때 좀 조심하세요”
“……”
“너무 높은 온도에서 말리면 Plastic zipper가 늘어 붙는 수가 있어요”
“네~ ……”

“아파트에서 사세요?”
“네~ 뒤에 있는 빌딩에서 살아요”
“그럼 잘 됐네요! 세탁기에 빤 다음에 옷걸이에 걸어서 방에서 말리세요. 그러면 건조한 방에 습기도 생기고 좋겠네요!”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마음이 안 놓이는 모양이었다.
“제 말을 믿으세요!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흑인 아줌마는 활짝 웃으면서 나갔다.
‘에고~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오는 손님을 쫒고 있네!’ 그러나 기분은 좋았다!

몇일이 지났다.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웬 흑인 이줌마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면서 들어섰다.
‘웬 아줌미가 이렇게 밝게 인사를 하지?’
“Hi~ ……”
얼굴을 쳐다보니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 데…… 어디서 봤더라…’
“Do you remember me?”
“… Sorry…… I don’t…”
“Do you remember this jacket?”아이가 입고 있는 쟘바를 가르켰다. 그때 번쩍하고 생각이 들었다. 몇일 전에 꼬질꼬질한 쟘바를 세탁하겠다고 가져왔던 아줌마였다!

“Oh~ Yes~~~ I remember you now!” 분위기가 전과는 아주 달라서 미쳐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너무나 고마워요! 당신이 하라는대로 했더니 이렇게 깨끗하게 됐어요!”
“어머~! 정말 깨끗해졌네요!” 때국물이 쪼르르 흐르던 쟘바라고는 도저이 상상할 수가 없었다.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서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천만에요~! …… 그런데 문제가 있네요~!”
“네~? 뭐가 잘못 됐어요?” 갑자기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이렇게 옷을 깨끗이 빠시면 저희는 가계세도 못 내겠네요 ㅎㅎㅎ”
“ㅎㅎㅎ 그렇군요!”
“걱정마세요! 농담이예요!”
“…… 제가 친구들에게 세탁할게 있으면 모두 이 세탁소로 가라구 할께요!”
“고맙습니다! Merry Christmas!”
“Thanks again! Merry Christmas!”
아줌마가 새하얀 이를 들어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모두들 기쁜 성탄과 희망찬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Radio에서 Placido Domingo의 “Oh Holy Night”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꼬리글: 흑인 아줌마의 소개로 몇사람이 우리 가계의 단골이 되었다. 세상은 서로서로 돕고 살게 마련인가 보다!

빨래감을 받아서 정리하다 보면 어떤 것은 실밥이 튿어져 있고, 단추가 떨어지기 직전인 것도 있고, 주머니에 구멍이 난 것도 있다.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은 손님들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고쳐준다. 그러면 어쩌다가 그걸 발견하고 그렇게 좋아한다. 그리고 더 많은 빨래감을 가지고 오고 이웃들에게 우리 세탁소를 선전도 해준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는게 제일 좋은 광고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사업의 성패는 친절함, 성실함, 품질관리에 달려있다. 새로 온 손님들 중에 간혹 다른 세탁소 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불평을 하다가도 일단 믿게되면 가격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친한 이웃처럼 되어야 한다. 안 그러면 인생 고달파진다!


로빈: 아 속편좀 올리세요 열번째 올린지가 언젠데...
맨날와서 허탕만 치고 가네. 건강 하시지요. 부러운 가정입니다. 열독자 로빈올림.

어진이: 역시 제글을 목이 늘어나게 기다리시는 분은 로빈님뿐인것 같네요.
영광입니다. 제글을 그렇게 까지 기다리신다니……
휴가를 일주일간 갔다왔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글을 써서 올려야겠네요.ㅎㅎㅎ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사 등록일: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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