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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시인의 사물주의 시 두 편/감상평-이명희(목향)
목향 이명희 (시인, 캘거리)
 
꽁치구이/김기택(사실적)

젓가락을 대보기도 전에 불길이 먼저
부드러운 혀로 구석구석 꽁치 맛을 본다.
꽁치는 불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위협적으로 입을 벌려 보지만
불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과 입까지 핥는다.
간지러운 듯 지느러미를 가늘게 떨고
배를 조금씩 들썩거릴 뿐
꽁치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붉은 혀에서 침이 흘러나와
꽁치에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게걸스럽게 끓는 침이 사방으로 튄다.
불길이 다 먹고 남은 꽁치
혓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꽁치를
젓가락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낫/김기택(감각적)

안쪽으로
날이 휘어지고 있다

찌르지 못하는
뭉툭한 등을 너에게 보이면서
심장이 있는
안쪽으로 구부러지고 있다

팔처럼
날은 뭔가를 껴안으려는 것 같다
푸르고 둥근 줄기
핏줄 다발이 올라가는 목이
그 앞에 있다

뜨겁고
물렁한 것이 와락 안겨올 것 같아
날은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고 있다

서론-김기택 시인은 사물주의 시인이다. 사물주의 시의 특징은 사물과의 관계에서 정체성을 밝혀내어 반향을 일으키고, 사물과의 인과 관계를 통해 정서를 함양한다. 시인은 사물을 분석하여 구체적이고 치밀한 문체를 구성했다. 위의 사물주의 시 두 편을 서술적, 감각적 시로 나누고 평론해 보았다.

본론-[꽁치구이] 연탄불에 구워지는 꽁치의 적나라한 모습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술한 시다. 동대문 시장 골목에 가면 생선구이 집이 즐비하다. 가게에서 나오는 고소한 생선 냄새를 맡고 지나칠 수는 없다. 만만한 꽁치가 뽑혀 기름기 돌고 윤기 있는 자태를 자랑한다. 연탄불에 구운 꽁치를 입에 넣기까지 꽁치의 상태를 묘사한 리얼리즘 시다. 석쇠 위로 연탄불이 올라오자, 몸을 꼬기 시작하는 꽁치와 인간의 젓가락질은 인과 관계인 수직적 관계다. 꽁치는 인간에게 수동적이며 살신성인을 보이지만 인간은 꽁치를 먹겠다는 식탐으로 가득하다.

‘혓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꽁치를 젓가락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미식가가 아니어도 맛을 본 자는 인내심에 한계가 있어, 꽁치를 노려보며 젓가락에 각을 세우게 된다. 이런 인간의 욕망은 세상 어디서든 다양한 형태로 알 수 있다.

[낫]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쓴 시다. 낫으로 인간의 심리를 묘사했다. 사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은 상관관계다. 처음부터 믿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인간이 예수를 배신했듯, 낫의 의인화는 의미가 있다. 인간도 한 치의 혀, 말로 찌를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낫의 실체는 편리한 연장이지만 위협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낫이라는 칼’이 시사하는 것은 인간이 폭력의 주체라는 점이다.

모든 관계는 상대적이다. 시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화해다. ‘뭉툭한 등을 너에게 보이면서, 팔처럼 껴안으려는, 안겨올 것 같아’는 반목이 아닌 끌어안기다. 인간과 사물, 인간과 인간은 함께 할 때 존재를 성립한다. 인간의 등 돌리기는 결핍에서 온다. 인간과 신의 관계처럼 믿음을 갖고, 상처로 인해 칼을 품지 않는다면 낫의 용도처럼 유용하다. 낫과 인간의 관계라면 서로의 심장은 뜨거워질 수 있다.

결론- 위의 시는 평범한 소재가 묘미이고, 서민적이고 희화적인 시구에서 인간애를 찾아볼 수 있다. 기득권층과 서민층이 양극화된 현대사회는 휴머니즘은 사라지고 물질만능이 우상화되고 있다. 평탄했든 굴곡졌든 살아온 삶의 여정에 감사하고 ‘이순에는 귀가 편해져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을 새기며 꽁치처럼 친근하게, 농부의 낫처럼 구순하게 살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기사 등록일: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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