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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이러려고 앨버타에 돌아왔다 말인가? (1)
 
불길한 징조, 유가 붕괴
2014년 7월 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10달러에 접근했다. 그 해 앨버타 경제는 고유가로 흥청거렸으나 정국은 가마솥 끓듯 뜨거웠다. 당시 주 수상이던 앨리슨 레드포드의 부적절한 행동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관용 항공기를 사적으로 이용했고 해외 출장 경비 과다지출도 밝혀졌다.
그렇게 해서 앨버타 최초의 여성 주 수상은 정치를 접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앨버타 보수당(이하 보수당)은 실추된 당 이미지를 복원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여러 인사가 물망에 올랐는데 앨버타의 선택은 짐 프렌티스였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나 13살에 앨버타로 이주한 짐 프렌티스는 20살에 보수당에 입당한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로 대학 다닐 때 광부로 일하며 학비를 조달해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덕목으로 여기는 자유의지론자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는 의외로 동성 결혼을 찬성하기도 해 보수당 내에서는 레드 토리(Red Tory)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연방 정치인으로 하퍼 정부에서 몇 차례 장관을 지낸 짐 프렌티스는 부실한 마운드를 책임질 구원투수로 앨버타로 귀향해 그해 가을 전당대회를 거쳐 새로운 당대표에 취임해 앨버타 16대 주 수상이 되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무색하게 짐 프렌티스가 수상에 취임할 무렵부터 유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마치 눈 앞에 다가온 신기루가 사라지듯 눈 깜박할 사이에 유가는 반 토막 났다.
흔히 경제 불황을 논할 때 2008년 금융위기는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나 2014년 가을부터 시작된 유가폭락은 금융위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2015년 1월28일 유가는 배럴당 44.45달러로 6개월 사이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미증유의 유가폭락으로 앨버타 경제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정부 살림살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 폭락은 난관에 봉착한 앨버타 보수당이 넘어서기 어려운 산이었다. 유가하락=예산 삭감은 보수당의 정해진 공식이다. 재정 위기를 맞은 프렌티스 당시 주 수상은 앨버타인에게 “누구에게 (적자 재정) 책임이 있는 지는 각자 거울을 보라”고 말했다.
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의지론자로서는 일리가 있는 발언이지만 정치인의 발언은 아무리 진리라도 대중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도 프렌티스 주수상의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개인의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자 라는 의미로 앨버타 주민에게 경제불황을 책임지라는 의도로 그런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민심은 “경제불황이 우리 책임ch이란 말이냐?”고 반발했다.
무자비한 유가 폭락으로 방향감각을 잃은 보수당은 밀려드는 오렌지 파도에 휩쓸려 침몰했다.
캐나다 보수의 철옹성 앨버타에 사민주의 정부가 들어섰다. 100년이 넘는 앨버타 정치 역사에 NDP가 보수당을 물리치고 정권을 잡은 사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주의원79석중 70석을 차지해 절대권력을 누리던 보수당은 총선에서 겨우 9석에 당선자를 내면서 제3당으로 전락하는 비참한 참패를 당했다.
믿었던 구원투수는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만년 집권당에서 졸지에 제3당으로 전락한 보수당 눈에는 앨버타가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 하고 몰락하는 듯 보였다. 지지멸멸한 보수당을 재건하고 몰락하는 앨버타를 구할 귀인이 필요했다.
전설의 주수상 랄프 클라인 퇴임 이후 에드 스텔막, 엘리슨 레드포드 등 앨버타 출신 주수상들은 모두 단명에 그쳐 이번에도 오타와에서 구원투수를 불러와 등판 시켜야 했다.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 받으며 등장한 제이슨 케니
제이슨 케니는 온타리오에서 태어나 사스캐추원에서 자라며 학교를 다녔으나 캘거리에서 당선되어 의정생활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났고 90년대 중반 납세자 연맹을 이끌며 에드먼턴에서도 살았던 적이 있어 정서적 고향, 정치적 고향은 앨버타라고 할 수 있다.
하퍼 총리에게 발탁되어 오타와에서 연방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캘거리에는 한달에 며칠도 머물지 않았지만.
보수당 지지자들의 희망의 아이콘이 되어 연방 정치 생활을 마무리하고 앨버타로 돌아올 때 케니의 머리속에서는 보수의 가치를 재건하고 지지멸멸한 당을 정상화 시키고 앨버타를 파멸로 몰고가는 NDP에게서 앨버타를 구해낼 아이디어로 넘쳐났다.
푸른색(blue는 보수를 상징하는 색) 픽업트럭을 타고 보수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시골을 구석구석 다니며 케니는 일관된 약속을 했다. 에너지 부분의 힘을 되찾기 위해 정부 역량을 활용하고 앨버타의 이점을 살려 경제를 회복하고 균형예산으로 돌아간다는 요지의 약속이다.
지난 20년간 앨버타는 변했다. 이민자 증가로 인종만 다양화된 것이 아니고 문화, 경제, 가치도 다양화되었고 도시화되었다. 그러나 앨버타 전 지역을 순회하는 여행을 마무리하며 케니는 “앨버타는 여전히 그 앨버타”라고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케니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케니의 앨버타 귀환으로 의원수가 두배 이상 많은 와일드로즈는 백기 투항했다. 비록 보수라는 같은 텐트에 있었으나 케니의 등장으로 와일드로즈 소속 의원들은 자석에 이끌리듯 줄을 지어 보수당으로 건너왔다. 콧대 세고 자만심으로 뭉쳐진 다니엘 스미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합당을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2019년 총선에서 케니의 성난 파도 같은 푸른색 물결은 노틀리의 오렌지색을 완전히 밀어내고 정권을 탈환했다. 에드먼턴이라는 정치적 후원세력이 있어 완패를 면해 NDP로서는 위안거리가 되었지만.

케니 주수상, 민심을 잘못 읽어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을 바꿔 놓았다. 지구촌 곳곳이 이 전염병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앨버타 정치도 바이러스 태풍의 눈에 휩쓸려 모든 것이 예상을 빗나갔다.
주수상 취임 2년이 되었으나 “앨버타는 그 앨버타”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방향감각의 상실은 전 세계 정치지도자들의 아젠다를 뒤엎은 전염병으로 인한 도전과 대중의 분노보다 깊었고 에너지 경제 침체로 인한 고통과 실업의 아픔보다 컸다.
전염병이 물러가고 일시적으로 호황이 찾아온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앨버타인은 더 깊고 구조적인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 새로운 시대에 케니 주수상은 멈칫거리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코비드-19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데 케니는 전염병 이전의 의제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 결과 공공부분 삭감이나 개인 기업 이익을 위한 정부 지출에 앨버타인의 비난을 사고 있다.
케니에 대한 반발이 반드시 정치적 반대자들 쪽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전염병 창궐에 따른 규제에 반발하는 자유의지론자에게서만 나오지 않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케니의 손으로 합당한 UCP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당의 결속이 풀릴 위험도 있다.
강력한 지지층인 앨버타 농촌에서는 미온적인 락다운에 실망했다. 신규 환자수는 오타와를 능가하는데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내세우는 케니의 태도에 같은 당 소속 주의원들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의 정치적 수사인 반 오타와 정서를 행동에 옮기지 않는 사실에도 지지층은 좌절하고 있다. 익명의 UCP 소식통은 “정부가 버틸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방팔방에서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심란한 당내 사정을 전했다.
해가 바뀌었으나 더욱 더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락다운으로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각료 1/10이 해외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민심은 분노했으나 주수상은 여행 스캔들에 오른 각료들을 제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주수상은 그제서야 장관 한 명과 비서실장에게 제재를 가했으나 분노한 민심을 어루만지기에는 부족했다. 케니 주수상은 완전히 민심을 잘못 읽었다. 총선에서 승리한 후 이런 류의 실수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여행 스캔들로 낭패를 본 후에도 민심을 잘못 읽은 일이 벌어졌다. 민심과는 동떨어진 단절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회복과 경기 활성화’ 명분으로 로키산맥 산기슭 일대를 탄광회사에 임대했다. 1976년 자연보호와 수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자스퍼에서 워터톤까지 서부 로키를 4개 카테고리로 나누어 개발 제한지역으로 묶었는데 케니 행정부에서 국립공원이 포함되는 1구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구역에서는 채굴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계와 원주민 사회에서 수자원 보호를 외치며 반대가 시작되었다. 뒤이어 남부 로키의 주민들과 목장주들, 지방자치단체도 반대에 합류했다. 컨트리 가수 코브런드, 폴 브란트도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폴 브란트가 부른 ‘Alberta bound’는 비공식 앨버타 주가로 총선 기간동안 제이슨 케니가 애용한 곡이고 폴 브란트는 앨버타 인신매매 금지 TF 수장이기도 하다. 폴 브란트는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 때문에 후손들에게 물려줄 앨버타를 황폐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앨버타인에게 경제적 이익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케니 주수상은 오해했다. 총체적 반대에 부딪히자 케니 정부는 2월초 백기를 들었다. 소냐 세비지 에너지 장관은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앨버타인은 그 사실을 분명히 알려줬다.”면서 잘못을 시인했다. (다음 주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21-02-25
운영팀 | 2023-05-26 2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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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민주는 사회민주를 뜻합니다.
이후부터는 사민주 대신 사회민주로 통일해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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