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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리비아
북 아프리카에 퍼지는 자스민 향기가 리비아에서 내전으로 변했다. 지난 달 15일 시작된 리비아 민주화는 시민군들이 트리폴리까지 진군하고 측근들마저 떠나 42년을 군림한 무아마르 카다피의 실각은 시간문제처럼 보였으나 ‘사막의 미친 개’가 아닌 ‘사막의 여우’답게 백척간두에서 사태를 역전시켜 민주화 열기를 제압했다.

자국민을 상대로 마치 적과 전쟁을 치루 듯 중화기, 탱크, 전투기 동원해 진압하는 통치자는 상상하기 어려운데 카다피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열악한 장비, 훈련받지 못한 시민군이 친정부군에 밀려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며 국제사회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간청했으나 국제사회의 관심은 리비아의 민주화 보다 양질의 석유자원, 강대국 간에 정치적 이해타산이 우선이었다. 또한 시민군의 종교, 정치적 성향도 중요해 카다피 실각 후 이슬람 근본주의가 리비아를 통치하는 것은 서방세계에서 피해야 할 시나리오였다.

시민군측 발표에 의하면 여태까지 정부군에 희생당한 인명이 8,000명이 넘는다. 거점도시를 하나 둘씩 정부군에 넘겨주며 퇴각을 거듭하던 시민군이 마지막 보루 뱅가지에 집결했을 때 카다피 아들은 “48시간 이내 뱅가지를 함락시킨다”면서 자신만만했다.

뱅가지가 함락되면 시민군들은 피의 보복을 당할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사막의 복수법 속에서 살아온 베드윈 카다피가 시민군들에게 보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자비한 살육을 기다리는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의 뱅가지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어떤 조치를 취해도 너무 늦었다’며 자신만만한 세이프 알-이슬람에게 “아니야, 아직 늦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듯 국제사회는 UN의 결의가 있자마자 행동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프랑스가 총대를 메었다. ‘프랑스의 이명박‘이라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치도박이었다.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카다피에게서 정치자금 가져다 썼다는 의혹, 북아프리카에서 전통적 영향력 유지, 카다피 반대세력의 대규모 난민 발생시 프랑스로 밀려들 난민 처리 등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감안해 사르코지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소극적인 미국을 설득하는 둥’프랑스의 이명박‘답게 잡은 기회를 민첩하고 요령 있게 잘 이용했다.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자 카다피의 처신도 사막의 여우다웠다. ‘즉각 정전’을 외치며 상황을 살핀 카다피는 한쪽으로는 뱅가지에 군사작전을 계속해 시민군을 압박하는 양동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연합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폭격 예상지점에 민간인을 몰아넣는 ‘인간방패 작전‘, 리비아를 식민지로 삼으려는 세력에 대항해 장기전을 펼친다면서 무기고를 개방해 시민 100만명에게 무장을 시키는 기상천외한 발상, 연합군 폭격으로 여자, 어린이, 성직자등 64명이 사망했다는 발표로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했다.

국제사회의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캐나다도 CF18 전투기 6대, 140명의 조종사 및 지원병력을 파견했다. 하퍼 연방총리는 “이번 군사적 개입 조치로 리비아인이 카다피를 몰아낼 수 있게 되길 국제사회가 희망하고 있다” 고 밝혔으나 하퍼 총리의 희망대로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조기에 사태를 종식 시킬 것인가에 대해 국제적 반응은 회의적이다.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내려면 공습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후세인과 빈 라덴의 경우에서처럼 아무리 정밀폭격을 해도 공습으로는 ‘제거‘하기 어렵고 지상군을 투입해야 하는데 지상군 투입은 아랍국가들을 자극할뿐더러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리비아까지 3개국에서 전쟁을 치루는 형상이 되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친 카다피파, 반 카다피파를 불문하고 리비아인들의 반미감정은 아랍권에서도 특별하다.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이다. 카다피는 원유개발 이권으로 생기는 돈을 테러단체에 지원하며 미국에 대항하다 1982년부터 경제봉쇄를 당했고 팬암 여객기 폭파사건으로 1992년부터 유엔의 경제봉쇄를 당했다.

카다피의 독재와 부정부패, 미국 주도의 경제봉쇄로 인해 리비아 민중의 삶은 한없이 찌들고 피폐해져 리비아 민중은 카다피 독재와 부정부패 못지않게 미국에 대한 증오심도 대단하다. 시민군조차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환영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반대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카다피를 ‘제거’한다 해도 리비아에 서구형 민주주의국가가 들어선다는 보장은 없다. 리비아는 일종의 부족연합국가다. 3개 대부족(大部族)과 그 밑에 14개 부족, 14개 부족에서 갈라져 나온 크고 작은 500개 부족으로 나뉜 것이 리비아다. 카다피는 카다파 부족 출신으로 카다피는 카다파 부족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리비아 사태가 카다피 독재에 반발하는 민중의 민주화 열망도 있지만 제한된 자원을 놓고 다투는 부족간의 갈등도 있다. 베드윈 부족간의 갈등, 다툼은 중재자 없이 어느 한쪽을 완전히 제압할 때까지 싸우는 힘의 논리에 의한 것으로 한쪽에서는 중화기 탱크, 전투기까지 동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최후의 한명까지, 마지막 총알이 떨어질 까지’ 싸우는 것이다.

카다피가 ‘제거’된다 해도 부족간의 갈등으로 리비아는 내전을 치룰 가능성이 많고 내전의 갈등속에서 유럽과 서방세계는 석유자원 확보에 눈독을 들일 것이다. 카디피는 ‘제거’되어야 할 독재자지만 반미 노선을 추구하며 부족들간의 갈등을 조정하며 이끌어온 정치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데비드 린(David Lean)감독의 아라비아 로렌스는 베드윈 부족 간의 원한, 갈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 준다. 데비드 린 감독은 콰이강의 다리, 의사 지바고등 주로 대작을 감독한 감독으로 모리스 자르(Maurice Jarr)의 음악과 궁합을 이루며 명화를 만들어낸 감독이다.

로렌스 중위는 파이잘 왕자를 만나라는 명령을 받고 하지미 부족 출신의 안내인과 함께 사막을 횡단하다 하리스 부족 지역을 지난다. 사막 한 가운데 하리스 지역의 마스투라 우물에서 물을 긷던 안내인은 하리스 부족의 족장 알리(오마 사리프)에게 사살 당한다.

알리는 로렌스에게 말한다 “이건 우리 우물인데 하지미는 우리 우물을 마시면 안돼.” “나도 마셨는데.” “당신은 괜찮아.” 외국인은 괜찮지만 같은 베드윈끼리 부족이 다르다 해서 우물 물 마시면 죽이는 것이다. “당신들이 이렇게 단합하지 못하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로렌스는 낙타를 타고 떠나는 알리의 등 뒤에 대고 외친다.

작고 가난한 나라 튀니지에서 발원한 자스민 혁명은 중동지방을 휘감아 돌고 있다.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오만, 요르단, 예멘 등등. 중동의 민주화는 새로운 미래, 새로운 진보가 다가옴을 뜻한다. 자유와 진보가 중동에도 뿌리를 내려 인류의 역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사 등록일: 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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