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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신정아의 자전적 에세이 ‘4001‘
태평양 건너 고국에서는 꽃샘추위가 한창인 모양이고 강원도에는 때 아닌 폭설이 내렸다 한다. 에드몬톤 겨울만 긴 줄 알았더니 춘분이 지나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니 전세계적으로 이상기온이 세계적 현상인 모양이다. 강원도 폭설에 때 맞춰 정치권에는 춘 삼월에 신정아 발(發) 서리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세인이 알다시피 신정아는 2007년 학력위조,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섹스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고 문서위조, 횡령으로 교도소에 갔다 작년 4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신정아의 학력위조는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쳐 연극인 윤석화, 만화가 이현세, 개그맨 심형래 등 유명인사들이 학력을 고백하는 ‘커밍 아웃’이 줄을 이어 학력에 미친 한국사회의 병든 모습을 그대로 나타냈다.

학력위조가 들어나자 여죄를 추궁해 윗선을 밝히려던 언론은 신정아의 성(性) 로비 의혹과 더불어 누드 사진을 공개해 메스컴 타는 걸 좋아하는 신정아는 어찌 되었던 메스컴의 관심을 잡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문제의 누드 사진을 신정아 측에서는 합성이라고 주장하며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누드를 찍어 성형외과 의사에게 신체적 특징을 진단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사진작가 황규태씨는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성북동 자신의 사진 작업실에서 신정아의 동의 하에 누드를 찍었다고 말했다.

신정아와 언론사의 재판에서 1심은 신정아의 손을 들어줘 언론사는 1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양쪽 모두 항소해 항소심 판결을 이틀 앞둔 지난 1월 18일 언론사가 8,000만원 배상하는 선에서 조정이 되었다. 1심은 "신문판매량 증가, 인지도 제고 등 상업적 목적을 위해 선정적 보도를 감행하는 등 보도의 동기가 다분히 악의적”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누드의 진위를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건의 본질은 ‘선정적 보도’와 ‘인격침해’ 두 가지였다.

법원의 조정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나 신정아는 책을 냈다. 자전적 에세이 ‘4001’인데 4001은 교도소 수감 당시 자신의 수인번호다. 책은 발간되자마자 낙양의 지가를 올려 1쇄 50,000부가 다 팔리고 다시 찍고 있다 한다.

책 제목을 자신의 수인번호를 쓴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익명의 정신분석학자는 “신씨는 책을 통해 ‘나는 죄수가 아니다, 피해자다’ 라고 항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력위조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학력위조만 놓고 볼 때 신정아는 억울한 면이 있다.

신정아와 비슷한 경우인 김옥랑씨는 경기여고 졸업 이화여대 수료가 거짓으로 드러나고 졸업장 공장(Diploma mill)으로 유명한 퍼시픽 웨스턴 대학 졸업장으로 국내 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쳐 예술 경영학 박사로 단국대 예술 경영학과 주임교수로 재직하다 거짓 학력이 드러나 단국대 측에서 징계절차를 밟자 교수직을 사임했다.

김옥랑씨가 받은 처벌은 신정아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도 안되니 신정아는 억울할 만도 하다. 더구나 전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과의 불륜, 누드 사진 과 성 로비 파동으로 여론에 난도질 당했으니 피해자라고 항변 할만도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죄가 밉지 사람이 미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당시 언론은 죄 보다 사람을 더 미워했고 변양균의 윗선이 어디냐에 초점을 맞춰 노무현-권양숙을 끌어 들이려고 제정신을 잃고 속된 말로 ‘환장하듯’ 달려 들었다.

신정아는 책을 내면서 “수인 4001번은 떠나고 새롭게 살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는데 새롭게 살겠다는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책 내용으로 또 한번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를 사회학자, 심리학자, 문학평론가 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하고 있고 대부분 신정아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시하고 일부는 신정아에 대해 동정적이지만 그 책에 신정아의 애인이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사연만 담겨 있었다면 5만부는 고사하고 500부 팔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권세 있는 자리이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세인들이 사생활을 엿보고 싶어할만한 자리는 아니다. 그 책이 낙양의 지가를 올려준 것은 정운찬, 현재 국회의원이라는 전직 기자 출신 C씨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읽을만한 내용도 부족하고 지루하다, 대필의 가능성도 있다’고 평을 한 것은 신정아 책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가? 라는 본질과는 관계없는 메아리에 불과한 느낌이 든다.

전문작가 보기에는 ‘내용이 부족하고 지루’하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정치성, 선정성 면에서 관심이 폭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한다면 10.26때 궁정동 만찬장에 있던 두 여인의 정체에 대해 당시 국민들은 장중하게 울려 퍼지는 장송곡을 들으면서도 그게 궁금해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한 여인은 기자들의 재치로 심수봉 이란 것이 금방 알려졌지만.

근엄하신 각하가, 농부들과 논두렁에서 막걸리 마시는 소탈하신 각하가 밤에 연예인들 불러 양주 마시며 즐겼다니 그만큼 국민의 관심을 끌만큼 선정적 뉴스가 어디 있겠는가?

신정아의 책을 모니카 르윈스키의 책에 비교하기도 하는데 적절한 비교가 아닌 것 같다. 모니카 르윈스키의 책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불륜에 초점이 맞춘 책이지만 신정아의 책에서는, 그 책의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변양균 과의 불륜관계보다도 우리 사회, 정치권의 건강하지 못한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춘듯한 느낌이 든다.

필자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인기 있는 책이나 베스트 셀러가 반드시 좋은 책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데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신정아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돌을 던지기 보다는 밤 10시 이후에 만나자며 추근거렸던 정운찬, 택시 같이 탔던 C기자, 유명인사들의 도덕 기준, 병든 사회, 가치전도의 사회를 향해 돌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기사 등록일: 20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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