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캐나다 보이콧에도 흔들림 없는 앨버타…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 ‘이상 무’ - 하키·컬링·스피드스케이팅·복싱 등 주요 종목 “대회 일정 변경 없다”
레슬링 등 다른 스포츠단체는 현재 “검토 중”
(사진출처=Hockey Canada)
(안영민 기자) 스케이트캐나다가 앨버타주의 트랜스젠더 관련 법을 이유로 주 내 대회 개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앨버타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는 기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키,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복싱 등 주요 종목 단체들이 잇따라 기존 계획대로 앨버타에서 대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스케이트캐나다의 결정이 스포츠계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하키캐나다는 18일 “현재로서는 대회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앨버타에서의 경기 개최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스피드스케이팅 캐나다와 컬링 캐나다, 복싱 캐나다, 탁구 캐나다 역시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들 단체는 주 정부의 입법과는 별개로 이미 확정된 대회 일정과 훈련 인프라, 지역 스포츠 단체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스케이트캐나다는 앨버타 주정부가 통과시킨 ‘공정하고 안전한 스포츠법’을 검토한 결과,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제한하는 해당 법이 스포츠 전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전국·국제급 대회를 앨버타에서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여성 스포츠 종목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출생 시 여성으로 지정된 선수로 제한한다. 정부는 법원이 이를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상의 예외조항을 적용했다.
그러나 다른 종목 단체들은 스케이트캐나다의 판단을 따르지 않았다. 컬링 캐나다는 “대회를 이전할 경우 컬링 앨버타와 개최 클럽들이 입게 될 재정적 피해가 막대하다”고 밝혔고, 스피드스케이팅 캐나다는 캘거리 국가훈련센터를 중심으로 수십 명의 선수들이 상시 훈련 중이라는 점을 들어 “현실적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복싱 캐나다 역시 “앨버타에서의 대회 개최는 특정 법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안전성과 공정성, 참여 확대라는 종목 차원의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앨버타 주정부는 오히려 스케이트캐나다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니얼 스미스 주수상은 해당 결정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규정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역시 여성 스포츠 기준을 재검토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주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스케이트캐나다의 보이콧 선언이 상징적 파장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스포츠계 전반이 앨버타를 외면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종목별 판단이 엇갈리면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여 문제와 스포츠의 공정성·포용성 사이의 긴장은 앞으로도 캐나다 체육계 전반에서 계속된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올림픽 스타일 레슬링을 주관하는 레슬링 캐나다 루트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도 이 법안을 검토 중이며, 대회 개최 정책을 변경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