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 최저임금 8년째 동결…물가 반영하면 시간당 19달러는 받아야 - 시간당 15달러로 2018년 이후 인상 없어…전국 최저 수준 고착화
캘거리 푸드뱅크 이용 급증…이용자 30%는 정규직 근로자
(사진출처=Culture Alberta)
(안영민 기자) 앨버타주의 최저임금이 8년째 시간당 15달러에 묶이면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고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2018년 시간당 15달러로 살 수 있었던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현재는 약 19달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물가 상승에 대응해 앨버타주를 제외한 캐나다의 모든 주와 준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온타리오주와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주, 노바스코샤주, 매니토바주, 서스캐처원주 등은 이달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24~40센트 올렸다. 반면 앨버타주는 2018년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시간당 20.17달러를 적용하는 누나부트 준주다. 앨버타주의 최저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다른 지역의 인상이 이어지면서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앨버타주 정부는 성명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소규모 사업체에 성급하게 임금 인상을 강제하기보다는 임금 상승을 위한 적절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으면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구매력은 물가 상승에 따라 떨어지고 있다. 캘거리 지역 빈곤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 바이브런트 커뮤니티스 캘거리(Vibrant Communities Calgary)의 미셸 제임스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만 반영해도 2018년 시간당 15달러로 구입할 수 있었던 식료품과 교통비, 인터넷·공공요금 등의 지출을 감당하려면 현재 약 19달러를 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생활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캘거리 푸드뱅크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식품 지원 수요가 크게 늘었다. 푸드뱅크의 멜리사 프롬은 시간당 15~20달러를 버는 사람들이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용자의 약 30%는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롬은 이들이 성실하게 일하고 있음에도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식품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임금 문제가 실업자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일을 하는 주민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학업과 생활비 부담을 동시에 겪고 있다. 마운트로열대에서 마사지 치료 과정을 공부하며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애슐리 브누아는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과 학자금 대출만으로는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워 가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실에서 일하다 다시 전업 학생으로 돌아간 대니얼 레 역시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수강 과목을 줄이거나 생활비 문제로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임금의 영향은 청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레는 과거 함께 일했던 사람 중 상당수가 엔지니어링과 기술 분야에서 해고된 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온실 일자리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임금 수준으로 생활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임스에 따르면 앨버타주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43%는 25세 이상이다. 최저임금 문제가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바이브런트 커뮤니티스 캘거리는 주정부에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임금이 높아지면 저소득층의 빈곤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에서 소비를 늘리고 응급 대응 등 공공서비스에 들어가는 장기적인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캘거리에서 2025년 기준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시간당 26달러 이상을 벌어야 한다고 추산했다. 물가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추정치는 오는 11월 발표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주거비와 식료품비 등 생활비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 인상 여부뿐 아니라 주거·교통·식료품 등 필수 지출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가 앨버타 저소득 근로자들의 생활 여건을 좌우할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