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 분리독립 현실화하면 캐나다도 ‘18조원 충격’ - 재무부·법무부 문건서 경제적 파장 검토…기업 본사 이탈·전문인력 대거 유출 가능성도
CPP 탈퇴 관련 연방법 ‘허점’ 지적…앨버타의 연방 재정 기여 연평균 약 180억달러
지난 5월, 앨버타주 분리주의자들이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s Alberta) 사무실 밖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CBC 뉴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연방 정부는 이번 달에 있을 주민투표를 앞두고 잠재적 위험 요인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Reuter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연방정부가 앨버타주의 분리독립 가능성이 캐나다 경제에 미칠 파장을 비공개적으로 분석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재무부와 법무부가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앨버타가 캐나다에서 분리될 경우 최대 180억달러 규모의 재정 충격과 기업 본사 이탈, 고숙련 인력의 대규모 유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CBC뉴스가 정보공개법을 통해 확보한 2026년 6월 작성 연방정부 문건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앨버타 분리독립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 충격뿐 아니라 분리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 자체가 캐나다와 앨버타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검토하고 있었다.
앨버타에서는 오는 19일 분리독립과 관련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정확한 투표 문항은 앨버타가 캐나다의 한 주로 남을지, 아니면 캐나다 헌법에 따라 향후 분리독립을 묻는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 절차를 시작할지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 자체는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연방정부의 분석은 분리독립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건은 1995년 퀘벡 분리독립 주민투표 당시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기업들이 향후 경제체제가 어떻게 바뀔지 명확해질 때까지 투자 결정을 미뤘던 사례를 참고했다.
기업 본사의 이탈 가능성도 주요 위험으로 분석됐다. 문건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 퀘벡에서 263개의 주요 기업 본사가 몬트리올을 떠난 사례를 언급하면서 앨버타에서도 분리독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특히 자원산업 이외의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구 이동도 변수로 꼽혔다. 연방정부 문건은 고학력·고숙련 인력이 앨버타에서 다른 주로 이동할 가능성을 검토했다. 앨버타는 2021년 약 1만7500명의 전문대학 이상 학력을 가진 근로자를 다른 지역에서 순유입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분리독립 상황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버타가 캐나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연방정부가 주목한 부분이다. 문건에 따르면 2022~2024년 앨버타의 연방정부에 대한 순재정 기여액은 연평균 약 180억달러였다. 앨버타의 연간 경제활동 규모는 약 4750억달러로, 지난 10년간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캐나다 전체 수출에서 앨버타가 차지한 비중은 약 31%였으며, 대부분 에너지 수출에서 발생했다.
캘거리대 경제학자 트레버 톰브도 앨버타 분리독립의 경제적 영향을 별도로 분석해 왔다. 톰브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연방정부는 앨버타에서 거둔 세금 등이 앨버타에 지출한 금액보다 190억달러 이상 많았다.
앨버타가 독립하면 이 재원을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독립국가로서 국방과 외교 등 기존 연방정부가 담당했던 기능을 새로 부담해야 한다. 톰브 교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련 국방비와 연방정부 기능을 넘겨받는 비용, 경제 규모 축소에 따른 세수 감소 등이 발생하면서 재정적 여유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연금제도(CPP)의 처리 문제도 연방정부가 검토하는 주요 사안이다. 앨버타가 독립국가가 될 경우 CPP에서 탈퇴할 수 있는지, 탈퇴한다면 앨버타에 해당하는 연금자산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놓고 법적·재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내부 문건은 CPP를 규정하는 연방법의 자산 배분 공식이 명확하지 않으며, 수석계리관이 현행 공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내용을 담고 있다. CPP가 만들어진 1960년대에는 연금자산 상당 부분이 주정부 채권에 투자됐지만, 현재는 공항 등 인프라와 주식, 해외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돼 있어 특정 지역의 자산을 분리해 계산하기가 훨씬 복잡해졌다.
톰브 교수는 앨버타가 CPP 탈퇴를 추진할 경우 최종적으로 캐나다 대법원이 관련 법률의 해석과 자산 배분 문제를 판단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정부는 앨버타 분리독립의 구체적인 비용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추밀원 사무처는 연방정부가 앨버타 분리독립에 따른 비용을 분석한 여러 외부 연구를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앨버타주정부가 의뢰해 캘거리대 공공정책대학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앨버타주가 캐나다에서 독립하려면 향후 5년간 최대 1700억달러가 들고, 최소 7만명의 공무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독립에 필요한 비용을 향후 5년간 최소 500억달러에서 최대 1700억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연방정부가 부담해온 기반시설과 장비·부동산을 확보하는 비용, 전환 과정에 필요한 인력, 연방부채 일부를 승계하면서 늘어나는 부채 상환 부담 등이 포함됐다. (관련기사 : 2626년 9월 17일자)
앨버타의 10월 19일 주민투표는 분리독립 여부를 곧바로 결정하는 투표가 아니라, 향후 헌법에 따른 구속력 있는 분리독립 주민투표 절차를 시작할지를 묻는 단계다. 따라서 실제 분리독립이 이뤄지기까지는 별도의 법적·정치적 절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