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처럼 대했는데 돌아온 건 신고장… 앨버타 사업주들이 놓치면 안 될 ‘노무의 함정’
초과 근무 합의, 공휴일 수당 산정, 27주 무급 고용보호등 고용기준법 핵심 점검
사진출처: 기자가 묘사하고 AI가 그림
(이은정 기자) 직원과 가족처럼 지내며 사업장을 꾸려가는 한인 자영업자들에게 “서로 믿고 일하면 된다”는 방식이 어느 순간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초과근무, 법정 공휴일 수당, 장기 질병·상해 휴가처럼 임금과 고용보호가 직접 연결되는 문제는 친분이나 구두 약속보다 앨버타 고용기준법이 정한 최소 기준이 우선한다.
2026년부터는 장기 질병·상해 휴가가 기존 최대 16주에서 27주로 확대됐다. 초과근무는 여전히 하루 8시간 또는 주 44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되, 두 기준에서 발생한 초과시간 중 더 많은 시간을 적용한다. 공휴일 수당 역시 직원의 평소 근무일 여부와 최근 9주간의 근무 패턴 등을 따져야 한다.
한인 업주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직원이 괜찮다고 했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관행이 법정 최저 기준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앨버타 고용기준은 직원과 고용주가 서로 합의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최소 기준보다 낮은 조건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루 8시간·주 44시간… 초과근무는 ‘더 많은 시간’을 적용한다
소규모 식당이나 소매점에서는 직원이 바쁜 날 몇 시간 더 일하고 다른 날 일찍 퇴근하는 방식이 흔하다. 하지만 “이번 주 전체가 44시간이 안 됐으니 초과근무가 아니다”라고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앨버타의 일반적인 초과근무 기준은 하루 8시간 또는 주 44시간을 초과한 시간 가운데 더 많은 초과시간을 적용하는 이른바 ‘8/44 규칙’이다.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직원의 정규 임금의 최소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규칙이며 일부 직종이나 산업에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월요일에 10시간, 화요일에 10시간, 수요일에 8시간, 목요일에 8시간, 금요일에 6시간을 일했다면 주간 총근무시간은 42시간이다. 하지만 월·화요일에 각각 2시간씩 하루 8시간을 초과했기 때문에 일일 초과근무 4시간이 발생한다. 주간 총시간이 44시간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초과근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앨버타 정부 역시 일별·주별 초과근무를 각각 계산한 뒤 더 큰 초과시간을 적용하도록 안내한다.
‘대체휴무’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여기서 업주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초과근무를 나중에 쉬는 시간으로 대신하는 ‘banked overtime’이다.
직원과 고용주가 서면 초과근무 합의(overtime agreement)를 체결하면 초과근무 수당 대신 근무시간 1시간당 최소 1시간의 유급휴가를 적립할 수 있다. 이 경우 직원에게도 합의서 사본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적립한 시간은 원칙적으로 해당 초과근무가 발생한 급여기간이 끝난 뒤 6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기한 안에 유급휴가로 제공·사용되지 않았다면 해당 초과근무에 대해 최소 1.5배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퇴직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은 적립 초과근무 역시 정산 대상이 된다.
따라서 “직원이 괜찮다고 했으니 다음에 하루 쉬게 해주겠다”는 구두 약속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안전한 방법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모든 근무 형태에 무조건 서면계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초과근무를 임금 대신 유급휴가로 적립하는 경우에는 서면 합의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법정 공휴일 수당, ‘5-of-9’부터 확인해야 한다
공휴일 수당은 직원의 근무 일정이 일정하지 않을수록 계산이 복잡해진다. 또한 여기서 설명하는 기준은 일반적인 규칙이며, 일부 직종이나 산업에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앨버타에서는 대부분의 직원이 동일 고용주 밑에서 공휴일 직전 12개월 동안 같은 고용주에게 최소 30일 근무를 충족하면 법정 공휴일 관련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공휴일이 직원의 정규 근무일인지, 실제로 그날 일했는지 등에 따라 지급 방식이 달라진다.
특히 파트타임이나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은 직원이라면 ‘5-of-9 규칙’을 확인해야 한다. 공휴일과 같은 요일에 해당 직원이 직전 9주 동안 최소 5번 근무했다면, 그 요일을 해당 직원의 정규 근무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공휴일이 월요일이고 직원이 직전 9번의 월요일 가운데 5번 이상 일했다면 그 공휴일의 월요일은 정규 근무일로 간주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5-of-9가 항상 적용되는 고정적인 근무일 지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휴일마다 직전 9주를 다시 살펴야 한다.
공휴일에 일했다면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적용
공휴일이 직원의 정규 근무일이고 직원이 실제로 근무했다면 고용주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제 근무시간에 대해 1.5배의 임금을 지급하고 평균 일일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실제 근무시간에 대한 정규 임금을 지급하고, 별도의 미래 휴무일을 제공하면서 그 휴무일에 평균 일일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평균 일일 임금은 임의로 정하는 금액이 아니다. 고용주는 공휴일 직전 4주 또는 공휴일 직전 마지막 급여기간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 4주간의 계산기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해당 기간의 임금을 근무일수로 나누어 평균 일일 임금을 산정한다. 초과근무 수당은 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대로 공휴일이 정규 근무일이 아닌데 직원이 출근했다면, 원칙적으로 실제 근무시간에 대해 1.5배의 임금을 지급한다. 그날 근무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경우 공휴일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
2026년 가장 큰 변화… 장기 질병·상해 휴가 ‘27주’
2026년 1월 1일부터 앨버타의 장기 질병·상해 휴가(long-term illness and injury leave)는 기존 최대 16주에서 연간 최대 27주로 확대됐다. (참고로 휴가 규정 역시 일반적인 규칙이며 일부 직종·산업에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동일 고용주에게 최소 90일 이상 근무한 직원이 질병, 부상 또는 격리로 인해 장기 휴가가 필요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27주의 무급·고용보호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직원은 의료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고용주는 해당 휴가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고 복귀 시 동일하거나 동등한 직무로 복귀시켜야 한다.
다만 여기에는 업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조건이 있다. 27주가 ‘유급 병가’라는 뜻은 아니다. 앨버타 고용기준상 이 휴가는 기본적으로 무급 휴가이며, 고용주가 휴가기간 동안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고용계약이나 단체협약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아픈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고용을 보호해 주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가족처럼 일했다’는 관계와 법적 기록은 별개의 문제
한인 사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직원과 업주가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며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휴무일을 바꾸는 일이 적지 않다.
문제는 관계가 틀어졌을 때다.
“그때 서로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요.”
이 말만으로는 임금과 고용기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근무 변경이나 예외사항에 무조건 서면계약을 작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앨버타 정부가 명시적으로 서면 합의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경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초과근무를 현금 지급 대신 유급휴가로 적립하는 overtime agreement이다.
또한 고용주는 직원에게 급여명세서를 제공해야 하며, 여기에는 정규근무시간과 초과근무시간, 임금 및 초과근무 임금, 공휴일 수당, 휴가수당, 초과근무 대신 사용한 휴가시간 등이 표시돼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처럼 대하는 것’과 ‘법에 맞게 기록하는 것’을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업주가 2026년에 점검해야 할 네 가지
첫째, 직원별 실제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특히 하루 8시간을 넘긴 날과 주 44시간을 넘긴 주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초과근무를 돈 대신 휴무로 처리한다면 서면 overtime agreement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적립시간과 사용시간도 지속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셋째, 공휴일마다 30일 근무 요건과 5-of-9 규칙, 정규 근무일 여부, 실제 근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넷째, 2026년부터 적용되는 27주 장기 질병·상해 휴가의 요건과 의료증명서, 복귀 시 직무보장 규정을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한다.
‘좋은 사장’과 ‘법을 지키는 사장’은 함께 갈 수 있다
작은 사업장은 숫자 하나, 근무시간 한 시간의 차이가 곧바로 비용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직원에게는 그 한 시간이 임금과 생계에 직결될 수 있다.
그래서 고용기준법은 업주와 직원 사이의 인간적인 신뢰를 부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그 신뢰가 깨졌을 때 적용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놓은 장치에 가깝다.
특히 2026년에는 장기 질병·상해 휴가가 27주로 확대된 만큼 직원의 부재에 대비한 업무 분담과 대체인력 계획도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동시에 초과근무와 공휴일 수당은 직원의 근무기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계산해야 한다.
직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법적 기록을 남기는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믿으니까 기록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서로 오래 일하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는 방식이 2026년 앨버타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노무 원칙이다.
[자료 출처]
앨버타주 정부(Alberta.ca), Employment Standards — Overtime hours and overtime pay; Alberta general holidays; Long-term illness and injury leave; Payment of earnings; Employment standards rules (고용 기준 — 초과 근무 시간 및 수당; 앨버타 법정 공휴일; 장기 질병 및 상해 휴가; 임금 지급; 고용 기준 규정).
※ 본 기사의 고용기준 관련 내용은 앨버타주 정부의 공식 Employment Standards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직종·산업별 예외가 있을 수 있으며, 법령과 정부 안내자료가 상충할 경우 법령이 우선합니다.